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거주 승객, 인천에서 집으로… 추가 발생 시간·비용 보상은 어디서?
에어부산 항공기, 인천→김해 승객 없이 회항… 1회당 2,000만원 손실
김해공항→부산역 선별진료소 이용 충분히 가능… 9월, 김해 입국 제안했으나 묵살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어부산의 직원 1인 평균 급여가 국내 LCC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에어부산 에어버스 A321LR. / 에어부산
에어부산이 김해~칭다오 노선을 재개했으나, 입국 일원화 조치로 인해 김해공항 입국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에어부산 에어버스 A321LR. / 에어부산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김해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사용하는 에어부산은 최근 김해(부산)~칭다오 국제선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 중 하나인 인천국제공항 검역 일원화 조치로 입국자들은 김해공항에 하기를 하지 못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 정책 탓에 이용객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부 정책은 항공사와 지방공항의 수익에도 직격타를 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영남권 지역항공사인 에어부산은 지난 15일, 김해~칭다오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해당 노선은 코로나19 여파로 운항이 중단된 지 약 8개월 만에 재개됐다. 에어부산은 김해~칭다오 노선을 매주 목요일마다 주 1회 운항한다. 운항 일정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35분에 김해공항을 출발해 칭다오 현지 공항에 오전 11시 35분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칭다오에서 오후 2시 5분 출발해 정상 일정대로면 김해공항에 오후 4시 30분에 도착한다. 하지만 인천공항 검역 일원화 정부 정책 지침에 따라 해당 항공편은 김해공항에서 급유만 진행한 후 인천으로 향한다. 이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김해공항에 내리지 못하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입국을 해야 해 사실상 인천공항 도착 시간은 오후 6시쯤으로 예상된다.

김해로 입국을 하는 여객은 대부분이 영남권 거주자들이거나 해당 지역을 방문해야 하는 일정이 있는 이들로 파악된다. 그러나 정부의 입국 일원화로 인해 국제선을 이용한 입국자들은 김해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후 전세버스를 이용해 선별진료소가 위치한 광명역으로 이동하고, 다시 영남권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광명역까지 공항버스를 이용할 시 약 1시간~1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또 KTX를 이용해 영남권으로 이동을 할 경우 서울역 기준 오후 7시 이후 열차를 이용해야 한다. 서울역에서 오후 7시 발차 KTX는 광명역을 오후 7시 14분에 지나치는데, 사실상 탑승이 불가능해 오후 8시 16분 KTX를 이용해야 한다.

해당 열차를 이용할 시 영남권 주요 도시 도착시간은 동대구역(대구) 오후 9시 51분, 부산역 오후 10시 37분이다. 거주지가 부산 등 경남권인 승객의 경우 5시간 이상의 시간을 더 허비하는 꼴이다.

비용도 추가로 소요된다. 인천공항~광명역 공항버스는 1만5,000원(KTX 탑승 시 1만2,000원)이다. KTX 비용은 부산까지 일반실 기준 5만7,700원이다. 이 경우 인천공항에서 KTX역사까지 이동하는데 드는 공항버스 비용과 KTX 비용을 합치면 약 7만원의 비용이 더 발생한다.

그러나 승객들의 이동 비용에 대해 정부 측은 보전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산시는 김해공항 국제선 확충을 위해 ‘2016 김해공항 국제항공노선 신규취항 항공사업자 공모’를 한다고 밝혔다.<사진=김해국제공항 홈페이지>
김해공항으로 입국자가 없는 상황에 사실상 김해공항 내 입점 업체들은 적자만 발생하고 있다. / 김해국제공항 홈페이지 갈무리

뿐만 아니라 항공사 측도 손해가 막심하다. 해당 조치로 인해 김해에서 급유 후 인천으로 향해 승객을 내려준 에어부산 BX322편은 다시 김해공항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승객을 태우지 못한 채 비행을 해야 한다.

에어부산 조종사 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입국 일원화 조치로 에어부산의 김해~인천 왕복 손해액은 1회당 약 2,000만원 수준이다. 한 달이면 1억원 수준의 적자가 발생하는 꼴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보전 대안 역시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 정책에 따를 뿐인데, 비용은 고스란히 항공사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또한 김해공항 내 입점 업체의 적자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간다. 김해공항으로 입국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사실상 해외입국자를 상대로 한 영업은 불가능하다.

부산시 측은 이러한 상황을 지난달 정부 측에 알리며 김해공항으로의 국제선 이용객 입국 허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에어부산 조종사 노동조합 측은 ‘김해공항 국제선 입항 허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에어부산 조종사 노조 측은 “정부는 반쪽짜리인 김해국제공항의 국제선 입국을 허가하라”고 운을 뗐다.

이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국제선 전 항공편의 인천국제공항 입국 일원화 정부 지침이 내려진지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현재는 지역 감염과 해외유입 모두 초기 단계보다는 호전됐다”며 “주변국의 상황을 봐도 입국 일원화 조치는 찾아보기 힘든데, (한국은) 인천공항 입국 일원화 조치를 해제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장의 조치가 어렵다면 최소한 김해공항 국제선 입국이 가능하게 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도 현재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이 칭다오 노선 탑승객을 165명 정도로 제한한 점과, 주 1회 운항인 점을 감안하면 김해공항~부산역 전세버스를 이용해 선별진료소 이동이 가능하고 해당 비용이 더 적게 발생한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김해공항 입국 요청을 묵살한 채 인천공항 입국 일원화를 고집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굳이 김해공항에서 방역 인력이나 장비를 별도로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토부 측은 김해공항 입국허용에 대한 부분을 지난달 관계부처 회의에서 논의를 거쳤으나, 아직까지 방역 문제로 인해 입국 일원화 조치를 해제할 수 없다는 결과를 보건복지부 측으로부터 받았고, 이후 김해공항 입국을 허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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