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게임시장에서 판호를 발급받지 못한지 약 3년동안 미국, 일본, 유럽 등 경쟁국들의 게임은 꾸준히 판호를 발급받아왔다. 업계는 정치적 이슈가 선결돼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다. /뉴시스‧AP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게임시장에서 판호를 발급받지 못한지 약 3년동안 미국, 일본, 유럽 등 경쟁국들의 게임은 꾸준히 판호를 발급받아왔다. 업계는 정치적 이슈가 선결돼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다. /뉴시스‧AP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3년 가까이 중국 게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판호 재개 신호는 있었지만 올해는 사실상 중국 게임시장 진출이 무산될 조짐까지 보인다.

◇ 올해 외자판호 총 55개… 한국은 ‘0’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9‧10월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외국산 게임 28개에 대한 판호를 발급했다. 지난 3월에 발급한 판호 27개까지 합산하면 총 55개의 외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이뤄졌다.

국가별로 일본 게임이 12개로 가장 많았고 유럽이 9개, 미국이 5개, 동남아시아가 2개로 집계됐다. 이 중 한국 게임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판호가 발급되지 않았다.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하는 와중에도 미국 게임에 대한 판호가 발급된 것에 대해서는 현지 퍼블리셔와의 강력한 파트너십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정치적 이해관계, 게임 전반적인 내용보다 중국에 이익을 주는 게임들이 대부분인 만큼 한국 게임사들도 단순히 판호 발급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중국 게임 시장에 발맞춘 변화도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넥슨은 지난 8월 중국 현지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던 던전앤파이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서비스는 중국 최대 IT‧게임 기업 텐센트가 맡기로 했다. 그러나 과몰입 방지 시스템 업데이트를 이유로 출시 시기를 미룬 후 현재까지도 서비스를 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올해 초부터 중국 정부의 긍정적인 움직임에 업계는 기대감을 드러내왔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찾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도 추진됐고 이 자리에서 판호 재발급에 대한 움직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 주석의 방한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후에도 시 주석의 방한 및 판호 재발급 가능성은 꾸준히 언급됐지만 실제로 구체화된 부분들이 없어 국내 게임사들은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등 다른 게임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 동북아시아 e스포츠 대회도 무산… “올해 판호 재개 어려울 듯”

사실상 올해 판호 재발급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마지막 자리도 무산된 탓에 업계의 아쉬움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판호 재발급 가능성은 사상 첫 한중일 e스포츠 대회의 국내 개최에 따라 다시 급부상했지만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질 조짐이 보이지 않아 모든 행사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오는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제1회 한중일 e스포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 등 동북아시아 게임 시장의 인기 타이틀을 중심으로 열리는 사상 첫 국가 대항전으로 한중일 e스포츠 대회 이후에는 KeSPA와 중국오락문화협회, 일본e스포츠연맹이 국제회의를 가질 예정이었다.

부대행사로 열릴 예정이었던 ‘게임 문화 축제’도 연기됐다. 이 축제에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대형게임사를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네오위즈 등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행사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최근 중국이 e스포츠 산업을 띄우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고 한중간 e스포츠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시 주석의 방한이 어려워질 경우 판호 재발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급 인사와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중일 e스포츠대회가 무산됐고 한중 양국이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어려워진 만큼 올해는 사실상 중국 게임 시장의 판호 재발급은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했고 현지 퍼블리셔와 적극 소통하며 파트너십을 구축해왔음에도 판호 발급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로 국내에서 중국 고위 관계자를 만나는 것도 어려워져 올해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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