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는 ′지역화폐′ 전성기를 이끌어 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지역화폐가 전국을 달구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조원 규모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가 발행됐고, 이 중 5조8,000억원(96%)이 판매됐다. 인천과 경기도에서는 1조원 넘는 규모의 지역화폐가 발행되기도 했다.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도 230곳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지역화폐가 도입된 1999년 이후 21년 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토록 지역화폐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 코로나19로 지역화폐 활성화

지역화폐가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경제 위기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역경제가 침체될 경우 체력이 없는 소상공인들에겐 치명적이다. 지자체들이 하나같이 지역화폐에 시선을 돌리는 이유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지역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인 셈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역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게 지역화폐 본래 목적”이라며 “(지역화폐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효과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의 태동에는 대부분 굵직한 경제 위기가 있었다. 1999년 국내에서 지역화폐가 처음 태동한 것도 IMF 외환위기 때문이다. 대전 지역에서 활성화된 지역 품앗이 ‘한밭레츠’를 시작으로 ‘과천품앗이’, ‘성남사랑상품권’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는 미국내 지역화폐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위원은 2018년 <지역화폐의 개념과 국내 논의 현황>에서 “2008년 위기 이후 마이너스 금리, 양적완화 등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달러화 가치 폭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가화폐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확산됐다”며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는 여러 지역에서 연방정부의 통화정책에 반대하는 지역화폐 운동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복현 교수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경제 위기를 겪은 후 어려운 사람들이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끼리만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만들어 우리끼리만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지역화폐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5년에 892억원 발행에 그쳤던 지역화폐는 2020년에는 9조원을 기록하며 크게 늘었다. /그래픽=이현주 기자

◇ 첫발 뗀 지역화폐 

지난 6년간 지역화폐의 사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5년 892억원에 머물렀던 지역화폐 발행액은 2019년 3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지류(紙類)상품권으로만 발행됐던 것과는 달리 최근 카드·모바일 등 다양한 형태로 발급되고 있다는 점도 지역화폐 활성화를 이끈 원인 중 하나다. 

관련 법령 제정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근거 법률인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각 지역에서는 조례 제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등을 지역화폐로 공급하면서 처음 ‘맛’을 본 이용자들의 긍정적 평가가 호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경기도민 직장인 국모씨(20대·남성)는 “면접수당을 받아서 (지역화폐를) 사용해 봤다”며 “대부분 지역상권이 사용처로 등록돼 있어 편리했다. 딱히 불편한 점은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존재한다. 가맹점과 관련한 세세한 규정이 미비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자영업자들이 소비 활성화를 느낄만한 부분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사용처에 제한은 있지만, 프랜차이즈 등 점포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논란이다. 이들을 자영업자로 봐야 하는가에 관한 논쟁이 뒤따르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조복현 교수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다양한 경제 주체들을 다 이야기하기엔 복잡한 게 사실”이라며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가능한 만큼 한 걸음씩 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이러한 문제들로 정신에 맞느냐 아니냐 하는 건 바람직한 논의가 아닌 것 같다″며 ″서서히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성이 큰 곳부터 확대해 나가는 것이 본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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