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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담보] ‘뻔한 신파’에도 빛나는 이유
2020. 09. 25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가 추석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가 추석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CJ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993년 인천. 거칠고 까칠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 분)과 종배(김희원 분)는 떼인 돈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 분)를 담보로 맡게 된다. “담보가 무슨 뜻이에요?” 뜻도 모른 채 담보가 된 승이와 승이 엄마(김윤진 분)의 사정으로 두석과 종배는 아이의 입양까지 책임지게 된다. 

하지만 부잣집으로 간 줄 알았던 승이가 엉뚱한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승이를 데려와 돌보게 된다. 예고 없이 찾아온 아이에게 인생을 담보 잡힌 두석과 종배, 그리고 빚 때문에 아저씨들에게 맡겨진 승이까지, 세 사람은 어느덧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는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 두석과 그의 후배 종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하모니’(2010)로 사람에 대한 따뜻한 통찰력을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안겼던 강대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나친 신파 코드와 뻔한 전개가 아쉬운 ‘담보’. /CJ엔터테인먼트
지나친 신파 코드와 뻔한 전개가 아쉬운 ‘담보’. /CJ엔터테인먼트

‘담보’는 추석 극장가에 걸리는 영화답게 따뜻한 가족애를 그리며 뭉클한 감동과 공감을 선사한다. 혈연으로 얽힌 가족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인연으로 얽힌 이들이 시간이 쌓여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악연으로 만난 이들이 천륜이 돼 가는 모습이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중반 이후부터 지나치게 신파로 흘러가 아쉬움을 준다. 억지 감동을 끌어내려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특히 결말은 무리수적 설정이라는 느낌까지 든다. 연출자의 과한 욕심이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채업자가 한 아이를 담보로 맡게 됐다는 독특한 설정을 새롭지 않게 풀어낸 스토리다. 뻔한 전개가 예측한 대로 흘러가는 탓에 신선함을 전혀 느낄 수 없고,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캐릭터 활용법도 아쉽다. 김희원이 연기한 종배가 그렇다. 두석의 후배이자, 승이를 함께 돌보게 되는 종배는 따뜻하고 속정 깊은 인물이라는 설정인데, 착한 거 외엔 캐릭터의 성격이 드러나는 장면이나 대사가 딱히 없다. 두석과도, 승이와도 특별히 깊은 유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담보’가 빛나는 건 배우들의 열연 덕이다. /CJ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담보’가 빛나는 건 배우들의 열연 덕이다. /CJ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열연은 좋다. 극 중 까칠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사채업자 두석을 연기한 성동일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을 이끈다.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바탕으로 웃음은 물론, 감동까지 아우르는 연기로 마음을 흔든다. 또 어린 승이 역의 박소이, 어른 승이 역의 하지원과 흠잡을 데 없는 호흡을 완성하며 국민아버지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한다.

하지원과 김희원도 무난한 활약을 펼친다. 보물로 잘 자란 어른 승이로 분한 하지원은 밀도 높은 감정 연기로 몰입도를 높이고, 두석의 후배 종배 역을 맡은 김희원도 주어진 몫을 충실히 해낸다. 승이의 친모 명자를 연기한 김윤진도 울림 있는 연기로 극에 깊이를 더한다. 

‘담보’의 보물은 아역배우 박소이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어린 승이 역에 캐스팅된 박소이는 어린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도 높은 열연을 펼친다. 9살 아이의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부터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완벽 소화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아쉬움이 많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담보’를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러닝타임 113분, 오는 2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