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통신이 상용화 된지 1년이 넘었다.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누리꾼들은 여전히 5G때문에 LTE(4G)가 느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사용하던 휴대폰이 파손돼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해 기자가 수원의 한 휴대폰 판매점을 찾았을 때다. 업무를 하기 위해 일단 급한대로 4G(LTE) 통신용 저가형 모델을 사려고 했으나, 매장 주인은 “요새 LTE폰을 사면 손해본다”며 “앞으로 ‘5G’ 때문에 LTE속도가 점점 느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매장 주인이 고가형 모델을 판매하기 위해 부린 상술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으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 5G의 상용화 이후 LTE속도가 느려졌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통신사들이 5G통신 고객을 늘리기 위해 강제로 LTE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5G 등장 이후, LTE 속도는 느려졌을까.

지난해 4월 5G의 상용화가 시작되면서,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KT의 LTE속도가 갑자기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통신사에서 5G고객을 늘리기 위해 LTE의 속도를 강제로 낮추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일시적으로 발생한 장애였으며, 네트워크 통신망에는 장애가 없다고 해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15일 KT의 LTE가 느려졌다고 주장한 누리꾼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LTE 속도를 측정한 결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5G 고객 확보 위해 LTE 속도 줄였다?… 통신사 “사실무근”

사실 5G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온라인 상에서는 ‘통신사들이 앞으로 LTE속도를 서서히 낮출 것’이라는 음모론이 자주 제기돼 왔다. LTE 속도를 늦춘 이후, 5G 상용화해 느린 속도에 답답함을 느낀 LTE이용자들이 비싼 요금의 5G로 갈아타게 한다는 것이 ‘LTE 음모론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5G의 등장으로 LTE 속도가 느려졌다는 주장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통신 3사가 5G서비스의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시작한 이후, KT의 LTE 속도가 갑자기 떨어지면서다.

지난해 4월 3일 5G의 상용화가 시작된지 며칠이 지난 4월 11일부터, KT의 LTE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들 사이에 “LTE 속도가 갑자기 느려졌다”는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LTE 속도가 느려졌다는 측정 인증샷까지 대거 올라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게시글을 통해 “기존에 70~100Mbps는 나오던 LTE의 속도가 5G 상용화를 시작한 이후 30Mbps대가 나오고 있다”며 “이 정도면 사기 아니냐”고 불만을 표했다. 해당 게시글에서 다른 LTE 이용자도 17Mbps의 속도 사진을 인증하는 등 실제로 5G 상용화 이후 LTE속도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들이 5G상용화를 시작하고 일부러 LTE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 / 유튜브 캡처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시 LTE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KT를 포함한 통신사가 ‘애플게이트’처럼 5G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LTE의 속도를 늦춘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애플게이트란 애플이 신형 아이폰 모델을 출시하면서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고의로 느리게 했다는 의혹이다. 애플은 이에 대한 소송으로 약 6,000억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이용자들에게 지불하게 됐다.

당시 KT 측은 LTE 끊김 현상 및 속도 저하는 일시적으로 발생한 장애였으며, 네트워크 통신망에는 장애가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4월 KT와 함께 5G상용화를 시작했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서는 별다른 속도 저하현상이 발생하진 않았다.

5G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 강제로 LTE 속도를 늦춘 것 아니냐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의혹 제기에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신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통신사가 의도적으로 LTE 속도를 늦출 이유는 전혀 없다”며 “LTE 속도가 저하됐다는 근거도 없고, 기술의 유무를 떠나서 LTE 고객도 5G 고객과 마찬가지로 전부 우리(통신사)의 고객인데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누리꾼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LTE의 속도는 5G상용화 이후에도 빨라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간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발표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자료에 따르면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2015년 117.51Mbp, 2016년 120.09Mbps, 2017년 133.43Mbps, 2018년 150.68Mbps으로 점차 상향됐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5G 상용화 후 오히려 LTE 속도↑… 전문가 “통신사, LTE 속도 낮추지 않았을 것”

정부 차원의 조사결과에서도 5G 상용화 전·후 기간 동안 LTE의 평균속도가 감소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현재 LTE의 다운로드 속도는 그전보다 향상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간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발표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자료에 따르면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2015년 117.51Mbp △2016년 120.09Mbps △2017년 133.43Mbps △2018년 150.68Mbps으로 점차 상향됐다.

이는 5G의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된 2019년과 2020년에도 마찬가지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2월 23일 발표한 ‘2019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58.53Mbps이다. 2018년 측정된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보다 전년대비 5.2% 증가했다. 2019년 LTE 평균 업로드 속도는 42.83Mbps로 2018년 43.93Mbps 대비 약간 감소했으나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통신사들의 기지국 증설과 서비스 품질 개선 등으로 LTE의 속도가 증가했다는 것이 과기정통부 측 입장이다. 일부 누리꾼들의 주장처럼 5G가입자 유치를 위해 통신사들이 LTE 속도를 낮추는 ‘사전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우리가 사진, 메시지, 영상 등을 받거나 홈페이지에 접속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통신속도인 ‘다운로드 속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용자들이 느끼는 ‘LTE 체감 속도’는 5G상용화 이후 느려진 것이 아니라 빨라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기술적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통신사 측에서 강제로 LTE의 속도를 낮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LTE와 같은 통신은 전송 대역폭이라는 것이 있는데, 보통 LTE는 100MHz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강제로 통신사에서 60MHz로 낮춘다면 LTE의 속도가 줄어들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신사에서 전송 대역폭을 줄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 상황을 보면 줄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만약 LTE 이용자가 폭증한다면 속도가 느려질 수는 있으나 오히려 지금은 5G로 이용자들이 양분되기 때문에 LTE 속도가 오히려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최종결론 : 사실아님
 

근거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2015~2019년)
-이동통신사 관계자 인터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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