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는 모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는 모습.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벽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반도 종전선언은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사실상 용도폐기 된 상태였다. 특히 미국은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고, 남북관계는 교착관계에 빠져 있어 사실상 올해 내 대화를 나눌 가능성은 적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지금 시점에 다시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 한반도 평화의 시작 ‘종전선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 26분(한국시각·미 동부시각 22일 오후 12시 26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화상 회의 방식으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라며 “한반도에 남아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한, 일본, 중국, 몽골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도 제안하며 북한과의 협력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하며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종전선언, 남북관계 복원 위한 메시지

종전선언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속에 명시돼 있다. 판문점 선언 3조3항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자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개념으로 종전선언이 주목받았다. 같은해 9·19 평양선언 이후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꺼내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미 간에는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협상과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차원에서 정치적 선언의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언급하지 않았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남북관계가 냉랭해져 올해 개성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다시 화두로 꺼낸 것은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의지의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정권 후반기에 들어선 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제안이 사실상 마지막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연설에서 ‘방역·보건 협력체’를 공개적으로 제의한 것을 감안하면, 종전선언 메시지가 향하는 곳은 북한인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북한에게 남북 간 방역협력을 몇 차례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종전선언·동북아 보건방역협력체 모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남북 간 방역·보건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어 북한 이슈에 나서기 어렵다. 북한도 새 국가발전 5개년 계획 확정 발표를 내년 1월로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문 대통령도 이번 연설에서 미국과 북한의 참여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당위적 선언의 성격으로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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