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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한국 최초 우주SF ‘승리호’, 의미 있는 출항
2020. 08. 18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로 뭉친 (왼쪽부터) 유해진‧송중기‧조성희 감독‧김태리‧진선규. /메리크리스마스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로 뭉친 (왼쪽부터) 유해진‧송중기‧조성희 감독‧김태리‧진선규. /메리크리스마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가 흥행을 향한 닻을 올렸다. 한국 최초 우주SF영화이자, 배우 송중기부터 김태리‧진선규‧유해진까지 연기파 배우들의 신선한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다. ‘승리호’의 도전은 성공으로 이어질까.

18일 영화 ‘승리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코로나19 유행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온라인 개최로 변경됐다. 제작보고회에는 연출자 조성희 감독과 배우 송중기‧김태리‧진선규 그리고 유해진이 참석했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등으로 새로운 세계를 선보였던 조성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우주 SF 장르에 도전한다.

‘승리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조성희 감독. /메리크리스마스
‘승리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조성희 감독. /메리크리스마스

영화의 시작은 조성희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인 ‘늑대소년’ 보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우주폐기물의 존재를 알게 된 조성희 감독은 이 위험한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재밌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흥미를 느꼈다. 조 감독은 “총알보다 빠른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우주 노동자를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조성희 감독은 “우주쓰레기,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직업은 그동안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에서 다뤘던 소재였다”면서 “할리우드 히어로가 아닌, 세계 어디를 가도 살아남은 질긴 한국인들을 주인공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승리호’는 초능력 슈트를 입은 히어로가 아닌 한국인 우주청소부가 주인공이다. 다른 청소선들을 따돌리고 목숨 걸고 따낸 쓰레기를 팔아 푼돈을 벌고, 공과금도 못 낼 정도로 빈 통장을 걱정하는 선원들은 할리우드 우주SF 속 화려한 주인공과 달리, 현재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일상과 고민을 가진 평범한 인물들이다.

조성희 감독은 “‘승리호’는 고증보다 상상력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면서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그리고 있지만, 인물들은 지금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출 이자금과 공과금을 걱정하고, 된장찌개에 쌀밥을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서민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이 우리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자 차별점”이라며 한국형 우주SF의 탄생을 예고했다.

배우들은 한국영화 최초의 우주SF 장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먼저 송중기는 “한국에서 우주SF에 처음 도전한다는 것에 끌렸다”며 “조성희 감독이 만화적인 색깔이 많은데 그 색깔과 우주SF가 만나면 어떨지 궁금함이 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고, 김태리도 “한국 최초의 우주영화에 내가 한 부분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이 컸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승리호’로 돌아온 송중기. /메리크리스마스
‘승리호’로 돌아온 송중기. /메리크리스마스

송중기는 ‘승리호’에서 조종사 태호 역을 맡았다. 허술해 보이지만 천재적인 실력을 가진 인물이다. 송중기는 태호에 대해 “항상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니고, 돈이 없고 찌질한 인물”이라며 “돈이 되는 일이면 모든 찾아 헤맨다. 냉정하고 냉철하고 잔머리도 잘 굴린다. 심각하게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소개했다.

‘늑대소년’에 이어 송중기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된 조성희 감독은 “스스로 캐릭터의 빈틈을 메우며 창조하는 배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송중기는 “감독님이 본인의 세계관을 이미 대본에 많이 채워놨고 잘 만들어놨다”며 “조금 더 개성 있게 살리는 역할만 하면 됐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또 그는 “태호가 냉철하고 차가운 인물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차갑게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그래서 더 톤을 띄우려고 노력을 했다”며 태호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을 이야기했다.

김태리는 젊은 리더 장선장을 연기한다. 한때 악명 높은 우주 해적단의 선장이었지만, 신분을 바꾼 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를 이끄는 인물이다. 안하무인 성격의 소유자지만, 비상한 두뇌와 남다른 리더십으로 결정적 순간마다 빛을 발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김태리는 “시나리오를 읽고 장선장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여성으로서 선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것도 매력적이었고, 개성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인물이지만, 그 안에 따뜻함이 있다고 느꼈다”며 장선장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에서 김태리는 올백 단발 헤어스타일에 선글라스, 레이저 건을 겨누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또 한 번 새로운 변신을 예고한다. 이에 대해 김태리는 “비주얼적인 면은 감독님의 머릿속에 다 완성돼 있었다”며 “나는 적응만 하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선장은 뛰어난 두뇌를 갖고 있는 인물인데, 완벽하게 표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똑똑하기만 한 인물보다 사람 냄새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어리숙한 모습들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뒤죽박죽 섞여있어도 가족적인 면이 잘 묻어날 수 있을지 선배들과 항상 고민했고, 그 부분에 치중해서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승리호’로 새로운 변신을 예고한 김태리(왼쪽)과 진선규. /메리크리스마스
‘승리호’로 새로운 변신을 예고한 김태리(왼쪽)과 진선규. /메리크리스마스

