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연매출 100억원 고함량 활성비타민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대웅제약, GC녹십자, 일동제약, 종근당
제약업계가 연매출 100억원 고함량 활성비타민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대웅제약, GC녹십자, 일동제약, 종근당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고함량 활성비타민과 같은 영양보충제의 인기가 뜨겁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의약품인 만큼 보다 꼼꼼한 성분확인 및 영양소 함유량 체크를 통한 제품선택이 중요하다. 체내에 흡수되고 남은 양은 체외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일부 수용성 비타민 역시 과량 섭취 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 비타민 판매량 매년 증가세… 서울대 교수 “영양제, 꼭 섭취할 필요는 없다”

올해 초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18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 내에 비타민제, 무기질제 등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식이보충제 복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005년 25.8%에서 2018년 49.8%로 증가했다. 한국인의 절반 정도는 영양보충을 위해 비타민과 같은 건강보조식품을 챙겨 먹는 모습이다.

한국인의 영양제 섭취는 2018년 이후에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8년 임팩타민·비맥스·메가트루·벤포벨 등 고함량 활성비타민 제제와 아로나민과 같은 종합비타민 브랜드 9종의 총 판매량은 약 1,500억원 정도에 달하는데, 2019년 판매량은 이보다 약 200억원 정도 더 증가했다.

종합비타민 9종의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종합비타민 판매량은 약 800억원이었으며,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이보다 소폭 증가한 817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이러한 종합비타민은 대부분이 활성비타민B군이 고함량 함유돼 있다. 제약업계 측에서는 활성비타민이 생체이용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약효가 빠르게 발현돼 육체피로와 눈의 피로. 신경통, 근육통 개선, 구내염 회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올해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면역력에 대해 관심이 높아져 종합비타민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의료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영양제를 무조건 섭취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끈다.

권혁태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증진센터 교수(가정의학과)는 서울대병원 네이버 공식 포스트 Q&A를 통해 “꼭 먹어야 하는 영양제는 없다. 우리나라(한국인)에서는 칼슘 정도가 결핍 된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서양인들보다 유제품을 덜 섭취하는 편이라 칼슘만 부족한 것으로 나오고 그 외 나머지 필수 영양소 중 결핍이 되는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영양소 과잉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마다 필요한 영양소는 당연히 다른데 어떤 사람이 심하게 편식해서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다면 그에 맞는 영양제를 처방할 수 있다”며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종합비타민을 추천 드린다”고 덧붙였다.

비타민도 과잉 섭취 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섭취량에 주의해야 한다. / 픽사베이
비타민도 과잉 섭취 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섭취량에 주의해야 한다. / 픽사베이

◇ 비타민, 다다익선? “NO”… 수용성·지용성 무관, 과잉증 부작용 있다

실제 전문가들의 견해처럼 비타민과 그 외 성분들을 과량 섭취할 시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최근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고함량 활성비타민 제제는 비타민B군의 함유량이 보통 50~100㎎ 정도 수준이다. 여기에 비타민C·D·E 등과 아연(Zn)·마그네슘(Mg) 등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고함량 활성비타민 제제를 섭취한 후 속 쓰림 증상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비타민B3 니코틴산아미드(나이아신)의 용량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니코틴산아미드의 대표적인 효과는 △혈중 중성지방 및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피부 수분 유지 △당뇨병 치료 및 항노화 작용 △고지혈증·고혈압·심혈관 질환에 효과 등이 있으며, 이와 함께 위산분비를 촉진한다. 이 때문에 비타민B3 성분인 니코틴산아미드를 과량 섭취할 경우 위산분비가 활발해져 소화흡수가 빨라질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속쓰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사나 약사들은 고함량 비타민제제 섭취 시 식후 섭취를 권장하며, 그럼에도 속 쓰림 현상이 지속되면, 비타민B3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으로 바꿔 섭취하는 것을 권한다.

대표적인 수용성 비타민으로 알려진 비타민C도 과량 섭취 시 속 쓰림이나 설사, 구토, 복통, 소화불량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비타민C 하루 섭취권장량은 비타민C 교체율과 소모율, 소변으로 배출량, 비타민C의 흡수율(약 85%), 식품 조리 시의 손실 등을 고려해 성인 기준 1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하루 평균 비타민C 섭취량은 평균 175㎎ 정도로, 성인 권장섭취량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1일 권장섭취량보다 조금 더 많이 먹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하루 1,000㎎을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권혁태 서울대병원 교수는 서울대병원 공식 포스트를 통해 “비타민C가 수용성이라 많이 섭취하더라도 소변으로 배출돼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비타민C 조차도 과용할 시 눈과 콩팥에 해로울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적정량 섭취를 권했다. 

