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수사’(감독 김봉한)가 추석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쇼박스
영화 ‘국제수사’(감독 김봉한)가 추석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셋업 범죄’라는 신선한 소재부터 추석 극장가에 어울리는 코미디와 수사물의 만남,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의 조합까지. 듣기만 해도 구미가 당기는 흥행 요소들이 가득한데, 이토록 ‘무매력’일 수 있을까. 웃음도 감동도 그 어떤 재미도 느낄 수 없는 영화 ‘국제수사’(감독 김봉한)다.

필리핀으로 인생 첫 해외여행을 떠난 대천경찰서 강력팀 홍병수(곽도원 분) 경장. 여행의 단꿈도 잠시, 병수는 범죄 조직 킬러 패트릭(김희원 분)의 셋업 법죄에 휘말려 살인 용의자가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현지 가이드이자 고향 후배 만철(김대명 분)과 함께 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형사 본능이 끓어오르는 마음과 달리 병수의 몸과 영어는 따라주지 않고, 필리핀에서 재회한 웬수 같은 죽마고우 용배(김상호 분)가 끼어드는 바람에 수사는 자꾸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촌구석 형사 병수는 무사히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까. 

‘국제수사’는 난생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 촌구석 형사 병수의 현지 수사극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 ‘보통사람’(2017)을 연출한 김봉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충무로 대표 연기파배우 곽도원이 데뷔 후 처음으로 코미디 장르에 도전해 기대를 모았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빛을 발하지 못한 ‘국제수사’ 스틸컷. /쇼박스
배우들의 열연에도 빛을 발하지 못한 ‘국제수사’ 스틸컷. /쇼박스

코로나19 여파로 몇 차례 개봉 연기 끝에 드디어 베일을 벗은 ‘국제수사’는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실망감을 안겼다. 헐거운 짜임새와 개연성 없는 스토리, 평면적이고 매력을 잃은 캐릭터에 도무지 웃을 수 없는 개그 코드까지 더해져 러닝타임 내내 한숨을 유발한다.

우선 ‘코믹 수사극’을 표방하지만, 웃음은 물론, 수사극의 긴장감도 주지 못한다. 코믹한 상황과 대사들이 쉴 새 없이 펼쳐지지만, 언제 어디서 왜 웃어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익숙한 유머 코드인 데다,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극의 흐름 탓이다. 그래도 한 방은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쿠키 영상까지도 ‘노잼’이다.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하니 긴장감 역시 떨어진다. 큰 줄기는 첫 해외여행을 떠난 병수가 필리핀 거대 범죄 조직이 설계한 셋업 범죄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살인 용의자로 전락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안에 너무 많은 것을 장황하게 담아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하나로 뭉쳐지지 않아 흐름이 뚝뚝 끊긴다. 신선함을 기대했던 셋업 범죄는 영화의 주요 소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뒤로 밀려나있다.  

‘국제수사’의 유일한 장점은 곽도원이다. /쇼박스
‘국제수사’의 유일한 장점은 곽도원이다. /쇼박스

캐릭터 활용법도 아쉽다. 특히 여성 캐릭터를 담아낸 방식이 아쉽다. 집이 경매에 넘어갈 상황이지만, 가족들에게 티 내지 않고 홀로 마음을 졸이는 병수와 달리 그의 아내는 결혼기념일을 잊은 남편 바가지만 긁는 철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미모를 이용해 병수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여성 역시 빠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여성은 서사의 중심에서 배제된 것은 물론, 시대착오적 시각으로 소비된다.     

영화의 유일한 장점은 곽도원이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연기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극을 이끈다. 연기력이야 두말 할 것 없고, 구르고 달리고 물 공포증까지 이겨낸 수중 액션까지 그의 고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서 결과물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러닝타임 106분,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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