기관사 타이거 박은 진선규가 연기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던 그는 강렬한 비주얼부터 반전 매력 가득한 타이거 박으로 분해 또다시 놀라운 변신을 선보일 전망이다. 특히 전신을 덮는 문신과 드레드 헤어, 티타늄 도끼까지 그동안 보지 못한 개성 넘치는 비주얼을 선보인다.

진선규는 타이거 박에 대해 “승리호의 심장 엔진을 담당하는 인물”이라며 “잔소리를 많이 한다. 거칠게 살아왔지만 안에는 따뜻함이 있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독특한 비주얼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처음 만났을 때 색다르고 그동안 안 보여줬던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면서 그림을 그려 보여줬는데, 레게머리가 있었다”며 “해보고 안 어울리면 밀어버리자는 마음으로 15시간에 걸쳐 머리를 땋았는데, 어울리는 거다. 그래서 하게 됐다”고 웃었다. 이어 “감독님과 여러 얘기를 통해 외형적으로 빈틈없이 다 메꿨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유해진은 승리호의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 역을 맡아 한국영화 최초로 로봇 모션 연기에 도전한다. 모션 캡처 장비를 몸에 달고 움직임뿐만 아니라 목소리 연기까지 직접 소화해 로봇이지만 선명한 감정을 가진 업동이를 더욱 생생하게 완성해냈다고.

‘승리호’로 모션 캡처 연기에 도전한 유해진. /메리크리스마스
‘승리호’로 모션 캡처 연기에 도전한 유해진. /메리크리스마스

유해진은 “처음엔 목소리 연기 제의만 받았는데, 나중에 다른 분이 한 액션에 소리를 맞추면 아무래도 내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있을 것 같아서 모션까지 다 하겠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또 배우들과 서로 보면서 연기를 하게 되면 시너지가 있을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그때 당시 마땅히 집에서 할 것도 없었다”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온 유해진이지만, 모션 캡처 연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터. 그는 “생소해서 좋았다”며 “신선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는데, 그래서 나에게도 좋은 기회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영화 ‘1987’에 이어 유해진과 다시 재회한 김태리는 “시나리오만 봤을 땐 유해진 선배가 어떻게 업동이를 표현할지 상상이 안 됐는데, 현장에서 보니 그냥 업동이었다”면서 “로봇이지만 가장 인간스러운 캐릭터다. 우리 영화의 키포인트”라고 덧붙여 유해진 표 업동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영국 출신 배우 리처드 아미티지도 함께 한다. 영화 ‘호빗’ 시리즈부터 ‘인투 더 스톰’ ‘오션스 8’ 등 할리우드 영화뿐 아니라 넷플릭스 ‘스트레인저’, 미국드라마 ‘한니발 시즌3’ 등을 통해 한국에서도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승리호’에서 우주개발기업 UTS 회장 제임스 설리반으로 분한다.

조성희 감독은 리처드 아미티지에 대해 “설리반에게 필요한 이미지들이 있었는데, 리처드 아미티지가 정확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리처드가 이 작품에 대한 정성과 열의를 보여줬다”며 “프리프로덕션 때 이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정말 많은 자료와 인물에 대한 레퍼런스를 보내줬다. 준비를 많이 하는 배우였고, 현장에서도 유연했다. 작업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칭찬했다.

조성희 감독은 코로나19 시기 속 개봉을 앞두고 착잡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감독은 “큰 화면과 큰 스피커를 통해 즐길 수 있게 공을 많이 들였는데, 지금 상황이 이렇다보니 극장에 와서 봐줬으면 한다는 말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개봉할 때쯤엔 상황이 많이 나아져서 관객들이 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길 바랄 뿐”이라는 바람을 덧붙였다.

송중기도 “조성희 감독이 한국영화에 새로운 장을 하나 또 오픈한 것 같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근심을 덜어드릴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그만큼 진심을 담아 작업했다”고 보탰다. 오는 9월 2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