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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이영지, ‘핵인싸’ 수식어에 숨겨진 진짜 가치
2020. 09. 14 by 이민지 기자 sisaweek@daum.net
'핵인싸'로 젊은 세대들의 큰 사랑을 얻고 있는 이영지 /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핵인싸'로 젊은 세대들의 큰 사랑을 얻고 있는 이영지 /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소녀’는 작고 연약한 존재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 어디에도 소녀를 작고 연약한 존재라고 한정지어 정의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선입견을 과감히 깨내는 ‘19살 소녀’ 이영지. ‘핵인싸’란 수식어에 감춰진 그의 진정한 진가다.

이영지는 지난해 4월 종영한 Mnet ‘고등래퍼’ 시즌3 우승자로 첫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프로그램인 만큼 위축될 수도 있을 터. “힙합은 (교복) 넥타이를 풀어헤쳐야 한다” “넌 힙합이 아니네”라고 말하는 남학생 사이에서 오히려 이영지는 기죽기는커녕, 여유있고 당당했다. 허세가 힙합이라고 믿는 또래 친구에게 “그런 힙합은 어디서 배운거야?”라고 직구를 던지는 한편, “너무 어렵다. 힙합 다시 배워야겠네”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의 모습은 카리스마 넘쳐 보이기까지 했다. 허세 보단 실력으로, 그는 최초 여성 우승자이자 최연소 우승자로 당당히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고등래퍼 3' 최초 여성 우승자 이영지 / Mnet '고등래퍼 3' 방송화면
'고등래퍼 3' 최초 여성 우승자 이영지 / Mnet '고등래퍼 3' 방송화면

같은 해 싱글앨범 ‘암실’을 발매하며 래퍼로 데뷔한 이영지는 ‘왈가’ ‘그냥’ 등 꾸준히 싱글앨범을 발표하는가 하면, 지난 7월 종영한 Ment ‘GOOD GIRL: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에서 1년차 새내기 래퍼답지 않은 랩실력을 선보이며 윤미래를 이을 유망주로서 존재감을 굳히고 있다.

무대 아래에서 이영지는 ‘핵인싸’로 통한다. SNS 팔로워 수만 해도 70만명이 넘는다. 독보적인 캐릭터와 유머러스함 그리고 걸크러쉬와 솔직함을 넘은 쿨한 매력까지. 그는 밀레니엄 세대가 말하는 ‘인싸’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나 SNS 라이브에서 보여지는 이영지의 허심탄회한 모습들은 한 번 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을 자아내며 젊은층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이영지의 솔직함은 어딘가 특별하다. 자신의 얼굴색을 두고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직접 찾아가 시비를 따져물은 것. 논란의 발단은 7월 27일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위키트리’에서 <“똥 못 싼 거 아니냐” 말까지 나온 오늘 자 이영지 안색>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하면서다. 해당 기자는 이영지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사진에 달린 댓글 중 일부를 기사의 제목으로 사용했다.

이에 이영지는 해당 기자를 직접 찾아가 ‘왜 기사를 작성했는지' 물었고, 당시 기자와의 만남을 직접 글로 작성해 8월 28일 <저 이영지입니다. 똥색 안색 논란 기사 작성한 기자 만났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위키트리에 게재했다. 그리고 이영지는 같은 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똥 가지고 기사 쓰시면 이런 사달이 일어나니 모두 조심하세요”라고 쐐기를 박았다.

스타의 SNS를 캡처해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서 나가는 기사들이 부지기수지만, SNS 게시물에 ‘기사 작성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하소연할 뿐 직접 기자를 찾아간 건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똥색 안색 논란 기사에 정공법을 보여준 이영지 / 이영지 인스타그램
똥색 안색 논란 기사에 정공법을 보여준 이영지 / 이영지 인스타그램

존재감을 드러낸 지 단 1년 만에 이영지는 신세대를 사로잡을 치트키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SNS 속 세계와 ‘라디오스타’ ‘힙합걸즈’ 등 각종 예능을 통해 그의 입담과 끼는 이미 증명됐다. 이에 이영지는 KBS 웹예능 ‘영지전능쇼’로 데뷔 단 1년 만에 단독 예능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베일을 벗은 ‘영지전능쇼’는 이영지가 KBS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영지적시점’으로 리뷰하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KBS Entertain’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나 자신을 나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자라지 않은 작은 형태의 나무지만, 밑으로 뿌리가 굉장히 깊고 얇고 멀리 뻗어있는 나무라고 생각한다. 바오밥 나무처럼 말이다.”

올해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이영지가 한 말이다. ‘소녀 이영지’는 연약하지 않다. 도전을 즐길 줄 알며, 어른들도 쉽게 하지 못하는 아닌 것에 아니라고 말하며 자신을 지킬 줄도 안다. 주체적으로 당당한 이영지의 모습이야말로 변화하는 2020년에 어울리는 ‘건강한 소녀’의 모습은 아닐까. 바오밥 나무처럼 성장할 그의 앞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