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놀면 뭐하니?' 속 환불원정대를 비롯해 '노는 언니' '여은파(여성들의 은밀한 파티)' 등 여성을 중심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최근 시청자들의 큰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 MBC '놀면 뭐하니?', E채널 '노는 언니', MBC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놀면 뭐하니?' 속 환불원정대를 비롯해 '노는 언니' '여은파(여성들의 은밀한 파티)' 등 여성을 중심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최근 시청자들의 큰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 MBC '놀면 뭐하니?', E채널 '노는 언니', MBC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유재석·강호동·이경규 등 대세 MC들만 봐도 과거 예능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예능에서 여성의 입지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박나래·안영미·장도연 등 여성 개그우먼들이 남성 진행자들 사이에서 영역을 넓혀나가며 예능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여성 중심 예능’ 열풍으로 예능의 중심에 선 여성 스타들. 예능 프로그램에 제대로 ‘여풍’이 불고 있다.

‘싹쓰리’의 열기를 이을 MBC ‘놀면 뭐하니?’ 새 프로젝트 그룹 ‘환불 원정대’의 탄생은 2020년 방송가의 여풍 흐름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남다른 카리스마로 어디서든 환불을 척척 받아올 것 같은 국내 가요계 대표 걸크러쉬 여성 가수들이 총집한 것. 이효리를 중심으로 엄정화·제시·화사까지 ‘센 언니’들의 만남은 방송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명의 언니들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기대 이상의 신선함을 선사했다. 리더를 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기 센 언니들의 ‘티키타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쫄깃함을 자아내며 단숨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효리, 엄정화, 화사, 제시로 구성된 '환불원정대'로 큰 인기를 구가 중인 MBC '놀면 뭐하니?' / 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이효리, 엄정화, 화사, 제시로 구성된 '환불원정대'로 큰 인기를 구가 중인 MBC '놀면 뭐하니?' / 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즉각 시청률로 반영됐다. ‘환불 원정대’의 첫 회동이 담긴 지난 8월 22일 방영된 ‘놀면 뭐하니?’는 시청률 1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데 이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TV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놀면 뭐하니?’는 9월 1주 토요일 비드라마 부분 18.68% 점유율로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환불 원정대’ 못지않게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은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다. ‘여은파’는 MBC ‘나 혼자 산다’ 스핀오프 버전이다. ‘나 혼자 산다’ 무지개 회원으로 활동 중인 박나래·한혜진·화사가 모여 파격적인 개성과 화끈한 입담을 자랑,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높은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TV 본 방송에서는 ‘순한 맛’ 버전을, 지상파에 미처 담지 못하는 자극적인 ‘매운 맛’ 토크는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골라보는 재미를 더하며 대중의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E채널 ‘노는 언니’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골프 여제’ 박세리를 비롯해 펜싱선수 남현희, 피겨스케이팅선수 곽민정, 수영선수 정유인, 배구선수 한유미 등 여러 분야의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오랜 선수 생활로 놀지 못한 한을 푼다. 

운동복을 벗은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신선함과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노는 언니' / E채널 '노는 언니' 방송화면
운동복을 벗은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신선함과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노는 언니' / E채널 '노는 언니' 방송화면

무엇보다도 게임을 하면서 승부욕으로 불태우는 베테랑 운동선수다운 모습부터 선수 생활 동안의 고충을 비롯한 자잘한 일상 이야기들로 가득 채우며 ‘노는 언니’들은 남성 스포테이너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준다. ‘여성 스포테이너’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 ‘노는 언니’의 탄생이 뜻깊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밖에도 지난 3일 첫 방송된 tvN ‘식스센스’가 오나라·전소민·제시·미주 등 여성 출연자를 중심으로 쏠쏠한 재미를 자아내는가 하면, KBS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박원숙을 비롯해 김영란·문숙·혜은이 등 중년 여성들을 앞세워 공감과 힐링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방송가에서 이어지고 있는 ‘여성 중심 예능 프로그램’들의 탄생은 긍정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다만, 여성을 예능의 중심으로 이끌어냈다는 ‘도전’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이러한 흐름은 한순간 뜨고 지는 ‘유행’에 그치기 십상이다. 여성 중심 예능 프로그램의 꾸준한 개발과 여성 출연진들의 지속적인 발굴이 이어질 때 ‘언니들’이 함께 공존하는 예능을 만들 수 있을 터. 2020년 예능 치트키로 떠오른 ‘언니들’의 활약을 계속해서 안방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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