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이 최근 대대적인 자사주 처분을 단행한 가운데,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신풍제약이 최근 대대적인 자사주 처분을 단행한 가운데,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에 주가가 폭등했던 신풍제약이 대규모 자사주 처분에 나서면서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자사주 처분에 대해 엇갈린 반응 및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상장사로서 부적절한 시기였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 코로나19 치료제로 급부상한 신풍제약

신풍제약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주인공이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25일 5,940원에 마감했던 주가가 지난 21일 장중 한때 21만4,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1년 새 무려 3,500% 주가가 오른 셈이다.

신풍제약은 1962년에 설립된 중견 제약회사로, 지난해 1,89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90억원이었던 것이 2018년 69억원에 이어 지난해 20억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약업계에서 존재감이 컸다고 보긴 어려운 곳이다.

이러한 신풍제약의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식시장의 관심이 제약업계에 쏠렸고, 특히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이슈까지 더해졌다.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신약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현재 피라맥스는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풍제약은 지난 22일 대규모 자사주 처분을 단행했다. 기존에 보유 중이던 자사주의 25%에 해당하는 128만9,550주를 홍콩 세간피 캐피탈 인베스트먼트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 것이다. 

처분가액은 이사회 결의일인 지난 21일 종가(19만3,500원)에서 13.7%의 할인율을 적용한 주당 16만7,000원으로, 총 2,153억원 규모다. 

◇ 자사주 처분 직후 주가 폭락

신풍제약의 이 같은 자사주 처분은 적잖은 논란을 몰고 왔다. 자금 확보를 위한 정상적인 활동이란 평가와 주가가 크게 들썩이며 폭등한 시점에 자사주 매각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서로 엇갈렸다.

우선, 신풍제약 측은 이번 자사주 처분의 배경에 대해 “생산 설비 개선 및 연구개발 과제 투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더욱 성장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처분한 자사주의 상당부분을 홍콩계 헤지펀드가 사들였다는 점 또한 향후 주가 흐름에 있어 긍정적인 기대를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란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싸늘한 시선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반대인 자사주 매각은 투자 등을 위한 자금 확보 방안이기도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향후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신호를 주기도 한다.

신풍제약 주가 폭등의 핵심요인인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현재 임상2상에 돌입한 것 외에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물론 기대할만한 요인이기는 하나, 뚜렷한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거에도 일부 제약사들의 주가가 신약 개발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다가 차질이 빚어지며 폭락한 사례가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자사주 처분 이후 신풍제약의 주가는 추락을 면치 못했다. 최근의 매서웠던 상승세가 순식간에 방향을 틀었고, 지난 22일 종가는 전일 대비 14.2% 하락했다. 장중 한때 하한가에 닿기도 했다. 엇갈린 평가 속에, 시장의 반응은 호재보단 악재에 무게가 쏠린 것이다.

신풍제약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14년 만에 자사주 처분을 단행해 2,153억원을 거머쥐었다. 이는 신풍제약의 평소 한 해 매출액을 가뿐히 뛰어넘을 뿐 아니라,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22배에 달한다. 

그리고 이 같은 자사주 처분은 가뜩이나 주가가 들썩이며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더욱 가중시켰다. 특히, 민감한 시기라는 점과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신풍제약은 자사주 처분에 따른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신풍제약의 진의를 떠나 오해와 논란을 부르기 충분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상장사로서 보다 책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신풍제약의 이번 자사주 처분은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기대를 받았음에도 신뢰를 저버렸던 일부 제약주들의 행보를 답습하는 것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크게 오른 일부 제약회사의 오너일가들은 앞서 대대적인 주식 처분으로 논란을 남긴 바 있다. 신풍제약 역시 지난 5월 오너일가 친인척이 보유 중이던 모든 주식을 처분해 192억원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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