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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 밟는 자전거
[페달 밟는 자전거①] 코로나19로 ′자전거′가 돌아왔다
2020. 09. 30 by 권신구 기자 sgkwon28@sisaweek.com
그동안 소외됐던 자전거는 코로나19 여파로 대중교통의 위기가 도래하면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사람들의 입에선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 섞인 말들이 이어진다. 일상의 곳곳은 우울함이 가득하다.

그러나 ‘암(暗)’이 있으면 ‘명(明)'도 존재한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상은 잊어버렸던 것들을 되돌리기도 한다. 그 지점에 자전거가 있다.

◇ 코로나19가 불러온 대중교통의 위기

직장인 A씨는 요즘 같은 시대에 대중교통을 타는 게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교통의 경우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불안”이라며 “확진자가 제발 안타길 바라는 마음이 매번 든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원에 다니고 있는 취업준비생 B씨는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불안함은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버스회사에서 운행이 끝나면 어련히 알아서 소독을 잘하겠거니 생각한다”라면서도 “드물게 만원 버스가 되는 경우는 찝찝하긴 하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대중교통은 위기에 빠진 모습이다. 이동 인구가 줄어든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좁은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발길을 돌리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최근 대중교통 내에서 마스크 착용 문제로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공감이 간다고 했다. A씨는 “간혹 마스크를 벗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왜 저 사람은 마스크를 안 쓰고 있나’라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안감에 대중교통 이용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1월~8월) 대중교통 이용률은 20%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지난 2월 지역 사회로까지 확산되면서 38%까지 떨어졌던 대중교통 이용률은 차츰 증가하는 듯했지만, 이태원 집단 발병과 최근 수도권 확산세로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높아진 자전거 인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전거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과 밀접하게 접촉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이고, 바람을 맞다 보면 답답함도 사라진다는 게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들의 설명이다.

서비스직에 근무하는 C씨는 자주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몇 년 전 사둔 자전거를 이번 기회에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교통은) 밀폐된 공간에서 이동하는 동안 마스크를 절대 벗을 수 없다 보니 답답하다”며 “그런 점에서 자전거를 더 찾게 된다”고 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전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 대신 이동수단인 자전거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열린 데이터 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객수는 전년 동기대비 33.8%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중교통 대신 공공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래픽=이현주 기자

실제로 인터파크가 지난 5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전거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대비 25% 증가했다. 자전거 업체들의 매출도 상승했다. 지난 13일 공시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는 이번 상반기에 매출액 770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간 매출(570억원)을 상회했다.

자전거 구매율만 높아진 것은 아니다. 자전거를 출·퇴근용으로 짧게 찾는 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공유자전거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열린 데이터 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이용객 수는 전년 대비 30% 가량 증가한 1,049만8,54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63만1,840명이 더 이용한 것이다. 

연세대학교 바른ICT 연구소가 기온 등 원인을 제거하고, 시간 등을 고려해 진행한 연구 결과는 이같은 분위기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3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전 공공자전거 하루 평균 이용자는 4만5,452명이었던 반면 시행 후에는 7만7,966명으로 1.7배 늘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 9,862명에 그쳤던 것과는 달리 시행 후 1만6,889명으로 1.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퇴근길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선택한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로 자전거가 다시 인기를 얻는 분위기 속에, ′퍼스널 모빌리티′ 시대가 가까워진 분위기다. /뉴시스

◇ 퍼스널 모빌리티 시대 올까?

자전거의 매력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제대로 된 ‘힐링’을 느껴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여가생활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받는 실내 운동시설과는 달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퇴근 시간과 휴일에도 자전거를 자주 애용한다는 C씨는 “요즘에 부쩍 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육안으로도 확연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녁 10~11시에 자전거를 타러 자주 가곤 하는데, 늦어서 사람이 없는 시간인데도 (요즘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며 “날씨가 좋아서 앞으로도 더 많아질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일상에 스며든 자전거는 이제 하나의 ‘개인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도 자전거 이용객 증가에 따라 편의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서울과 대전 등 지역에서는 자전거 지하철 휴대승차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한편, 자전거 전용 도로 만들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는 청계천에 자전거 전용 도로를 착공할 계획이다.

코로나19가 숨을 불어 넣은 자전거 열풍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비단 국내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분위기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중교통을 대체할 ‘퍼스널 모빌리티’는 성큼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