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코리아가 파블로 로쏘 전 사장을 대신해 제이크 아우만 신임 사장을 새로 선임했다. /FCA코리아
FCA코리아가 파블로 로쏘 전 사장을 대신해 제이크 아우만 신임 사장을 새로 선임했다. /FCA코리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파블로 로쏘 전 사장의 성희롱 및 폭언·폭행 폭로로 파문에 휩싸였던 FCA코리아가 새 수장을 맞게 됐다. 하지만 로쏘 사장에 대한 조사결과와 처분 등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FCA코리아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업계 전반의 신뢰도는 또 한 번 무너지게 됐다.

◇ 조용히 사라진 로쏘… FCA코리아는 “아무것도 몰라요”

지프, 크라이슬러 등의 수입차브랜드 운영사인 FCA코리아는 지난 12일 제이크 아우만 신임 사장이 새롭게 임명됐다고 밝혔다. 앞서 2년간 중국에서 사장직을 역임한 아우만 신임 사장의 임기는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며, 이달 말 서울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로써 앞서 직무가 정지됐던 파블로 로쏘 전 사장은 그대로 물러나게 됐다. 그는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의 성희롱 및 폭언·폭행 의혹을 제기하는 청원이 올라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해당 청원인은 “파블로 로쏘 사장이 남성직원들과 함께 어느 여직원을 좋아하는지, 어느 여직원과 성관계를 가지고 싶은지 대답하게 하고, 자신도 어느 여직원과 성관계를 하고 싶은지 여러 차례 이야기 했다”며 “사무실에서 직원의 뺨과 머리, 몸을 때리고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는 등 각종 신체적 정신적 폭행과 모욕을 가했고, 입에 담을 수 없는 가장 심한 수준의 폭언과 욕설도 했다”고 폭로했다.

청원이 올라온 이후 파문이 거세지자 FCA코리아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FCA본사 및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는 지난달 24일 로쏘 전 사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로쏘 전 사장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으로도 재직 중이었는데, 협회 역시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FCA코리아는 이후 3주가 흐르도록 조사결과 및 처분 등에 대해 침묵해왔다. 그러다 돌연 지난 12일 신임 사장 선임을 발표한 것이다. 신임 사장 선임 발표에서도 로쏘 전 사장에 대한 조사결과 및 처분은 물론 파문을 일으킨데 따른 유감표명조차 없었다.

이와 관련해 FCA코리아 측은 모든 사안에 있어 “모른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로쏘 전 사장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는지, 징계 등의 처분이 이뤄진 것인지, 조사는 누가 진행했는지 등에 대해 모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본사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했고, 신임 사장 선임 역시 본사로부터 당일 전달받았을 뿐 그 밖의 내용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 FCA코리아 측 입장이다. FCA코리아 관계자는 “익명의 제보자 주장 외에 다른 것이 없다보니 조치 등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3주의 시간이 지나 사장 교체 결정을 내린 만큼, 로쏘 전 사장을 향한 의혹이 상당부분 규명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로쏘 전 사장이 지닌 무게감을 감안했을 때, 그저 의혹 및 논란만으로 사장을 교체하기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로쏘 전 사장은 2013년부터 FCA코리아 사장을 맡아왔으며, 지난 3월엔 한국수입차협회 첫 외국인 회장으로 선임된 바 있는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을 해임할 가능성은 낮다”며 “외국계 기업의 문화 등을 고려해보면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FCA코리아 및 본사가 해당 사건을 최대한 쉬쉬하며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당사자에 대한 징계 또는 정식 수사의뢰 등의 조치 없이 사장 교체로 마침표를 찍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FCA코리아의 이 같은 모습은 수입차업계 전반의 신뢰에도 또 다시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미 국내 수입차업계에서는 비슷한 유형의 논란이 거듭된 바 있다.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 총괄사장은 배출가스 조작 관련 혐의로 기소된 2017년 돌연 고국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 최근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이 배출가스 조작 적발 이후 인사발령을 통해 한국을 떠나 도피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로쏘 사장 역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명확하게 매듭짓지 않은 채 물러나며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게 됐다. 심지어 수입차협회 회장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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