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여론이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여론이 심상치 않다. 추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고, 여론조사에서 ′물러나야 할 인물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여권이 지지율 하락 등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추미애 장관 탄핵’이라는 제목의 청원에 21만 9,068명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달 14일에 시작돼 전날(13일) 종료됐다. 지난 달 23일에 올라온 또 하나의 탄핵 청원은 이날 22만여명을 넘어섰다.

청원인들은 검찰 개혁 과정 중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무리한 인사′ 등을 지적했다. 앞선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제안 이유에 “마치 자기가 왕이 된 듯 검사장이나 검찰총장을 ‘거역한다’(라고) 하며, 안하무인”이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 게시물을 올린 청원인도 “수사의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을 친(親)정부 성향의 인물들로 교체해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관의 개입과 지휘가 최소화돼야 하는 것이 법의 정신임에도 추 장관은 개별 사건에 대해 일일이 검찰과 갈등을 유발하고, 헌정사상 두 번째 수사 지휘권까지 발동했다”고 적었다.

추 장관에 대한 해임 요구는 이번만이 아니다. 이같은 청원은 지난 2월에도 올라왔다. 추 장관의 인사가 친(親)정부 성향에 치우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청원에 33만명 가량이 동의하면서 청와대가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청와대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지난 달에는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추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시기다. 하지만 탄핵안은 거대 여당을 뚫지 못한 채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 ‘검찰 개혁’에 국민들 의구심

추미애 장관에 대한 민심이 악화된 것을 두고 전문가는 ‘검찰 개혁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는 것은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소신껏 수사할 수 있는 게 핵심”이라며 “지금 그런 방향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 등이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실시하고 1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 3차 결과에 따르면, ‘정부‧여당의 검찰 개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는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취지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2%에 그쳤다. 

국회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검찰 개혁에 공감해 온 정의당도 추 장관이 집도하는 개혁에는 반감을 표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수사 과정에서 두 검사 간의 몸싸움이 벌어진 데 대해 정의당은 “처음에는 ‘검찰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라고 해석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단순히 그렇게만 보기에는 어려운 지경”이라며 “사법개혁의 대의로 출발한 검찰 개혁이 ‘정권에 순응하는 검찰을 만들려는 것’으로 비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여론이 악화 된 배경에는 현 정권의 ′검찰 개혁′을 두고 국민적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시스

◇ 문재인 정부 민심 이탈 가속화?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10일 데이터리서치가 실시하고 12일 발표한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성공을 위해 물러나야 할 인물’에 추 장관이 1위(32.7%)로 뽑혔다. 최근 여권 안팎에서 민심 이반의 이유로 ‘부동산 이슈’가 거론되는 가운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2위(19.3%)에 그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추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현미보다 높게 나온 것을 보니, 이 분이 집값 못지않게 지지율 하락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추 장관으로 인해 여권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지율이 확고할 때야 추진력을 얻겠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보다 야권에 우호적인 결과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민심의 이탈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검찰 내부에서 법무부 직제개편과 관련해 불만이 터져 나온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법무부에 직제 개편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여권의 악화된 민심이) 단순하게 부동산 때문은 아니었다. 민주당의 국회 내에서 독주, 법무부가 검찰에게 하는 행위를 국민들이 종합적으로 본 것”이라며 “추 장관에 대한 민심은 따로 노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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