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달로 달은 더이상 비밀에 쌓인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달은 우리에게 수많은 영감을 주며,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과학연구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오랜 세월 달은 우리 조상들에게 태양과 함께 가장 중요한 천체였다. 특히 보름달은 아름답고 고마운 신의 모습으로, 때론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고, 다양한 신화, 전설을 낳았다. 이처럼 과거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달은 경외와 비밀에 쌓여있는 존재였다.

안타깝게도 이제 달은 더이상 우리에게 비밀에 싸인 존재가 아니다. 20세기 들어 인간의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달에 대한 수많은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아름다운 달빛은 그저 태양의 빛이 반사된 것에 불과했으며, 옥토끼는 달에서 살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달에 대한 많은 비밀이 밝혀졌다해도 달은 우리에게 지금도 신비로운 존재임은 분명하다. 때문에 수많은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래우주과학의 중심지도 역시 달이다.

◇ 달, 신비의 존재에서 정복과 탐구의 대상이 되다

모르는 대상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본능이다. 난생 처음보는 장소를 여행할 때 느끼는 두려움과 묘한 흥분, 쾌감 등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호기심은 인류를 여기까지 발전시킨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심해, 우주 등의 거대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심도 이에 해당한다. 때문에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달이 과학자들과 모험가들에게 얼마나 매혹적인 존재였을지는 자명하다.

달에 대한 인류의 탐구심과 정복욕이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였다. 이 같은 사람들의 생각은 문화 콘텐츠에서도 반영됐는데, 이는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1865년작 소설 ‘달 세계 여행’이다.

이 소설은 세계최초의 SF(공상과학) 영화라 불리는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달나라 여행 (Le Voyage dans la Lune, 1902년)’로도 제작됐다. 이 영화는 최초의 SF영화뿐만 아니라 최초의 낭만주의 영화, 연속 컷팅을 최초로 사용한 영화 등 수많은 타이틀을 차지한 영화다. 당시 기준으로 매우 길었던 10분이 넘는 시간의 러닝타임도 관객들에게 엄청나게 큰 충격을 줬다. 

소설과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탑승한 원추형 캡슐을 ‘초대형 대포’로 쏘아 달로 보낸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포로 달나라로 간다는 것은 너무 황당하다”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는 당대 과학자들에게 현대 로켓 기술에 큰 영감을 줬다.

세계최초의 SF(공상과학) 영화라 불리는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달나라 여행 (Le Voyage dans la Lune, 1902년)’의 한 장면.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탑승한 원추형 캡슐을 ‘초대형 대포’로 쏘아 달로 보낸다./ 유튜브 화면 캡처
세계최초의 SF(공상과학) 영화라 불리는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달나라 여행 (Le Voyage dans la Lune, 1902년)’의 한 장면.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탑승한 원추형 캡슐을 ‘초대형 대포’로 쏘아 달로 보낸다./ 유튜브 화면 캡처

실제로 1903년 러시아의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는 소설에 등장하는 ‘대포’는 너무나 엉터리다라고 비판했지만, 대포와 비슷한 원리의 로켓과 같은 ‘발사체’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또한 지구 자전속도로 발사체의 가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포를 미국 영토에서 가장 위도가 낮은 지점에 대포를 설치해야한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는 실제 로켓 발사때 이용되는 과학원리이며, 소설상 대포가 설치된 장소는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와 거의 일치한다. 

이런 쥘 베른의 소설 달 세계 여행은 인류 역사에 가장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바로 미국의 ‘아폴로 계획’이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간 기술 대결이 극에 달했던 시절, 소련이 인류 최초로 우주에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렸다. 이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소련보다 달에 사람을 먼저 착륙시킨 후 귀환시킬 아폴로 계획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당시 미국 정부는 NASA(미국 항공 우주국)에 아폴로계획의 성공을 위해 무려 1,940억달러(현재 환율 환산) 한화 약 230조원을 투입했다. 

