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친문과 스킨십을 강화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친문과 스킨십을 강화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최근 대세론이 흔들리고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놓고 ‘자기 목소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친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당 대표가 된 후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서 이 대표가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임기 후반기인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점차 하락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실정이 부각되면 이 대표가 차별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대표 지지 그룹에서도 이 대표가 이제는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정대철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최근 <시사위크>와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총리였다. 총리는 대통령의 심부름꾼”이라며 “자기 입장을 밝혀서 존재할 수 있는 자리가 못됐다. 그건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느닷없이 대결 구도로 가면 이 대표에게 이롭지 않을 뿐 아니라 문 대통령에게도 이롭지 않다”며 “그러나 이제부터는 문재인 대통령 양해 하에, ‘내가 조금 다른 소리를 내고, 내 주장을 이제는 할테니까 이해하시오’ 하고 자기 목소리도 내고 건전한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려면 친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대표가 친문의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차별화 전략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 이낙연, ‘차별화’에 선긋기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는 사실상 “차별화는 없다”고 선포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대선주자로서 문 대통령과 차별화할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과) 차별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있는데, 그게 꼭 전제가 된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임기 절반 이상을 총리로 일했고 그만큼의 책임이 있다”면서 “마치 자기는 무관한 것인 양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게 도와야 하고,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정책을 때로는 보완·수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계승·발전시킬 책임이 제게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하는 인사들을 향해 ‘문자 폭탄’ 등을 이용해 공격을 쏟아붓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을 두둔했다.

이 대표는 “강성 지지자들이라고 해서 특별한 분들이 아니라 매우 상식적인 분들일 수도 있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떤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끊임없이 당의 대처나 당의 지향을 감시하는 감시자의 역할도 되기 때문에, 그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적으로 활용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친문 주자 인증’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60.77% 득표율로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대선주자로서 친문의 낙점을 받았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친문 세력이 유력한 ‘친문 적자’ 대선후보가 없기 때문에 일단 이 대표를 검증대에 올려 놓고 지켜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가 재임 기간 동안 당 대표는 물론이고 차기 대선주자로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재명 지사와의 지지율 격차도 더욱 커질 경우 친문이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친문 적자’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처럼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된 최종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을 경우 친문이 급격하게 김 지사에게 쏠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향후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대표를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계속 앞서고, 두 사람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경우 친문은 이 지사를 누를 수 있는 다른 주자를 고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 대해 “어떤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긍정적 으로 평가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 대해 “어떤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 ‘김경수’에 미련 못버리는 친문

친문이 김경수 지사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친문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경수 지사의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과 관련, “일단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주자는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지사가) 동안이라 그렇지 대선 때 55세면 어리지도 않다”며 “이재명 경기지사하고 별 차이도 안 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낙연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가능성에 선을 긋고 논란이 되고 있는 친문 강성 지지자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 친문 세력과 스킨십을 강화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친문 세력과의 관계 설정 문제는 앞으로도 이 대표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는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보다는 친문 세력과 공동 전선을 유지하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친문만 바라보고 가는 것은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향후 여당에 악재가 터질 경우 이 대표는 또다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친문의 눈치보기만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아직은 대권 행보를 하기는 이르고 지금 각을 세워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이 대표의 발언은 내년 3월까지 여당 대표로서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권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이낙연만의 차별화된 메시지, 이낙연만의 정치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며 “만약 이 대표가 그걸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볼 때 이낙연만의 새로운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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