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 사회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요동치는 집값과 이를 잡으려는 정부, 그리고 내집마련 또는 투자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이 한데 뒤엉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생활 필수요소인 주거문제에 각종 욕망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전혀 다른 주장과 해석이 서로 부딪히고, 소위 ‘가짜뉴스’도 쏟아지며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매일 같이 뉴스가 쏟아지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의 말이 맞는지, 왜곡되거나 특정집단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은 아닌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 실체적 판단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시사위크>가 부동산을 뒤집어본다. [편집자주]

지난 8월, 서울 아파트값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리포트가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값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리포트가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 사진=뉴시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서울. 아파트값. 평균. 10억. 돌파. 지난 8월 부동산과 관련해 발생했던 논란의 키워드들이다. 발단이 된 것은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서 발표한 리포트였다. 정확한 제목은 ‘서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 10억 돌파’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 2013년 5억원 초반에 머물던 평균 매매가격이 7년 만에 2배가량 뛴 수준이다. 부동산114가 2020년 7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가구(호)당 평균 매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동시에 처음으로 10억원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강남구가 최초로 20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강남3구와 마용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면서 서울시 평균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서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선 구를 살펴보면 △강남(20억1,776만원) △서초(19억5,434억원) △송파(14억7,738만원) △용산(14억5,273만원) △광진(10억9,661만원) △성동(10억7,548만원) △마포(10억5,618만원 △강동(10억3,282만원) △양천(10억1,742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영등포구와 중구 등 나머지 16개구는 아직 10억원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 같은 리포트는 수많은 언론보도로 이어졌고, 적잖은 논란을 낳았다. 우선, 일각에선 일부를 전체로 호도한 것이라며 가짜뉴스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억원을 넘긴 것은 원래 집값이 높은 9개구뿐이고, 나머지 16개구는 그렇지 않은데 이를 ‘서울’로 통틀어 지칭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이러한 지적이 오히려 가짜뉴스라는 반박이 나왔다. 각 구별 현황과는 별도로, 서울 전체 평균 역시 10억원을 돌파한 것이 맞다며 리포트 내용을 오독 및 폄훼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은 본질에서 다소 빗겨나간 측면이 있다. 다시 리포트와 이를 전한 언론보도로 돌아가 보자.

부동산114의 리포트를 정확히 짚어보면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정확한 의미가 흐트러졌다. ‘서울 아파트값 평균 10억 돌파’와 같은 제목이 봇물을 이룬 것이다. 

이는 자칫 모든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114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평균을 산출했다. 거래가 성사된 아파트들의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압도적 다수의 아파트값과는 무관하다.

리포트의 이면을 좀 더 들여다보자. 

A라는 지역에 100가구의 아파트가 있다. 이 중 10가구의 일반적인 시세는 100억원. 나머지 90가구의 일반적인 시세는 10억원이다. 이때 100가구의 평균 시세는 19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A지역에서 시세가 100억원인 아파트가 5채 거래됐고, 시세가 10억원인 아파트는 1채만 거래됐다. 6채의 거래, 총 매매가격은 510억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A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산출해보면 85억이 된다.

그렇다면, A지역의 평균 아파트값은 19억원일까 85억원일까.

이번엔 B지역에서 5억원짜리 아파트가 10채, 10억원짜리 아파트가 10채, 15억원짜리 아파트가 또 10채 거래됐다. 또 C지역에선 2억5,000만원짜리 아파트가 40채, 40억원짜리 아파트가 10채 거래됐다. 

그런데 B지역과 C지역의 평균 매매가격은 10억원으로 동일하다.

평균 매매가격은 통계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평균 매매가격은 통계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물론 부동산114의 리포트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완전히 무의미한 집계인 것은 아니다. 평균 매매가격과 그 변화 추이는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앞서 간단한 가정을 통해 살펴봤듯 통계의 함정이 숨어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대다수 아파트들은 표본에서 제외된다. 아마 이들 아파트의 대부분은 투기목적보단 실거주목적인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또한 지역별·평수별·가격대별 거래건수 등 세부적인 내용들도 빠져있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심어주는 키워드는 ‘서울, 아파트값, 평균, 10억, 돌파’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리포트나 언론보도를 접하면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해 평균 10억원이 됐구나”라고 인식하기 쉽고,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부동산114의 리포트에 강남3구·마용성 등이 평균 매매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언급과 관련된 설명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보다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서울 아파트값 평균 매매거래가 10억원을 넘었다는 것이다. 서울은 넓고 아파트는 많다. ‘서울 평균’이 내포한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선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과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평균 매매거래만 이야기한다면, 알맹이 없는 껍데기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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