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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장애인 이동권
[갈 길 먼 장애인 이동권④] ‘장벽’ 허물고… 무장애여행이 나아갈 길
2020. 09. 30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이동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말이다. 누구나 당당하게 누려야 할 권리지만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에겐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권리다. 거리의 각종 높은 턱과 취약한 교통수단은 이들의 자유롭게 거리를 다닐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기 일쑤다. 2005년 ‘교통약자 이통편의 증진법’이 제정된 후, 장애들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편집자주>

정부가 최근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관광권의 증진하기 위해 ‘무장애여행’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정부는 그간 교통약자의 이동권 증진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인 논의를 이어왔다. 특히 최근엔 ‘무장애여행’ 인프라 구축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지자체들도 무장애여행지와 관련한 콘텐츠 개발에 분주하다. 하지만 장애인단체들와 여행업계에선 무장애여행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제도적인 변화와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무장애여행지·콘텐츠 개발 활발… 실효성은 ‘글쎄’

무장애여행정책은 누구나 물리적, 사회적 장벽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관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및 여행활성화를 위해 ‘무장애 제도와 ‘유니버셜 디자인’ 정책을 선제적으로 도입해왔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무장애여행 정책이 비교적 잘 정착된 곳으로 평가된다. 경기복지재단은 지난해 7월 ‘장애인 여행, 실태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 1970년대부터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중심으로 공공인프라 정비에 힘쓰면서 장애인 여행 활성화를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유니버설 투어리즘 정책은 정부차원의 실태조사와 제도 개선 등을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고, 지방정부는 관련 인프라 정비 및 체제 강화, 민간영역에서는 상품 개발 및 서비스 시행 등 다각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니나라 정부도 최근 몇 년간 교통약자 이동 편의 및 여행 활성화를 위해 ‘무장애여행’ 정책을 적극 도입해왔다. 열린 관광지 및 조성, 이동 및 편의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환경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무장애 관광지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법률적인 정비도 이뤄지고 있다. 2017년 장애인 관광차별 금지 조항 등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최근 무장애관광 관련 내용을 별도의 조례로 제정한 지자체도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한국관광공사는 무장애여행, 열린 관광지 공모사업을 통해 여행 환경지 개발 및 정보 제공에 힘써오고 있다. 또 국토부 차원에서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을 토대로 교통 환경 개선 관련한 정책 수립 및 시행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이동 및 관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장애인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여성 중증장애인인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획기적인 제도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교통 약자 뿐 아니라 전 국민의 보편적 교통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을 토대로 한 ‘교통기본법’이 제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홍 대표는 “현재 교통시스템은 교통약자 입장에서 친절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이러한 교통 환경은 단순히 교통약자만의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어떤 지역에 가보면, 차도는 있지만 인도가 없는 곳도 많다. 우리나라의 이동과 교통의 정책이 사람 중심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동차 등 교통수단을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 “교통기본법 제정해 교통시스템 전반부터 다 잡아야”

이에 전 국민이 각자의 상황과 무관하게 자유롭고 안전하게 교통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교통체계 전체를 다듬을 수 있는 상위법인 교통기본법이 필요하다는 게 홍 대표의 생각이다. 이렇게 기본 체계가 정비되면 국민 안에 포함된 교통약자의 이동 환경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는 “교통 이동권을 증진시기키 교통 시스템을 체계를 다잡을 수 있는 교통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장애인에 대한 이동권 보장이 아닌, 국민 전체의 교통권을 추구하는 교통기본법 제정해 정책적 전환을 시도한 상태다. 해당 교통기본법엔 이동의 권리를 법률적으로 명확히 보장하고 교통에 대한 기본 정책들이 담겼다.

우리나라에서도 10여전부터 교통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학계에서도 나왔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몇 차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제정엔 실패했다. 지난해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홍 대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익증진법’도 체질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정부가 장애인이나 교통약자의 이동권 증진을 노력하고 있지만 뜯어보면 ‘교통약자이동편익증진법’을 수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예컨대 실태 점검에 있어서도 교통수단 대수의 도입률이 얼마인지를 따져보거나 교통약자의 주관적 답변에 의존한 실태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이동이 잘 연결되는 지, 한 사람이 집 밖을 나와 돌아오는 과정까지 원만한지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리공학적 관점에서 한 사람의 장애인이 집을 떠나 돌아오기까지 전 과정을 다른 비장애인과 비교해보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지를 따져는 방식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교통약자의 이동 및 여행 환경을 위해선 정부 복지 확대만의 한계가 있다고 홍 대표는 지적했다. 교통·관광 관련된 민간시장에서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적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홍 대표는 “저는 타다가 ‘어시스트(장애인만 탑승되는 차량)’ 서비스를 도입했을 때, 새로운 이동시스템이 늘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는데 사업이 중단돼 안타까웠다”라며 “장애인이라고 반드시 콜택시를 이용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요즘은 돈을 버는 장애인이 늘었다. 1시간 기다려서 저렴한 장애인 콜택시 이용하느니, 20분 기다려서 타다를 타고 만원을 내겠다는 분들이 있었다. 우리는 장애인들을 복지대상으로만 보고, 이들이 소비력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장애인으로만 서비스 대상을 한정시키면 산업 육성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교통약자의 범위는 장애인뿐만이 아닌, 노인, 임산부, 일시적 부상자 등 다양하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이런 인프라 이용에 있어 주요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홍 대표는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교통수단 산업에 민간 택시나 버스업계에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장애인 콜택시나 특장버스 부족과 관련한 동맥경화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 시장을 확장시키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제도적인 손질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복지만으론 한계점 있어”… 민간시장 참여 확대·전문인력 육성 활성화 과제로  

‘무장애여행’을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사회적 기업인 두리함께는 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여행 환경이 구축되는 것을 통해 사회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무장애여행환경 구축을 위해선 민간 교통시장의 참여를 독려하고 전문적인 여행사 및 인력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보교 두리함께 이사는 “이 사업을 하면서 처음엔 울면서 다녔다. 식당에 예약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우리를 잘 안 받아줬다”며 “그런데 저희 회사의 이용 고객이 점차 많아지니까 식당에서 ‘손님이 안 오시냐’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식당업체가 스스로 바닥의 턱을 없애고 좌식 대신 입식 테이블도 놨으며, 장애인 전용 화장실도 만들었다. 여행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작지만) 세상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교통약자 자유로운 여행을 위해선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민간 전문여행사 구축 및 전문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보다 원활하게 여행을 즐기고 이동하기 위해선 전문적인 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이사는 “정부가 무장애여행 육성에 나서면서 관련된 콘텐츠는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교통약자의 개별 특성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전문여행사나 전문인력 육성엔 손을 놓고 있다”며 “무장애여행 관련된 여행사의 기능과 역할, 포지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서윤 대표는 무장애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었다. 홍 대표는 “무장애여행에서 ‘장애’는 신체적인 장애를 말하는 뜻하는 말이 아니다. 환경에 의한 장애물을 없애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장애여행 환경이 구축된다는 것은 교통약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물리적 장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동 개선 환경 개선이 문제가 전체 공동체의 이슈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