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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와 독서
[코로나 시대와 독서②] 동네서점, 이중고로 시름
2020. 09. 30 by 서예진 기자 syj.0210@sisaweek.com

해가 짧아지고 계절이 바뀌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문구가 어울리는 날씨가 다가왔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지방자치단체들도 9월은 ‘독서의 달’로 지정하고 관련 행사를 통해 책읽기를 장려해왔다. 그러나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독서의 계절’도 다른 모습을 맞은 듯하다. 코로나 속에서 비대면 독서 행사가 생겨났고, 도서출판업계는 격변을 앞두고 있다. 또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책읽기에 집중하게 된 사람들도 존재했다. <시사위크>는 감염병 시대의 독서문화와 그 여파에 대해 알아보았다. [편집자주]

위축됐던 동네서점이 이제는 동네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사진 왼쪽부터 전북 군산의 한길문고와 서울 은평구의 니은서점. /한길문고, 니은서점 SNS
위축됐던 동네서점이 이제는 동네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사진 왼쪽부터 전북 군산의 한길문고와 서울 은평구의 니은서점. /한길문고, 니은서점 SNS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위기를 맞았다. ‘동네서점’도 역시 타격을 입었다. 가뜩이나 온라인서점의 강세로 힘겹던 이들에게 코로나19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36개월 이상, 또는 1년 동안 판매되지 않은 도서를 도서정가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동네서점, 동네 커뮤니티 중심으로

온라인서점이 강세를 보이면서 위축된 것은 대형서점이 아닌 작은 동네서점이었다. 몇 번의 클릭으로 손쉽게 책을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 더 많은 책을 찾아볼 수 있다는 다양성, 오프라인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큰 폭의 할인율 등은 동네서점이 온라인서점에 밀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동네서점은 ‘책방’의 기능 뿐 아니라 동네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기능도 겸하게 됐다. 젊은 서점주인들이 현대인들의 교류의 장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동네서점이 독서모임, 대화모임, 북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문화살롱’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유명해진 동네서점도 있다. 서울 사당동에 있는 ‘지금의 세상’, 경주 황리단길을 이끈 ‘어서어서 서점’, 군산 ‘한길문고’, 서울 연신내역 인근의 ‘니은서점’, 서울 통인동 ‘한권의 서점’ 등이 그곳이다. 이 서점들은 각각의 개성으로 인해 이름이 알려진 곳들이다.

매달 한 권의 책만 소개하는 ‘한권의 서점’, 25종의 책만 진열해두는 ‘지금의 세상’처럼 동네서점에는 대형서점·온라인서점에서 볼 수 없는 특색이 담겨있다. 각자의 취향이나 고유성이 살아 있다보니 동네서점에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파도가 이들을 덮쳤다. 커뮤니티의 기능을 하기 어려워졌다. 행사의 규모가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다보니 동네서점에도 손님이 줄었다. 방역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사람들도 온라인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에 서울시는 최근 시내 동네서점 150여곳의 정보를 한데 모은 온라인 플랫폼 ‘서울형 책방’을 열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해 주민의 문화공간 역할을 한 서점을 ‘서울형 책방’으로 선정해왔다. 온라인 플랫폼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동네서점 홍보를 위한 것으로, 서울형 책방의 서점별 문화 프로그램과 서점이 직접 제작·판매하는 상품 정보를 소개한다. 

하지만 동네서점의 고민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 사람들이 줄었기에 화상회의를 이용한 독서모임, 웹 강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와 만나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 서점주인들의 인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서점주인들은 적금을 깨거나 보증금을 깎아 먹었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매출 하락이 지속되자 규모가 작은 동네서점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1인출판협동조합 등 도서출판단체 회원들이 24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 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1인출판협동조합 등 도서출판단체 회원들이 24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 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동네서점의 복병, 도서정가제 개정 움직임

