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은 중년층 차?… 이제는 젊은 세대에게 더 잘 어울려

/ 제갈민 기자
캐딜락 CT4가 용인 AMG 스피드웨이를 달리기 위해 피트 로드에 대기하고 있다./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용인=제갈민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캐딜락 차량은 그간 ‘중년층 이상의 어르신들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가 알게 모르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캐딜락코리아가 국내에 도입한 세단 CT4와 CT5는 중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2030세대를 공략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캐딜락코리아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AMG 스피드웨이에서 CT4&CT5 미디어 트랙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는 △CT4·CT5 서킷주행 △짐카나(슬라럼) 테스트 및 캐딜락 차량 공도 시승 2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했다.

행사 진행에 앞서 서영득 캐딜락코리아 대표가 부임 이래 처음으로 미디어 대상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영득 대표는 “최근 출시한 CT4·CT5를 평가받아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트랙에서 두 차량을 몰아보고 공정한 평가를 해 달라”고 운을 띄웠다.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CT4와 CT5는 기존 ATS와 CTS를 대체하는 후속모델로, 캐딜락 고성능 라인업 V시리즈의 DNA를 더했다. 이전 모델인 ATS와 CTS는 다소 밋밋한 차량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었다. 이랬던 차량들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두 차량은 비슷한 점이 많다. 먼저 동일한 엔진이 쓰인다. CT4와 CT5에는 직렬 4기통 2.0ℓ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이 엔진은 터보랙을 줄이면서도 엔진의 분당 회전수(rpm)가 1,500rpm 수준의 낮은 영역에서도 최대 토크를 뿜어낼 수 있는 ‘트윈 스크롤’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안정적으로 잘 달리기 위해 노면을 1초에 1,000회 노면 상태를 읽고, 밀리초(1,000분의 1초) 단위로 댐핑압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을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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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4 타이어와 휠, 브레이크. CT4는 콘티넨탈 타이어를 장착했으며, 빨간색 브렘보 브레이크 디스크를 확인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잘 달리는 만큼 제동도 안정적이면서 즉각적일 수 있도록 브레이크와 타이어에도 신경을 썼다. 캐딜락은 CT4와 CT5에 브렘보 브레이크를 기본으로 적용했으며, 타이어는 고성능 차량에 적합한 런플랫 타이어를 적용했다. 타이어 브랜드는 차별화를 했다. CT4에는 콘티넨탈 타이어를, CT5에는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했다.

이 외 다른 점으로는 변속기(미션)와 무게배분 등을 꼽을 수 있다. CT4는 8단 자동변속기, CT5에는 10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피트 로드에서 먼저 만나본 CT4와 CT5는 날렵하면서 세련미가 느껴졌다. 또 외관 디자인에서부터 잘 달릴 것 같은 느낌을 뿜어냈다. 특히 퍼포먼스 세단을 지향한 CT4는 서킷에 잘 어울렸다. 그러나 CT5는 차체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져 서킷 주행에 적합할지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용인 AMG 스피드웨이는 좌측 코너 9개, 우측코너 7개로 총 16개의 커브로 이뤄진 4.346km의 트랙이다. 출발 직후 연속된 4개의 코너가 위치한 첫 번째 구간은 프론트 그립 많이 사용하는 코스며, 이곳을 통과하면 가속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스트레이트 구간이 나타난다. 직선 구간 끝에는 완만한 코너가 위치하며, 이후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구간이 나타나는데 급격한 커브로 구성돼 있어 차체강성과 서스펜션 안정감이 강조되는 구간이다. 마지막 구간은 헤어핀코너로, 급제동과 브레이크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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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5 검은색. 중형차급이라 차체가 다소 길다. 그럼에도 서킷 주행 시 부족함이 없었다. / 제갈민 기자

먼저 시승을 한 차량은 CT5다. 스타트 시그널을 받고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CT5가 트랙에서 얼마나 잘 달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CT5를 타고 본격적으로 트랙을 달린 직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가속페달을 밟자 CT5는 스로틀을 활짝 열고 시원한 가속성능과 출력을 마음껏 뽐냈다. 첫 번째 섹터의 마지막 코너를 돌아나간 후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았음에도 속도는 순식간에 150km/h를 넘어 160, 170km/h까지 도달했다. 고속주행을 하면서도 불안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170km/h를 유지하며 직선구간 끝부분까지 달린 후 급제동을 해도 차량은 안정적이었으며, 원하는 속도까지 빠르게 감속을 행했다. 

