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 사회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요동치는 집값과 이를 잡으려는 정부, 그리고 내집마련 또는 투자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이 한데 뒤엉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생활 필수요소인 주거문제에 각종 욕망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전혀 다른 주장과 해석이 서로 부딪히고, 소위 ‘가짜뉴스’도 쏟아지며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매일 같이 뉴스가 쏟아지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의 말이 맞는지, 왜곡되거나 특정집단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은 아닌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 실체적 판단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시사위크>가 부동산을 뒤집어본다. [편집자주]

재개발과 재건축은 낙후된 지역과 노후한 건물을 재탄생시킨다. 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여러 갈등과 혼란을 낳기도 한다. /그래픽=서종규 기자 /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재개발과 재건축은 낙후된 지역과 노후한 건물을 재탄생시킨다. 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여러 갈등과 혼란을 낳기도 한다. /그래픽=서종규 기자,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집값안정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꾸준히 대두되는 것이 주택공급의 확대다. 아울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는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빠지지 않는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부동산 관련 소식에서 무척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용어다. 다만, 재개발과 재건축 관련 소식은 주로 부정적인 내용인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재개발과 재건축은 무엇이며 어떻게 다르고 같을까. 또, 왜 그렇게 시끌시끌한 것일까.

◇ 재개발은 지역, 재건축은 건물을 재탄생시켜

재개발과 재건축은 크게 정비사업이란 테두리 안에 포함되며, 낙후된 지역 또는 건축물을 새로운 지역 및 건축물로 탄생시킨다는 점이 같다. 

사업추진 과정 또한 비슷하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모두 △기본 계획 수립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설립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 인가 △감정평가 △조합원 분양신청 △관리처분인가계획 수립 및 인가 △이주 및 철거 △일반분양 순으로 진행된다.

두 사업 모두 먼저 사업계획을 수립하면, 안전진단을 거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다. 이어 조합이 설립되고, 조합은 재건축과 재개발 공사에 참여할 시공사를 선정한다. 또 감정평가와 관리처분인가계획 등의 과정을 거친다. 원주민들의 이주 및 철거가 진행된 뒤에는 조합원 물량 외 일반분양이 이뤄진다.

가장 큰 차이점은 다시 재탄생시키는 대상이다. 재개발은 특정 구역, 즉 한 동네를 탈바꿈시킨다. 주로 낙후된 주거지역이다. 각종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 및 불량 건축물이 밀집된 지역의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재개발이다. 단순히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을 넘어 상하수도, 전기 등 각종 기반시설도 다시 구축한다. 

반면 재건축은 정비구역 내 특정 건물을 대상으로 한다. 단독주택 등도 재건축에 해당되지만, 오래된 아파트를 다시 짓는 것이 대표적이며, 주로 접하는 소식이기도 하다. 재개발과 달리 해당 지역의 기반시설은 그대로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통상 재개발은 ‘공공’이 성격이 강한 사업으로, 그에 비해 재건축은 ‘민간’ 성격이 짙은 사업으로 여겨진다. 또한 재개발 사업은 노후 건축물이 밀집된 지역을 대상으로 하지만, 재건축 사업은 준공 후 30년의 ‘허용 연한’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아울러 조합원 자격요건에도 차이가 존재하며, 규제지역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대형건설사간 과도한 수주 경쟁으로 인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도 했다./뉴시스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대형건설사간 과도한 수주 경쟁으로 인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도 했다./뉴시스

◇ 끊이지 않는 갈등과 잡음, 이유는?

이처럼 재개발과 재건축은 모두 기본적으로 낙후된 지역과 노후한 건축물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며,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도 끌어올리게 된다. 

하지만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재개발 및 재건축 관련 소식은 ‘갈등’ ‘난항’ ‘소송’ 등 부정적인 내용과 함께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극단적인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오래전부터는 물론,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재개발과 재건축을 둘러싼 잡음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근본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는 만큼,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충돌하는 것은 물론, 누군가의 이익으로 인해 소외 및 배제되는 이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령, 재개발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의 경제력에 따라 이익이 상충할 수 있다. 누군가는 재개발을 통해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반면, 누군가는 쫓겨날 처지에 놓이기도 하는 것이다. 재건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얻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재건축에 동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보상을 받고 떠나야 한다. 

뿐만 아니다. 재개발과 재건축 모두 이익집단화 양상이 나타나기 쉽다.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하는 욕망이 똘똘 뭉치면서 정부 및 지자체의 규제와 충돌을 빚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 수주를 노리는 건설업계의 경쟁도 재개발 및 재건축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혼란 중 하나다.

1979년 지어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0여년 넘게 재건축 사업을 진행중이지만, 내홍을 겪고 있다./뉴시스
1979년 지어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0여년간 재건축 사업을 추진중이지만, 답보상태에 놓여있다./뉴시스

◇ ‘진흙탕 수주전’ 한남3구역, 42살 은마아파트는 여전히 ‘지지부진’

올해 재개발과 관련해 가장 뜨거웠던 곳은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이라 불린 이곳은 다른 재개발과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많은 우여곡절과 진통을 겪었다. 2003년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얼마나 난항을 겪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최근엔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수주를 따내고자하는 건설업체들의 암투가 극심한 과열과 혼란을 낳은 것이다. 심지어 검찰 수사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현대건설이 최종 승자로 낙점됐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재건축과 관련해서 수년째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역시 은마아파트다. 1979년 8월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올해 42번째 생일을 맞았다. 최고의 입지조건을 자랑하는 이곳은 재건축을 추진한 것만 벌써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지어진 아파트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2003년 12월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조합 설립은 커녕 정비구역으로도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아파트의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했지만,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40층 이상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고수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에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층수를 35층으로 변경한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퇴짜를 맞았다. 

이후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정비계획안의 제출을 재차 계획했지만, 추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의 발생한 잡음으로 일시 중단된 상태다. 지지부진한 사업 과정을 지켜보던 주민들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새 추진위원장 선출을 두고 추진위원회와 갈등을 빚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추진위와 비대위 간 소송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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