아폴로 계획은 9번째 미션만에 인류 역사를 바꾸게 됐다. 1969년 7월 16일 오전 8시 32분 미국의 아폴로 11호는 달로 출발했고, 마침내 1969년 7월 20일 달에 도착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이외의 천체에 인간의 발이 닿게된 것이다. 

비록 아폴로 계획의 시작은 냉전시대 국가간 위험한 경쟁에서 비롯됐지만, 인류과학기술발전과 우주개발의 기념비적인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말처럼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었던 셈이다.

인류의 달에 대한 탐구심, 정복욕이 집대성된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미국 NASA의 '아폴로 계획'이다. 약 1,940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는 마침내 1969년 7월 20일 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진은 아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남긴 발자국(좌측)과 닐 암스트롱이 동료 우주비행사 버드 알드린을 촬영한 사진(우측). / 픽사베이

◇ “아직도 모르겠다”… ‘달의 기원’은?

아폴로 계획의 성공으로 인류의 달 연구는 날개를 달았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달의 비밀은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귀환하면서 가져온 ‘월석(달을 구성하는 암석)’을 연구하면서 대다수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오랜 세월 인류가 신화, 전설 등으로 추측만해온 ‘달의 기원’을 이제 과학기술을 토대로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첨단과학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도 정확한 달의 기원은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다. 과학자들이 여러 가지 가설들을 제기하고 있지만, 어떤 가설이 가장 타당한지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고 있다.

전세계 천문학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대표저인 가설은 △형제설 △부부설 △충돌설 등이다. 형제설은 지구가 생길 때 달도 함께 생겼다는 가설이며, 부부설은 소행성인 달이 지구의 이력에 붙잡혀 위성으로 바뀌었다는 가설이다. 

이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충돌설’이다. 45억년전,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았던 지구가 화성 크기의 원시행성 ‘테이아(Theia)’와 충돌할 때 떨어져나간 파편의 일부가 달이 됐다는 가설이다. 테이아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셀레네’를 낳았다고 전해지는 티탄 족신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달에 직접 다녀오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달의 기원은 미스터리다. 그나마 45억년전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았던 지구가 화성 크기의 원시행성 ‘테이아(Theia)’와 충돌할 때 떨어져나간 파편의 일부가 달이 됐다는 가설인 '충돌설'이 유력하지만, 이 역시 최근 일본 연구팀에 의해 틀렸을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상태다./ 픽사베이

해당 가설은 우주비행사들이 가져온 ‘월석(달 표면의 암석)’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지구의 암석권과 같은 물질로 구성돼 있음이 밝혀지면서 힘을 얻게 됐다. 충돌 당시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고열로 인한 암석의 변성 흔적도 전체적으로 발견됐다. 또한 월석에는 탄소 성분이 거의 없었는데, 과학자들은 이것이 달과 테이아가 충돌할 당시 발생하는 고열로 탄소가 증발됐다는 증거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일본 오사카대학 지구우주과학과의 요코타 쇼이치로 부교수 연구팀은 일본의 첫 달 탐사선 ‘가구야’ 관측 자료를 분석해 얻은 연구 결과 충돌설이 틀렸을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요코타 쇼이치로 연구팀은 “월석 분석 결과에 따르면 탄소 성분의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달과 테이아의 충돌 당시 발생한 엄청난 열로 인해 휘발성 탄소가 전부 날아갔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였다”며 “하지만 달 곳곳에서 탄소 이온이 방출되고 지형에 따른 농도 차이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달에서 측정된 탄소이온양은 달 전체에 원래부터 탄소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달 형성 때부터 탄소를 갖고 있거나 이미 수십억년 전에 탄소가 달에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옛사람들이 그랬듯 현대에 와서도 달에 대한 미신은 과학이 결합된 음모론의 형태로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은 지구에서 관측이 불가능한 달의 뒷면에 나치 잔당들이 기지를 건설했다는 음모론이다. 황당하긴 하지만, 이 같은 음모론은 다양한 SF영화, 소설 등의 소재로 이용되곤 한다./ 영화 '아이언 스카이' 장면 캡처
옛사람들이 그랬듯 현대에 와서도 달에 대한 미신은 과학이 결합된 음모론의 형태로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은 지구에서 관측이 불가능한 달의 뒷면에 나치 잔당들이 기지를 건설했다는 음모론이다. 황당하긴 하지만, 이 같은 음모론은 다양한 SF영화, 소설 등의 소재로 이용되곤 한다./ 영화 '아이언 스카이' 장면 캡처

