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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코로나19 암초’ 만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선택
2020. 09. 15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무사히 개최될 수 있을까. (왼쪽부터)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무사히 개최될 수 있을까. 사진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로 25번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일정을 연기하고,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경우 취소 가능성도 있다. 또다시 큰 도전에 직면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위기를 딛고 무사히 개최될 수 있을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1일 임시총회를 열고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형식에 대한 안건을 논의해 10월 7일부터 10월 16일까지 열기로 했던 기존 개최 기간을 10월 21일부터 10월 30일까지로 조정했다. 추석 직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더욱 안전한 영화제 운영을 위한 결정이다.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1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월 직후부터 코로나19 1단계 상황에 맞춰 가능한 정상 개최를 하려고 모든 준비를 해왔다”며 “그러나 8월 중순 이후 상황이 급변해 영화제를 개최해야 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놓고 한 달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 결과 추석이라는 가장 큰 변수를 넘어서기 너무 급박하고, 엄중한 상황이라는 판단하에 불가피하게 2주를 연기해 영화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대단히 고민을 많이 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기된 개최 일정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지속되거나, 그 이상으로 격상될 경우 영화제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용관 이사장은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영화제 개최를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며 “티켓 발권이 시작되기 전인 10월 중순 경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이사장은 “영화제를 하지 못할 경우 온라인 개최에 대한 미련은 갖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우리가 고수하는 건 칸 국제영화제와 유사하다. 저작권 문제나 영화인들의 의사 존중, 관객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기본적인 걸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온라인 개최는 없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운영을 위해 개·폐막식, 야외무대인사, 오픈토크 등 관객이 몰릴 수 있는 행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 영화 관계자 초청도 진행하지 않고, 리셉션 및 파티도 모두 취소했다. 아시안 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 마켓, 포럼 비프 등은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영화 상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선정작 상영은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서만 진행되며,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관당 50인 미만의 관객만 수용한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GV(관객과의 대화)나 마켓 등은 온라인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진행하고 있지만,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영화 상영은 오프라인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길 기대하면서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최소의 인원이라도 극장에서 이 영화들을 만나게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하고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 대신 영화제 상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진은 2018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모습. /뉴시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 대신 영화제 상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진은 2018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모습. /뉴시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68개국의 192편 작품을 선정했다. 지난해까지 300여 편을 소개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숫자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예년에 비해 편수가 많이 줄었지만, 하나하나 주옥같은 작품”이라며 양보다 질적 가치를 강조했다.

개막작은 홍금보·허안화·담가명·원화평·조니 토·임영동·서극 등 홍콩 거장 7명의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이며, 폐막작은 이누도 잇신 감독의 동명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한 타무라 코타로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개막작으로 ‘칠중주: 홍콩 이야기’를 택한 것에 대해 “1950년대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부터 21세기 번영과 자유를 누리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향수 어린 음악과 함께 우리의 과거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며 “또 홍콩의 거장 감독들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모실 순 없지만, 온라인 행사를 통해서라도 그분들과 만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폐막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대해서는 “올해 많은 분들이 무력함과 답답함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폐막작으로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작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2003년 국내에서도 공개돼 호평을 받았던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주인공 조제가 바깥세상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사랑에도 동시에 눈을 뜨게 되는 성장영화”라며 “우리에게 따뜻함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많은 영화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연기 혹은 취소되거나 축소 운영된 가운데, 입소문을 탄 화제작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채울 예정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개최를 취소한 칸국제영화제의 공식 선정작 56편 중 23편이 상영된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프로그래밍과 관련해서는 예년에 비해 오히려 자유롭고 선택 폭이 넓었다”며 “올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갖고 올 수 있었고, 주요 영화제 선정작과 수상작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용관 이사장은 “이런 상황이 오게 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각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했다. 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방역 지침을 따르고,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 많은 바람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무사히 관객과 만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