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올해 잇단 사망사고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은 올해 잇단 사망사고는 물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 중 가장 풍요롭다는 추석 명절이 성큼 다가왔다. 어느덧 한 해의 마무리로 접어드는 시기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2020년은 줄곧 어두운 소식으로만 가득차고 있는 모습이다.

◇ 거듭된 안전사고에 불법행위 논란까지

현대중공업은 올해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최악의 살인기업’이란 오명을 썼던 2016년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일주일 새 2건의 사망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5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열흘에 걸쳐 특별감독을 받은 바로 다음날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경영 최우선 가치를 안전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또 다시 추락사고가 발생해 외국인 근로자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불법행위와 관련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유용하는 등의 갑질을 저질렀다며 시정명령 및 9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해 군사기밀 유출 논란에도 휩싸였다. 현대중공업 및 군 관계자들이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이미 군사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KDDX 개발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최근 대우조선해양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으며 우위를 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후폭풍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파렴치한 도둑질”이라며 “훔친 기술로 7조원 규모의 수주를 가로챈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변광용 거제시장 역시 최근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찾아 KDDX 개발사업자 선정에 있어 재평가를 촉구했다. 이 사안은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 싸늘한 노사관계, 코로나19까지 침투

노사관계도 여전히 꽉 막혀 있다. 지난해 임단협이 해를 넘겨 추석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3일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섰다.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만 올 들어 7번째다.

1년 5개월, 60여차례의 교섭에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지난해 물적분할 과정에서 빚어졌던 충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추진에 나서면서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설립을 위해 물적분할을 단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반대하는 노조와 큰 충돌을 빚었고, 대규모 징계 및 소송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징계 철회와 해고자 복직, 소송 취하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임단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올해 임단협은 아예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다.

야심차게 추진하고 나선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디게 진척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6개 국가에서의 경쟁당국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데, 결과가 나온 것은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두 곳 뿐이다. 특히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EU에서의 심사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욱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최근엔 코로나19까지 현대중공업을 덮쳤다. 8월 중순 이후 국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나타난 가운데, 이달 초 현대중공업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한 것이다. 이는 대기업 국내 사업장에서의 첫 집단감염 사례로 큰 우려를 낳았고, 해당 사업장에 근무하는 2,000여명의 인력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했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은 안팎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올해 추석 명절을 맞게 된 모습이다. 추석 명절 이후에도 지속 또는 확산될 사안이 적지 않아 2020년의 마무리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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