동네서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는 코로나19 뿐만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도서정가제가 개정될 상황이 닥친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팔 때 할인율을 15%로 제한 것으로, ‘개정 도서정가제’는 3년마다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오는 11월 개정 시한을 앞두고 있는데, 동네서점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도서정가제 유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3일 도서정가제에서 도서전 및 재고도서 적용 제외, 전자책 할인 확대, 웹소설·웹툰 적용 제외 등을 골자로 하는 ‘도서정가제 개선안’을 제시했으나 출판계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문체부는 도서정가제 타당성 검토 시한인 11월까지 개선안을 확정하고 법 개정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전국 100여개 서점들의 모임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8월 19일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하는 전국 동네책방들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정부가 돌연 ‘소비자 후생’을 이유로 도서정가제를 폐지 또는 후퇴시키고 전면 재검토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독서인구가 줄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독서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시간이 없어서’(19.4%, 책의해 조직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발간 자료)라고 조사된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도서정가제의 긍정적인 효과로 ▲독립서점 대폭 증가(2015년 97곳→ 2020년 551곳) ▲신생 출판사 증가(2014년 4만4,148개→ 2018년 6만1,084개) ▲신간 발행종수 증가(2013년 6만1,548종→ 2017년 8만1,890종) ▲도서만 판매하는 전국 ‘순수서점’ 수 감소세 완화(2013년 2331곳→ 2019년 2312곳) 등을 예로 들었다.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9월 24일 도서정가제 현행 유지를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서한에는 시민 1만921명이 서명했다. 공대위는 서한 전달에 앞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도 두 차례 대선에서 도서정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출판계와 정책 협약을 맺었다”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 도서정가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도서정가제를 도입한 국가는 16곳이다. 도서정가제의 목적은 지식 전달의 기초적인 매개체인 책이 시장주의적 가격경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전세계에서 도서정가제를 도입한 국가는 16곳이다. 도서정가제의 목적은 지식 전달의 기초적인 매개체인 책이 시장주의적 가격경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도서정가제의 쟁점

세계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채택하고 있는 곳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 16개국이다. 독일은 1888년 도서정가제를 제정, 현재까지도 지키고 있다. 프랑스 역시 1981년 문화부 장관이었던 자크 랑이 ‘랑법’을 공포, 도서정가제를 처음으로 법제화했다. 기본적으로 도서정가제는 지식 전달의 기초적인 매개체인 책이 시장주의적 가격경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책을 단순한 ‘소비재’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동네서점 및 문화출판업계에서 도서정가제 유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서정가제는 2003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2014년 11월 21일부터 적용된 개정안이다. 개정 이전에는 발간 18개월 이하의 출간물은 최대 10%, 19개월 이상은 무제한으로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었다. 경품 및 포인트 적립은 가격할인과 별도로 책 가격의 최대 10%까지 적용됐다. 개정 이후에는 발간 시기와 관계없이 할인율을 15%로 고정하고, 경품 및 포인트 적립도 가격할인과 별도로 책 가격의 최대 5%까지만 가능하게 됐다. 

이에 도서정가제 개정 이전에는 대형·온라인서점에서 엄청난 할인율을 적용하면서도 책 가격의 10%에 상당하는 사은품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대형·온라인서점으로 몰려들었다.

문제는 동네서점이었다. 동네서점과 대형·온라인서점은 책 매입가부터 다르다. 대형·온라인서점의 도서 매입가는 정가의 50~60% 수준이지만, 중·소형서점은 이를 70~75%에 매입한다. 이에 대형·온라인서점이 책 할인으로 매출이 줄어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늘어났으니 이익을 보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서점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도서정가제가 개정된 후에도 동네서점의 어려움은 여전했다. 대형·온라인서점의 홍보 및 매출에 의존하는 출판사가 여전하고, 동네서점과 대형·온라인 서점의 책 매입가도 여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동네서점 및 일부 문화출판업계 인사들은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 혜화역 인근에 있던 인문서점 책방이음 조진석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책방을 폐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도서정가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조 대표는 “현행 도서정가제는 10% 할인, 5% 적립, 무료배송이 가능하고 배송료는 건당 2,500원”이라며 “이 제도하에서 1만원의 책을 팔 경우 할인으로 1,000원, 적립으로 500원을 빼고 배송비로 2,500원을 지불하면 서점에서 총 4,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책은 7,000원에 동네 책방에 들어온다”라고 지적했다. 한 권을 팔 때마다 1,000원의 적자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도서정가제를 유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비판하며 “만약 할인을 더 많이 한다면, 할인을 할 수 있는 서점, 할인을 할 수 있는 출판사, 할인하는 책, 할인하면 더 많이 나가는 저자만을 위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