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며 '23년' 연기 내공을 발휘 중인 안길강 / 뉴시스
두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며 '23년' 연기 내공을 발휘 중인 안길강 / 뉴시스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옴므파탈’과 ‘짠내’, 정반대의 두 색깔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야성미 넘치는 정육점 사장이었다가 현실판 중년 아빠로. 양쪽 캐릭터를 오가며 평일과 주말 안방극장을 매료시킨다. ‘23년 차’ 베테랑 배우 안길강의 연기에 한계란 없다.

1997년 영화 ‘3인조’로 데뷔한 안길강은 2006년 개봉한 영화 ‘마음이’에서 두목 역을 맡아 인지도를 구축했다. 당시 어린 아이들에게 구걸해 돈을 벌어오게 시키는 것도 모자라 무차별한 폭력을 휘두르는 존재감 강한 악역 연기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MBC ‘선덕여왕’에서 미실(고현정 분)의 호위무사 칠숙으로 분해 임팩트 있게 소화, 시청자들의 큰 사랑과 함께 ‘2009 MBC 연기대상’ 조연배우부문 황금연기상을 거머쥐며 연기력을 재입증했다.

40편이 넘는 영화와 30편에 달하는 드라마 활약을 통해 보여준 안길강의 폭 넓은 캐릭터 소화력은 이미 대중의 인정을 받았고, ‘명품 조연’ 타이틀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단역과 특별출연을 가리지 않고 안길강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이 지닌 다채로운 색깔을 드러낸다. 사형수(‘식객’)부터 광수대 팀장(‘부당거래’), 자동차 수집광(‘헬로우 고스트’), 체육관 관장(‘힘을 내요, 미스터리’)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고유의 색으로 소화하며 자신의 주가를 높인 그다.

스크린에서 ‘변신’을 맛봤다면, 브라운관 속 안길강은 코믹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캐릭터들을 주로 맡으며 ‘신스틸러’로서 제 몫을 다한다. 

코믹과 진지를 자유롭게 오고가는 현실적인 감초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안길강 / (맨 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역도요정 김복주', KBS2TV '오렌지 마말레이드', MBC '독둑놈, 도둑님', SBS '녹두꽃' 방송화면
코믹과 진지를 자유롭게 오고가는 현실적인 감초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안길강 / (맨 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역도요정 김복주', KBS2TV '오렌지 마말레이드', MBC '독둑놈, 도둑님', SBS '녹두꽃' 방송화면

KBS2TV ‘내일도 칸타빌레’(2014) 유원상 역을 시작으로, △KBS2TV ‘오렌지 마말레이드’(2015) △MBC ‘역도요정 김복주’(2016) △OCN ‘작은 신들의 아이들’(2018) 등에서 자식만을 바라보는 아빠 역을 맡아 코믹과 감동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부성애 연기로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또한 tvN ‘치즈인더트랩’(2016)을 통해 고집불통 가부장적인 아빠의 모습을 원작 웹툰과 높은 싱크로율로 표현하는가 하면, MBC ‘도둑놈, 도둑님’(2017)에서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이 시대의 아버지 장판수 역을 선보여 ‘2017 MBC 연기대상’ 주말극부문 남자 황금 연기상을 수상했다. 

‘명품 조연’의 안방극장 활약이 또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다. 안길강은 현재 KBS2TV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와 KBS2TV 수목드라마 ‘출사표’에 동시 출연하며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지난 3월 첫 방송된 KBS2TV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안길강은 용주시장 정육점 주인 양치수 역을 맡아 열연을 선보이고 있다. 오래 전 사별한 돌싱 캐릭터로, 백지원(장옥자 역)‧이정은(강초연 역)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작품에 쏠쏠한 재미를 더했다. 특히 안길강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속 더티 섹시의 진수를 선보인 류승룡을 연상시키는 터프한 고기 손질로 백지원을 두 번 반하게 만들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여심을 훔치는 '더티섹시' 옴므파탈과 짠내나는 아빠 연기를 동시에 선보이고 안길강 / (사진 좌측부터) KBS2TV '한 번 다녀왔습니다' '출사표'
여심을 훔치는 '더티섹시' 옴므파탈과 짠내나는 아빠 연기를 동시에 선보이고 안길강 / (사진 좌측부터) KBS2TV '한 번 다녀왔습니다', '출사표'

‘출사표’에서는 아빠 연기로 눈길을 끈다. 극중 구영태 역을 맡은 안길강은 평소엔 호통을 일삼는 가부장 끝판왕이지만, 삼식이가 되지 않기 위해 초등학교 보완관으로 일하는 전형적인 중년에서 노년으로 접어든 가장의 모습을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그려낸다. 겉으로 강한 척 하는 것과 달리 비를 맞으며 딸의 선거용 명함을 돌리는 등 어딘가 모르게 짠내 나는 모습은 작품의 현실감과 중독성을 더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든 두 작품 이후에도 안길강은 감초 연기로 브라운관을 찾아올 예정이다. 오는 10월 방영 예정인 tvN ‘구미호뎐’은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와 그를 쫓는 프로듀서의 판타지 액션 로맨스 드라마다. 이동욱, 조보아, 김범 등이 캐스팅돼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하반기 기대작이다. 

같은 시기에 두 작품을 소화한다는 것은 배우의 연기력을 실감하는 순간이 되곤 한다. 자칫하면 배우가 역할을 소화할 때 보이는 비슷한 패턴 혹은 색깔을 단번에 느끼게 만들기 때문. 이에 우연치 않게 출연작 방영 시기가 겹치게 되면 부담스러워하는 배우들이 적지 않다.

마치 다른 시기에 방영 중인 듯 각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특유의 감칠맛은 덤이다. 치명적 매력의 옴므파탈과 현실적 아빠의 모습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명실상부 ‘명품 조연’ 안길강의 막힘없는 열일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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