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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장애인 이동권
[갈 길 먼 장애인 이동권③] 물리적 제약에 가로막힌 ‘여행의 자유’
2020. 09. 30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이동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말이다. 누구나 당당하게 누려야 할 권리지만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에겐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권리다. 거리의 각종 높은 턱과 취약한 교통수단은 이들의 자유롭게 거리를 다닐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기 일쑤다. 2005년 ‘교통약자 이통편의 증진법’이 제정된 후, 장애들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시대 속에서 비대면 여행지들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장애인들의 여행 활동은 물리적 제약으로 더욱 위축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여행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여가활동 중 하나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행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도 비대면 여행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이번 명절기간엔 고향 방문 대신, 사람이 한적한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은 각종 물리적·사회적 제약으로 가벼운 여행조차 떠나기가 쉽지 않는 실정이다. 

◇ 비대면 여행지 ‘그림의 떡’… 코로나 시대에 더욱 커진 ‘고립감’ 

취약한 교통시설, 불편한 도보환경, 편의시설  부재 등으로 장애인들은 온전히 여행의 자유를 누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취약한 교통시설, 불편한 도보환경, 편의시설  부재 등으로 장애인들은 온전히 여행의 자유를 누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비대면 여행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면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한적한 산이나, 바다, 섬, 휴양림 등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특히 캠핑 여행지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최근 명절을 앞두고 예약 문의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비대면 여행을 통해서라도 숨통을 트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코로나19 시대에 장애인들의 사회적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여행 활동도 더욱 위축되고 있다.

서울에 살고 있는 남성 중증 장애인인 김민석(가명) 씨는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전 같았으면 명절 기간 친구와 여행이라도 갔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집에 있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근 비대면 여행이 대세로 떠올랐지만 보행 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보 환경이 좋지 않지 않거나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 곳이 상당해서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들의 여행·이동 환경은 썩 좋지 못한 게 현실이다. 취약한 교통시설, 불편한 도보환경, 배려 없는 편의시설 등의 여러 문제가 이들의 이동권, 나아가 여행의 자유까지 제약하고 있다. 특히 휠체어를 타는 중증 장애인들은 집 밖을 나가 여행지를 갔다 집에 돌아오는 전 이동 과정에서 더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여성 중증장애인인 문애준 전남여성장애인연대 대표는 “최근엔 코로나19 사태로 단체 여행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전엔 회원들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가는 등 꾸준히 단체여행을 시도해왔다”며 “조금씩 교통 인프라 및 관광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을 하고 여행을 즐기기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과거 단체여행에서 겪었던 불편을 털어놨다. 문 대표는 “단체 차원에서 십 수 년 전부터 단체여행 관광을 추진해왔다”며 “2007년도 회원 70명을 모시고 처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는 배를 타고 갔었는데, 슬펐던 점은 배가 화물을 넣기 전에 저희가 먼저 탑승해야 했다는 것이었다. 배에는 화물 싣는 엘리베이터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른 일반 승객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배에 탑승해야 했고, 반대로 내릴 때는 가장 늦게 하선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배에서 화물을 먼저 다 빠진 뒤에야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배에서 내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교통약자를 위한 별도의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불편이었다. 최근엔 선내 이동용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여객선이 조금씩 늘고 교통약자의 여객선 이용 과정에선 취약한 인프라 문제가 여전히 산재돼 있다.

여행지에서 이동 과정도 마찬가지다. 문 대표는 “이후 제주도 단체 여행에선 비행기를 타고 가본 적도 있다. 탑승 과정에서 이동지원 서비스가 많이 좋아져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문제는 공항을 벗어나는 시점부터 나타났다”며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리프트가 장착된 버스가 아니다 보니, 여성 중증 장애인들을 활동보조사가 일일이 들어서 버스에 탑승시켜야 했다. 관광은 너무 좋았지만 관광지역을 갈 때마다 오르고 내리고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제주는 국내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하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리프트 장착 전세버스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고 한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제주시가 교통약자 여행 환경을 개선을 위해 리프트 특장버스 도입 지원 사업에 힘을 쏟으면서 현재는 제주도 내에 10여대 정도가 리프트 특장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 접근가능한 여행지 한정… 리프트 장착 전세버스·승합차 교통 인프라도 ‘부족’

제주도에 위치한 교통약자 대상 전문여행사이자 사회적 기업인 두리함께 이보교 이사는 “현재는 11대 정도의 리프트 장착 버스가 제주도에 있다. 시에서 일부 지원금을 보조하면서 리프트 전세버스가 늘었다”며 “저희 본사는 자비로 리프트 특장버스 1대를 직접 구입해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 내 장애인들의 여행 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좋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예컨대 제주도 내엔 렌트카가 3만대 가량 있는데, 이 중 장애인이 쓸 수 있는 핸드콘트롤 차량은 세대 밖에 없다. 전동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승합 리프트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설공단은 휠체어탑승 설비를 장착한 ‘서울 장애인버스’ 2대를 도입해 지난 6월부터 운영을 하고 있다./서울시설공단 
서울시설공단은 휠체어탑승 설비를 장착한 ‘서울 장애인버스’ 2대를 도입해 지난 6월부터 운영을 하고 있다./서울시설공단 

제주 외에 다른 지역 상황도 마찬가지다. 서울, 경기, 부산, 성남, 부산 등 일부 지자체에서 1~2대 정도의 리프트 장착 특장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지만 수요에 비하면 운영대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다만 서울시에서 지난 6월부터 장거리 여행이 가능한 휠체어 이용가능 버스 2대를 추가로 도입하면서 도입률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리프트 특장버스 도입은 미진한 상황이다. 서울시설공단이 지난 6월 밝힌 내용에 따르면 에이블투어 등 민간에 운영 중인 휠체어 이용가능 버스는 4대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은 개별 관광 과정에서도 여러 불편함을 마주한다.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데다, 교통수단 간의 연계성도 취약해 이동 과정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이 많다는 게 장애인들의 얘기다. 여기에 보행 환경이 불편한 여행지와 열악한 편의시설, 숙소 및 식당 이용 제한, 정보접근성 한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문애준 대표는 교통과 여행 환경이 개선돼 많은 교통약자들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했다.

문 대표는 “많은 장애인들은 여행을 가고 싶어한다”며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저희 같은 단체가 중간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 전국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는 것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정부 차원에서 여행 및 이동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힘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전남권에 살고 있어 주로 지역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충북이나 경상도 지역 등 다른 곳도 가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