이후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는 연속된 커브로 구성된 테크니컬 구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코너를 감아 들어가면서 빠르게 주행을 이어갔다. 피트 앞을 지나는 메인 스트리트를 지나 첫 번째 섹터 코너를 오버스피드로 진입하자 차량이 약간 바깥쪽으로 쏠리기는 했으나 CT5는 스스로 상황을 분석하고 차체를 제어해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왔다.

CT5는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의 중형 세단이지만 보기보다 서킷에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 스티어링 휠을 감싸고 있는 스웨이드 재질은 손에 착 감긴다. 마그네슘 패들 시프트도 주행에 재미를 더했다. CT5 트랙 주행을 마친 후 CT5를 탑승한 동료 기자들도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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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부에서 CT4와 CT5의 큰 차이점으로는 번호판 위치다. CT4는 번호판이 범퍼 부분에 장착됐으나, CT5는 트렁크 중앙부에 번호판을 장착한다. 사진은 CT4 흰색. / 제갈민 기자

이어 CT4로 차량을 바꿔 탄 후 코스에 진입했다. CT4는 CT5보다 차체가 작고 120kg 정도 가볍다. 덕분에 차량의 앞뒤 무게 배분을 50대50에 가깝게 설계를 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CT5보다 서킷을 달리기 유리한 CT4는 실제로 코너 주행과 고속 안정감, 감속 후 재가속 등 다방면에서 더 빠른 피드백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경쾌한 주행감이 일품이다. 형만 한 아우 없다지만, CT4는 결코 CT5에 뒤처지지 않는다.

연속된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빠르게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해도 CT4는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즉각적으로 바퀴의 조향을 틀었다. 차체가 가벼운 만큼 재빠른 가속성능도 일품이다.

트랙 주행을 마친 후 임의로 러버콘을 세워 만든 슬라럼 코스 주행도 CT4와 CT5를 번갈아 가며 경험했다. 역시 연속된 ‘S’자 구간과 원 선회 구간을 빠르게 통과하는 차량은 CT4다.

CT4는 CT5보다 조금 더 서킷에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 5,000만원대에서 역동적인 주행감과 럭셔리함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이만한 차가 없을 정도다.

주행할 때는 마치 두 차량 모두 안정감이 뛰어나 네 바퀴를 모두 굴리는 4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된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후 재차 확인을 해보니 후륜구동 기반의 차량임을 알 수 있었다.

엔진음은 정차나 주행할 때 모두 조용한 편으로 느껴졌다. 고속주행 시 창문을 살짝 열고 주행하면 ‘그르릉’ 대는 소리가 잘 들려온다. 스포츠 세단을 만들면서도 방음에 신경 쓴 부분으로 느껴진다.

/ 제갈민 기자
캐딜락 CT5 1열 실내. 스티어링 휠이 스웨이드 재질로 마감 처리됐으며, 가속페달이 오르간페달로 적용된 것을 볼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또한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두 모델 모두 가속페달을 오르간페달로 설치, 운전자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소비자들 중 스포츠 세단을 원하는 이가 있다면 시승을 꼭 해보길 권한다. 타 브랜드 동급 차량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도 한몫 한다. 그렇다고 성능이나 디자인, 편의사양이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CT4와 CT5는 그간 캐딜락의 이미지를 바꿔줄 수 있는 퍼포먼스 세단이다.

다만, 패밀리 세단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2열 공간이 다소 좁게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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