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비상경제회의에서는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결정됐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한국 언론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 주요 배경에 대해 '언론의 정파성'을 지적하며 “어떤 언론은 정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국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는 주요 배경에 대해 “어떤 언론은 정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특정 언론이 정파성에 매몰됐으며, 이것이 언론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 기념으로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 대해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정파성에도 큰 원인이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1999년 5월 10일 지령 1000호 기념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로 기자협회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지난 2011년 문 대통령이 법무법인 부산의 변호사 겸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도 기자협회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다. 이번에는 ‘언론의 정파성’을 지적하며 언론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정파적인 관점이 앞서면서 진실이 뒷전이 되기도 한다”며 “특종 경쟁이 매몰돼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받아쓰기 보도 행태도 언론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 스스로가 ‘오로지 진실’의 자세를 가질 때 언론은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언론의 자유가 억압될 때 행간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알리려고 했던 노력이 언론을 신뢰받게 했다. 비판의 자유가 만개한 시대에 거꾸로 (언론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진실을 알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언론과 언론인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언론이 스스로의 사명을 잊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신뢰의 위기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에 기초한 비판, 국민의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제설정은 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라며 “언론이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는 국민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5개 중견국(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오스트레일리아) 협의체인 믹타(MIKTA) 의장국 자격으로 유엔 75주년 기념 고위급회의 대표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기자협회보와 인터뷰에서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기자협회보 인터뷰에서는 언론의 정파성을 지적하며 언론이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청와대

기자협회보가 현직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지난 1999년 5월 10일 지령 1000호를 기념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진행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2011년 법무법인 부산의 변호사 겸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도 기자협회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다. 이번에는 ‘언론의 정파성’을 지적하며 언론이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2011년 당시에는 ‘언론의 정파성’보다 ‘언론의 자유’가 화두였다. 문 대통령도 당시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토대”라며 “MB정부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가 크게 후퇴했다. 이것을 되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우리나라 정도 되면 언론자유에서 정치권력이 아닌 자본권력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며 “언론의 경영하는 자본, 사주로부터의 자유인데, 보수 언론은 게 안 되는 것이다. 사주의 이념과 이해관계를 대변한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또 2011년 문 대통령의 인터뷰에서는 보수 언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언론 스스로 권력화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 언론기관들은 권력화돼 있다. 정말 큰 문제”라며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비판기능을 악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번 인터뷰에서 “정파적인 관점이 앞서면서 진실이 뒷전이 되기도 한다. 일부 언론은 정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발언과 맥락이 같다. 또 지난해 10월 청와대 출입기자 초청 간담회에서 “진실을 균형 있게 알리고 있는지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은 언론의 보도 책임이다. 최근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법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언론시정 명령 법안,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 등의 법령이 등장하면서 언론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가장 바람직한 길은 언론 스스로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성찰하면서 자율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언론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잘못된 보도에 대한 정당한 반론권이 보장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형사사건 보도와 관련해서는 판결 확정 때까지는 무죄추정원칙 하에,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민의 알 권리와 조화시키는 균형 있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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