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여야 외통위 상임위원들과 소회의실에 모여,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북한 노동당 중앙위 명의의 통지문에 대한 브리핑을 시청한 뒤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여야 외통위 상임위원들과 소회의실에 모여,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북한 노동당 중앙위 명의의 통지문에 대한 브리핑을 시청한 뒤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서해상에서 실종된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에 피살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야당은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비판했던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7시간’과 비교하며 사건이 진행된 시간대에 문 대통령의 세세한 행적을 공개하라며 거센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이에 당황한 더불어민주당도 25일 북한의 행태를 “야만적인 만행”으로 규정하며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측에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의 입장문은 정부가 이번 사건을 ‘반인륜적 행위’로 규정하며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조치를 촉구한 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앞으로 보낸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측은 우리 정부의 ‘시신을 불태웠다’는 발표에 대해서는 “사격 후 아무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고,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면서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고,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의 사과가 담긴 북측 통지문 전문을 발표한데 이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친서를 주고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 민주당, 북한 김정은 사과에 안도의 한숨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지난 6월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데 이어  비무장한 우리 국민에게 총격까지 가한 사건이 터지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관계가 다시 회복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또 정부가 이번 일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레임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북측이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남북관계 경색이 당장 완전히 풀리지는 않겠지만 일단 고비는 넘긴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한 것에 대해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며 “과거 북측의 태도에 비하면 상당한 정도의 변화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의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우리 국민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 어떤 것도 이유가 안되지만 북한이 재발 방지까지 약속했기 때문에 오늘의 사과 표명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안 의원은 향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앞으로 북측이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과 9.19 군사합의에 대한 이행을 실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기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며 “뿐만 아니라 최근 적게나마 쌓아온 남북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외교안보특위위원 긴급간담회에서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외교안보특위위원 긴급간담회에서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 국민의힘 “북한 사과 미흡”

민주당이 이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여파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너무나 미흡하다”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또 청와대와 정부가 북한이 우리 국민을 총격 살해하기까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밝혀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어떤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윤희석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우리 국민이 무참히 짓밟힌 초유의 사태를 친서 한 장, 통지문 한 통으로 애써 덮고 실수였다고 편들어주려는 것인가”며 “국민적 분노와 유가족의 슬픔을 생각한다면 이럴 수 없다. 북한의 사과는 너무나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국군의 날 축사에서 국민의 피살에 대해서 한 마디 발언도 하지 않았던 대통령, 북한 통지문에 제대로 반박도 않는 청와대”라며 “민주당은 오는 28일 북한 규탄 여야 공동결의문 채택과 함께 긴급현안 질의를 열어 국민이 참혹하게 살해되는 장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청와대와 정부에게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도 못했고 이번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사고 수습도 상식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며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국민들이 과연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국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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