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뉴시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유종의 미’가 요원해지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줄곧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강조해왔으나 부채비율은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각종 평가지표에서도 아쉬움만 남겼다. 올해 실적 전망 또한 어둡기만 하다.

◇ 3,000% 넘은 부채비율, 내년엔 자본잠식 우려

양수영 사장은 2018년 3월 당시 혼란에 빠져있던 석유공사 수장으로 취임했다. 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부실 해외자원개발 논란의 주인공 중 하나로 경영상황이 심각한데다, 전임 김정래 사장이 채용비리 의혹 속에 사퇴해 5개월 간 수장 공백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시절 미얀마 가스전 시추에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인 양수영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석유공사의 경영정상화라는 당면과제를 마주했다. 2017년 말 기준, 석유공사의 부채는 17조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718%에 달했다. 각종 방만경영 실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후 어느덧 2년 5개월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양수영 사장의 남은 임기는 이제 약 반년 정도에 불과하다. ‘유종의 미’를 바라보기 시작할 때지만, 양수영 사장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재무구조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등 씁쓸함만 남긴 채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의 부채는 18조1,309억원이다. 양수영 사장이 취임한 당시보다 1조원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더 심각하다. 2017년 말 718%였던 것이 2018년 말 2,287%에 이어 지난해 말 3,020%로 급증했다. 부채는 증가하고, 자본총계는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이 치솟은 것이다. 석유공사의 자본총계는 2017년 말 2조3,838억원에서 2018년 말 7,640억원, 지난해 말 6,001억원으로 감소했다. 부실 해외자원개발의 후유증이다.

더 심각한 건 올해다. 석유공사가 최근 정부에 제출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올해 자본총계는 3,000억원 수준까지 더 감소할 전망이다. 부채비율은 무려 7,24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수영 사장은 취임 1주년이던 지난해 3월 “부채비율을 2019년 1,200%대로, 2020년엔 500%대로 대폭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부채비율은 그가 제시한 목표와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게 됐다. 저유가와 코로나19 사태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자산매각 계획이 완전히 헝클어진 게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양수영 사장이 남긴 아쉬움은 각종 평가지표에서도 포착된다.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종합 D등급을 받았던 석유공사는 양수영 사장 취임 이후 두 차례 평가에서는 C등급으로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8년도 경영실적 평가 중 재무관리에 해당하는 재무예산 운영·성과 항목은 D등급을 면치 못했다. 지난 6월 발표된 2019년도 경영실적 평가의 세부항목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영상항이 지속되다 보니 동반성장 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에서 2018년도에 이어 2019년도에도 최하위등급을 받았다. 양수영 사장 취임 이전까지 더하면 3년 연속이다. 3년 연속 최하위등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석유공사와 대한석탄공사 뿐이다.

이제 양수영 사장에게 남은 임기는 반년 정도다. 하지만 내세울 만한 성과는 없고, 거듭 강조했던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는 더욱 악화됐다. 오히려 남은 기간 더 큰 충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수영 사장의 임기 끝자락이 씁쓸함 속에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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