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 화법으로 여지를 남기면서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 23일 새벽까지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임기를 마치고 나면 정치를 하실 생각이 있냐'고 묻자 “지금은 내 직무를 다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향후 거취를 얘기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퇴임해 소임을 다 마치고 나면 우리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도읍 의원이 '국민에 대한 봉사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느냐'고 다시 묻자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NCND’는 정치인들이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기 곤란한 현안에 대해 주로 사용하는 화법이다. 정치인들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제3자의 해석에 맡기는 이 같은 화법을 즐기는 것은 향후 어떤 정치적 행보를 선택하든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함이다. 또 정치인이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켜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도 사용된다.

정치권에서 ‘대망론’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은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NCND’ 화법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는 윤 총장이 지난해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저는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은 없다”라며 정계 진출 여부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것과 확연히 차이가 있다. 윤 총장은 당시 “정치에 제가 사실 별로 관심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또 올해 초 일부 여론조사 기관들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 자신을 후보군으로 넣자, 대검을 통해 “정치할 생각이 없다. 여론조사 후보군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윤석열 발언 놓고 설왕설래

그랬던 윤 총장이 이제는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여지를 남기자 정치권에선 그 의도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윤 총장이 퇴임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26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총장이 명확하게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 밝히지 않은 것은 나중에라도 정치를 하게 될 경우 지금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아직은 윤 총장이 마음을 정하지 않았을 수 있는데 정계 진출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 윤 총장이 정계 진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잇따르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윤석열 대망론’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총장의 역할보다 정치에 더 뜻이 있다면 본인이나 검찰을 위해서도 결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최고위원은 “한때 ‘황나땡’(황교안 나오면 땡큐)이라는 말이 있었다. 지난 총선 결과로 ‘황나땡’은 틀리지 않았음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며 “보수 세력에서 이번에는 황교안 대망론의 새로운 버전으로 윤석열 대망론이 일고 있나 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명하복의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군사정권 하가 아닌 이상 정치의 공간에 잘 적응하고 리더십을 세우기 어렵다”며 “그래서 저는 감히 말한다.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지만 만일 그런 상황이 온다면 ‘윤나땡’이라 말하겠다”고 자신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자신의 몸값을 키워 여권의 공격을 견제하고 방어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총장이 언제든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을 지키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감 발언을 보니 윤 총장은 이미 검찰총장이 아니고 완전히 정치인이 됐더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총장의 ‘퇴임 후 국민 봉사 발언’은 결국에는 전략적인 발언”이라며 “왜냐하면 하도 여당 의원들이 괴롭히니까 나중에 나 정치할 수도 있어, 정도의 뉘앙스를 풍겨야지만 얕잡아 보지 않을 거다(라고 윤 총장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검찰총장 취임 초까지만 해도 실제 정치에 뜻이 없었지만, 여권과의 갈등이 깊어지자 여권의 공격을 ‘검찰 흔들기’로 보고 검찰을 지키기 위해 정계 진출을 결심하게 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총장이 무료 변론을 해주려고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한 봉사’를 언급했을 것 같지는 않고 상황에 따라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정도까지 생각이 바뀐 게 아닐까 한다”며 “이 정권 초기에는 자신에게 잘해주던 사람들이 자신이 무슨 ‘적폐’쯤 되는 것으로 얘기를 하니까 ‘욱’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야권이 자신을 지지해주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검찰을 지켜야 된다’ ‘정치가 검찰을 손대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는 사명감이 생기면서 정치를 할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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