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박병호가 올 시즌 다소 아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홈런왕’ 박병호가 올 시즌 다소 아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의 수식어는 두말할 것도 없이 ‘홈런왕’이다.

2011년 LG 트윈스에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둥지를 옮긴 후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한 박병호는 2012년 처음 홈런왕에 등극했다. 이후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 자리를 지켰다. 2014년과 2015년엔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복귀 2년차였던 지난 시즌에도 재차 홈런왕 자리를 탈환한 바 있다.

이는 프로야구 역사에 깊이 새겨질만한 발걸음이다. 4년 연속 홈런왕은 박병호가 유일하다. 이승엽, 장종훈, 이만수 등 쟁쟁한 레전드들 모두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는데 그쳤지만, 박병호는 이를 뛰어넘었다. 홈런왕 타이틀을 통산 5번 차지한 것도 이승엽과 박병호 뿐이다.

단일 시즌 50홈런 기록 역시 의미가 남다르다.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이승엽(2003년, 1999년)과 심정수(2003년), 그리고 박병호만이 50홈런 고지를 밟았다. 심지어 박병호는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했다.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했던 우즈, 테임즈 등도 거머쥐지 못한 기록이다.

하지만 올해 홈런왕을 향한 박병호의 발걸음은 심상치 않다. 지난 13일까지 팀이 84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박병호는 81경기에 출전해 20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이 부문 공동 3위에 올라있다. 순위는 높지만, 29개를 기록 중인 1위 로하스(KT 위즈)에 비해 9개나 부족하다.

로하스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박병호의 아쉬움도 간과할 수 없다. 박병호는 올 시즌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시즌이 중반에 접어들도록 2할대 초반 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타율은 0.232다. 잠시 2군에 내려가기도 했고, 홈런왕의 상징인 4번 타자 자리도 내줬다. 홈런왕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미 5번이나 홈런왕 자리에 올라본 박병호지만, 박병호에게 홈런과 홈런왕의 의미는 여전히 각별하다. 1번만 더 홈런왕을 차지하면, 이승엽을 넘어 통산 6회 홈런왕이란 위업을 세울 수 있다.

현재 13위(306개)인 통산 홈런수도 아직 올라갈 곳이 많다. 역대 TOP10 진입이 임박했고, 쟁쟁한 선배들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8개만 더치면 박경완, 22개만 더치면 심정수, 31개만 더치면 이호준을 마주하게 된다. 장종훈, 양준혁과의 차이도 각각 34개, 45개다.

1986년생인 박병호는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선수로서 내리막길이 시작될 시기다.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내후년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고, 내리막길이 급격하게 찾아올 수도 있다. 더 많은 홈런, 그리고 또 한 번의 홈런왕이 지니는 의미가 남다른 박병호이기에 이러한 세월의 흐름은 더욱 빠르게 느껴진다.

희망적인 부분은 박병호가 몰아치기에 능하다는 점이다. 홈런왕 타이틀을 탈환한 지난 시즌, 박병호는 7월 말까지 홈런수가 18개에 불과했다. 나란히 22개를 기록 중이던 로맥·최정에 뒤쳐져있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8월에만 11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1위에 올랐고, 그대로 홈런왕을 차지했다. 막판까지 치열한 레이스를 펼친 끝에 김재환의 승리로 막을 내렸던 2018년에도 박병호는 시즌 막판까지 매서운 몰아치기로 추격전을 펼친 바 있다.

박병호에겐 아직 60경기가 남아있다. 그가 다시 한 번 매서운 몰아치기와 뒷심으로 홈런왕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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