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 사회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요동치는 집값과 이를 잡으려는 정부, 그리고 내집마련 또는 투자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이 한데 뒤엉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생활 필수요소인 주거문제에 각종 욕망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전혀 다른 주장과 해석이 서로 부딪히고, 소위 ‘가짜뉴스’도 쏟아지며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매일 같이 뉴스가 쏟아지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의 말이 맞는지, 왜곡되거나 특정집단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은 아닌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 실체적 판단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시사위크>가 부동산을 뒤집어본다. [편집자주]

매매가격지수는 부동산 관련 소식 중에서도 가장 자주 접하는 내용이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매매가격지수는 부동산 관련 소식 중에서도 가장 자주 접하는 내용이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부동산과 관련해 늘상 접하게 되는 소식 중 하나는 바로 각종 ‘지수’에 대한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매매가격지수’다. 매매가격지수는 매주·매달 발표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전해지며, 비중이 크게 다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엔 부동산 관련 사안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매매가격지수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집값 관련 논쟁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지수 및 해석이 근거로 제시되며 공방이 가열됐다. 

이처럼 매매가격지수는 부동산 관련 이슈에서 중요한 존재감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매매가격지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산출되는지, 또 얼마나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서로 다른 지수 및 해석이 충돌하는 상황 또한 혼란스럽기만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매매가격지수를 발표하는 것은 한국감정원과 KB리브온이다. 그렇다면, 매매가격지수가 도대체 무엇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최근 10주간 한국감정원과 KB리브온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 /그래프=서종규 기자

◇ 한국감정원의 매매가격지수, ‘공공’의 통계 

한국감정원은 부동산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신규 아파트 단지의 청약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주 및 매달 주택가격동향조사를 진행해 발표한다. 매매가격지수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9% 상승한 102.1로 집계됐다. 한국감정원은 매매가격지수의 상승을 매매값, 즉 아파트 가격의 상승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특히 그 추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반적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승폭이 커졌느냐 작아졌느냐에 따라 ‘집값 안정’ 여부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에 따른 격차도 확연하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측면도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상승했다면,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다만 대단지 아파트, 나홀로 주택 등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결과이기 때문에, 특정 단지의 매매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는 1986년 시작됐다. 이 조사는 주택법 제88조와 89조, 주택법 시행령 제91조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조사의 목적은 주택시장의 평균적인 가격 변화를 측정해 주택시장 판단지표 및 주택정책 수립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월간 단위로는 단독·연립주택 및 아파트를 모두 포함해 집계하고, 주간 단위로는 아파트만 집계한다.

조사 대상 표본 수는 전국 총 2만8,360호의 주택이며 이 중 아파트는 1만7,190호다. 조사 지역은 203개 내 시군구 내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다. 국토교통부에서 조사와 산정을 의뢰하고, 한국감정원에서 수행해 통계를 작성하는 구조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한국감정원의 매매가격지수는 2017년 11월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때의 지수가 100이다. 즉, 9월 21일의 102.1은 2017년 11월 대비 지수가 2.1p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기준점과 표본대상 등은 통상 5년 주기로 재설계된다는 것이 한국감정원 측 설명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표본조사이다보니, 연구용역을 통해 통상 5년마다 재설계를 한다“며 ”2012년과 2017년에 재설계가 이뤄졌고, 향후 연구용역 일정 및 시장 상황에 따라 재설계 시점은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KB리브온의 매매가격지수, ‘민간’의 통계

한국감정원과 마찬가지로 KB리브온 또한 전국주택시장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다만, 한국감정원과는 조사 대상과 기준시점 등이 다소 차이를 보인다.

KB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9월 21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9% 상승한 105.5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의 상승폭인 0.09%와 1%p 가량 차이를 보인다. 

KB리브온의 주택시장동향 조사 및 발표도 역시 1986년부터 이뤄졌다. 원래는 한국주택은행에서 담당해왔으며, KB국민은행과의 합병 이후에도 계속 해오고 있다. 한국감정원과 마찬가지로 월간 단위로는 모든 주택형태를 집계하고, 주간 단위로는 아파트만 집계한다. 

조사지역은 1개 특별시, 6개 광역시, 1개 특별자치시, 그리고 57개 시다. 현재 KB리브온의 표본 수는 총 3만6,300호, 이 중 아파트는 3만1,800호다. 한국감정원과에 비해 전체 표본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조사지역은 전국 172개구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다. 

KB리브온의 매매가격지수의 기준점은 2019년 1월이다. 이 역시 한국감정원이 2017년 11월인 것과 다르다. 통상 KB리브온은 2~3년 주기로 가중 값 및 기준시점을 변경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감정원과 KB리브온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차이 및 최근 변동률./표=서종규 기자

◇ 집값 두고 ‘갑론을박’… “성격이 다른 통계”

이 같은 차이로 인해 집값의 상승폭을 해석하는 시선이 나뉘기도 한다.

지난 6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KB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6억5,000만원이었지만, 2020년 5월 기준 9억2,000만원으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인용해 해당 기간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률은 14.2%라고 반박했다. 국토교통부가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인용한 것은 국가 공인 통계기관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표본수와 기준점 등 기준이 되는 정보와 두 기관의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애초에 두 기관의 통계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은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반면, KB국민은행의 리브온은 실제 금융권 대출 등을 영위하는 민간 기관인 만큼 주택시장 조사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표본수에서 두 기관이 차이를 보이고, 용도와 목적도 다르기 때문에 애초에 성격이 다른 통계”라며 “다만, KB리브온은 실제 주택 관련 대출을 해주는 기관인 만큼 주택시장 동향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한다는 점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단체와 정부가 집값을 두고 해석이 다른 것은 각각 자신에게 알맞은 통계를 내세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과 공공의 기관에서 내놓은 통계는 애초에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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