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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행복권 톺아보기
[2020 시사위크 특별기획] Ⅲ. 아동학대
[어린이 행복권 톺아보기⑧] 보호해야할 이들이 학대의 주범
2020. 10. 02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자,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어린이가 행복하지 않은 사회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린이 삶의 만족도가 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어린이 행복권 신장은 우리 사회 화두에서 늘 벗어나 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어린이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나 인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우리는 어린이들을 잘 키우고 있다는 깊은 착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시사위크>는 2020년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 놓여있는 어린이 문제들을 톺아보며 어린이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건수는 3만45건으로 집계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건수는 3만45건으로 집계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출발점이 되는 것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동학대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담긴 아동학대

보건복지부의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총 3만45건 중 79.5%인 2만3,883건이 가정 내에서 벌어졌다. 이어 학교(7.6%), 어린이집(4.6%), 유치원(0.5%)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아동의 연령은 만13~15세가 전체의 23.5%를 차지했고, 이어 만10~12세가 21.8%, 만7~9세가 18.6%였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율 또한 높아지는 양상인데, 여기엔 각 연령대별 출생아수 차이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피해아동의 가족유형은 친부모가족이 57.7%로 가장 많았다. 시설보호 등 대리양육형태는 7.3%였다. 나머지 33.8%는 친부모가족 외 형태였는데, 이중엔 모자가정(12.1%)과 부자가정(11.0%) 3분의2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집계된 아동학대 건수는 3만45건으로 3만 건을 넘어섰다. 이 중 대부분이 가정 내에서, 친부모에 의해 이뤄졌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집계된 아동학대 건수는 3만45건으로 3만 건을 넘어섰다. 이 중 대부분이 가정 내에서, 친부모에 의해 이뤄졌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학대를 가한 행위자는 건수 기준으로 남성이 55.3%, 여성이 44.7%였다. 연령별 분포는 40대가 43.9%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6.9%로 뒤를 이었다. 이어 50대(15.4%), 20대(8.3%) 순이었다.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는 부모가 75.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친인척(4.4%)이나 부모의 동거인, 유치원·학교의 교직원과 같은 대리양육자(16.6%)를 더하면 96.6%가 아이를 보호해야할 주체에 의해 자행됐다. 타인에 의한 아동학대는 전체의 2.2% 수준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모 중에서도 친부모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학대행위자의 41.1%가 친부, 31.1%가 친모였다. 계부와 계모는 각각 1.9%, 1.1%로 나타났다. 

전체의 16.6%를 차지한 대리양육자 중에선 초·중·고교 직원이 7.2%로 가장 많았고, 보육교직원(4.6%), 아동복지시설 종사자(1.4%) 부모의 동거인(1.2%), 학원 및 교습소 종사자(1.1%) 등이 뒤를 이었다. 

학대유형은 우선 2개 이상의 유형이 중복되는 경우가 48.2%로 가장 많았다. 그중에서도 신체학대와 정서학대의 중복이 38.6%를 차지했다. 이어 정서학대가 25.4%, 신체학대가 13.9%로 나타났다. 성학대도 2.9%나 됐다. 

아동학대 유형별 피해아동 연령에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학대유형인 신체학대와 정서학대의 경우 대체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비중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여기엔 연령대별 출생아수 차이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방임의 경우 만1~3세가 24%로 가장 많고 피해아동 연령이 높아질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성학대는 만13~15세가 28%로 가장 많고, 만10세~17세가 전체의 70.4%를 차지했다. 특히 성학대는 다른 유형과 달리 피해아동이 여아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아가 74.5%, 남아가 25.5%였다. 

전체 아동학대와 성학대는 구체적인 양상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전체 아동학대와 성학대는 구체적인 양상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성학대는 학대행위자별 학대행위 유형에서도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다른 학대유형의 학대행위자는 모두 부모가 약 80%, 대리양육자가 약 15%, 나머지 5%는 친인척 및 기타가 차지했다.

반면, 성학대는 부모에 의해 자행되는 비율이 25.3%로 뚝 떨어졌고, 대리양육자에 의한 경우가 44.6%로 급등했다. 친인척 및 기타의 비율도 30%에 달했다. 

재학대 사례에서는 증가세가 확인된다. 지난해의 경우 3만45건 중 3,431건이 재학대 사례였다. 전체 아동학대에서 재학대 사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9.7%, 2018년 10.3%에서 지난해 11.4%로 증가하고 있다.

재학대 학대행위자는 친부모인 경우가 더욱 압도적이었다. 친부가 52%, 친모가 38.7%로 90% 이상이 친부모에 의해 자행됐다. 부모와 친인척을 합하면 97.4%에 달했다.

반면, 전체 아동학대의 16.6%를 차지했던 대리양육자는 재학대 사례에선 2.1%로 크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가족의 경우 아동학대 발생 이후에도 분리가 쉽지 않은 반면, 대리양육자는 수월한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또한 재학대 피해아동의 성별은 전체 아동학대와 달리 여아가 소폭 더 많았다. 학대유형은 전체 아동학대에 비해 중복학대(46.7%) 및 정서학대(29.4%)의 비율이 조금 더 높아졌다. 

결국 아동학대는 대부분 아이들을 보호해야할 장소에서, 보호해야할 주체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아동학대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한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학대유형 등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특징들이 확인된다. 대표적인 것이 성학대다. 전체를 놓고 봤을 땐 학대행위자의 75%가 부모로 나타났지만, 성학대의 경우 부모가 아닌 이들에 의한 것이 75%에 달했다. 

이 같은 특징들은 아동학대를 다루는데 있어 보다 세부적인 접근방식과 각각에 맞는 대책이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