◇ “달에 옥토끼가 아니라 히틀러가?”… 달과 관련된 음모론들

비록 달의 기원이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달에 ‘옥토끼’나 ‘여신’이 살고있지 않은 것은 밝혀졌다. 하지만 옛 사람들이 그랬듯 달에 대한 미신과 전설은 현대과학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지구에서 관측할 수 없어 비밀에 싸인 ‘달의 뒷면’에 대한 음모론이 굉장히 많다.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는 27일로 일치한다. 때문에 지구에서 달을 보면 항상 같은 위치가 보여 달의 뒷면을 관측할 수 없다.

달의 뒷면에 대한 대한 음모론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나치’와 관련된 것이다. 달이 나치 독일의 총통이었던 아돌프 히틀러의 비밀기지라는 이야기다. 이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나치 독일 잔당이 달로 도망친 후 달의 뒷면에 지하기지를 세우고 지구침공을 계획 중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허무맹랑한 음모론의 배경은 나름 과학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당시 패망 직전의 독일은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 V-2로켓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V-2 로켓의 개량모델은 실제 우주로 쏘아올려지는데 성공한 바 있다. V-2로켓을 개발했던 책임자 독일의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와 기술진들이 미국으로 망명해 NASA의 창립멤버가 됐다. 그리고 브라운 박사가 이끌었던 계획이 바로 ‘아폴로 11호’다. 

이 같은 나치 달 기지설은 SF영화와 소설에서 단골 소재로 이용되고 있는데, 2012년 개봉했던 SF영화 ‘아이언 스카이’가 대표적이다. 주인공을 나치 잔당에서 ‘외계인’으로만 바꾼 ‘외계인 기지설’혹은 ‘외계인 생존설’도 존재한다. 이 역시 영화로 제작됐는데, 2011년 개봉한 ‘트랜스포머3’에서 센티널 프라임이라는 외계인이 잠들어 있는 것으로 묘사됐다.

다만 아쉽게도(?) NASA가 지난해 7월 18일 인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달에는 외계인 및 '나치 잔당' 등 어떤 생명체도 살고 있지 않는 듯하다. 해당 영상에서 NASA 과학자들은 “아폴로 11호에서 가져온 달 샘플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실험을 거듭한 결과 최종적으로 생명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달 자체에 관한 음모론뿐만 아니라 인류 최초의 달착륙 사건인 아폴로 11호 프로젝트도 조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해당 음모론자들은 사진에 표시(붉은 원)된 것처럼 성조기가 진공상태에서 펄럭이는 것이 조작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NASA측은 "지표에 성조기 막대가 접촉하는 순간 가해진 충격 때문"이라며 "진공상태에서는 공기저항이 없기 때문에 반동으로 깃발이 움직이면 오히려 계속해서 움직이게 된다"고 반박했다./ 픽사베이

아울러 달에 직접 다녀온 아폴로 11호 자체가 조작이라는 음모론도 존재한다. 음모론자들은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에서 촬영했다는 사진에서 하늘에 별이 없다’ ‘달 표면은 진공인데 왜 성조기가 펄럭이는가’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자체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음모론은 심지어 50년 넘게 끊임없이 논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NASA관계자들과 과학자들은 황당한 주장이라면서도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부 반박했다. NASA는 전문가들의 공식 설명을 통해 "당시 사진에 별이 찍히지 않은 것은 사진을 찍은 시간이 달의 기준에서 낮에 해당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진공상태에서도 성조기가 펄럭인 것에 대해선 “지표에 성조기 막대가 접촉하는 순간 가해진 충격 때문”이라며 “진공상태에서는 공기저항이 없기 때문에 반동으로 깃발이 움직이면 오히려 계속해서 움직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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