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피격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되어 있다./뉴시스
북측이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 피격 사건 조사 경위를 담은 통지문을 보냈다고 25일 청와대가 밝혔다. 북측은 신분확인에 불응하고 도주하려 해 사격했고, 시신이 아니라 부유물을 태웠다면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데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사진은 피격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된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북한 측이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이하 A씨) 피격 사건의 조사 경위를 담은 통지문을 보냈다고 25일 청와대가 밝혔다. 통지문에는 A씨가 신분확인에 불응하고 도주하려 해 사격했으며,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태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가 우리 측에 보낸 통지문 전문을 소개했다. 북한이 보낸 통지문에는 지도부에 보고된 해수부 어업지도 공무원 피격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내용이 담겨있었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녕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하였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하여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측 해당 수역 경기담당 군부대가 정체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강녕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원 확인을 요구했지만 처음에는 한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한다”며 “일부 군인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행동으로 한 것으로 보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 경계 근무 규정이 승인하는 행동 준칙에 따라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고,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며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 미터 접근해 확인 수색했지만,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군인들은 불법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고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북측은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라는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가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자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또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한 데 대해 더욱 강조했다”고 했다. 끝으로 “벌어진 사건에 대한 귀측의 정확한 이해를 바란다”고 적었다.

서 실장은 통지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병마에 위협으로 신모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한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서 실장은 통지문과 관련, “공식 요청한 사안에 신속히 답신을 보낸 것”이라며 “사태 발생 경위에 대한 북측의 설명, 우리 국민에 대한 사과와 유감 표명, 재발 방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최근 친서를 교환한 사실도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고, 김 위원장은 12일 답신을 보내왔다. 친서에는 코로나19와 태풍 피해 등을 위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 실장은 “최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고, 친서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어려움과 현재 처한 난관들이 극복되면서 남북 관계 복원의 기대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고 전혔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남북관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에서 ‘시신을 태웠다’고 판단한 것과 북측이 ‘시신을 못 찾고 부유물만 태웠다’고 밝힌 것이 다른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군 첩보를 종합한 판단과 일부 차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북측에서도 현재까지 조사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의 이번 답신으로 우리 측이 요구한 재발 방지 요구가 충족됐다고 판단하는가’라는 질의에 “그런 부분은 검토해 필요한 부분과 정부가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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