이 외에도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A·D·E·K 등은 과량을 섭취할 경우 채외 배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체내 지방에 축적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비타민A 과량 섭취시 황달·비장 비대·두통·구토·점상 출혈 등의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은 비타민A를 성인이 1만5,000㎍(5만IU, IU=국제단위), 어린이가 6,000㎍(2만IU) 이상 매일 섭취할 경우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의학협회 식품영양위원회는 성인의 비타민A 최대 허용량을 하루 3,000㎍(1만IU)로 지정했다.

비타민D 부작용은 칼슘의 흡수를 지나치게 촉진해 심장·폐 등 연조직에 칼슘 침착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신장 결석이 생길 수도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는 이러한 부작용은 비타민D 하루섭취량이 1만IU 이상인 경우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비타민D 보충제의 비타민D 함유량은 4,000~5,000IU 정도로 하루 한 알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는 정도다.

아연 함유량이 많은 축에 속하는 식품. / 게티이미지뱅크
아연 함유량이 많은 축에 속하는 식품. / 게티이미지뱅크

◇ 아연, 과량섭취 시 구리·철분 결핍 증상 나타날 수도 

고함량 활성비타민 제제에는 비타민B군과 C·D 외에도 아연과 마그네슘,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등 성분도 함께 함유하고 있다. 부가 성분 중 대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고함량 활성비타민 제제에서 아연 함량이 다소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정 제품에서는 아연 함량이 하루 상한 섭취량 이상에 달해 아연을 고함량으로 필요한 환자가 아닌 일반인 기준으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장기간 복용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시중에 판매하는 고함량 비타민 제제에는 일반적으로 아연을 20∼25mg 정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이미 1일 아연 권장섭취량을 넘어서는 양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5년 배포한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아연의 1일 권장섭취량은 15∼49세 남성 기준 10㎎이다. 임신부나 수유부의 경우 2.5㎎이나 5㎎ 정도를 추가 함유하는 것을 권장했다.

실제로 고함량 비타민 제제 중 대표적인 제품 몇 가지를 놓고 비타민 1정당 아연 함유량을 비교해 보면 △GC녹십자 비맥스메타 24.1㎎ △대웅제약 임팩타민 프리미엄 15㎎ △종근당 벤포벨 24㎎ △유한양행 메가트루 파워 25㎎ △일동제약 엑세라민 엑소 25㎎ 등이 포함돼 있다.

제약사들이 고함량 비타민 제제에 아연을 20∼25mg 수준으로 포함한 이유로는 하루 3끼를 챙겨먹는 사람은 보통 음식물을 통해 아연을 10∼15mg 정도를 섭취할 수 있어 상한 섭취량을 감안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적은 양은 아니라 전문가들은 고함량 활성비타민을 장기간 복용 시 섭취를 일시 중단 후 다시 섭취하는 것을 권한다.

뿐만 아니라 엑세라민 프로에 함유된 아연의 함량은 50㎎에 달한다. 이는 타사 및 자사 타제품 대비 많은 양이 함유됐으며, 성인 1일 권장 기준치를 초과했을 뿐만 아니라 상한 기준치까지 초과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1일 상한 섭취량은 성인 남성·여성 모두 35㎎ 수준이며, 외국의 경우 40㎎ 정도다. 엑세라민 프로는 권장 기준치를 5배 초과하며, 국내 상한 섭취량 기준보다도 15㎎이나 더 많다.

아연은 체내에 중요한 미네랄로 알려져 있다. 적정량을 섭취할 경우, 체내에서 △DNA·RNA 합성 관여 및 DNA 손상방지 △면역 기능 조절 △정자 성숙 및 배란 관여 △신체 성장과 발달 △혈중 비타민A 농도 조절 △전립선 비대증 예방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기준을 초과한 과량을 섭취할 경우 위장 장애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등의 위장 장애 부작용이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함께 △발열 및 발한(땀 분비) △구리 및 철분 흡수 방해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구리는 체내 미량으로 존재하는 무기질로, 여러 효소의 구성성분으로 산화환원반응에 관여하며 △철의 운반 △항산화작용 △결합조직의 가교결합 형성 등을 비롯한 다양한 체내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대한약사회 측 전문가도 아연을 1일 권장 이상 섭취하는 것은 되도록 피할 것을 권했으며, 특정 제품에서 아연이 하루 권장섭취량의 5배까지 포함된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오인석 대한약사회 학술이사는 “일반적으로는 아연 표준 섭취량이 15~22㎎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고함량 활성비타민 제제를 보면 보통 25∼30㎎ 정도로 형성돼 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많은 양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런데 특정 제품에서 아연을 50㎎(산화아연 62.5㎎) 포함한 것은 과한 양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이 하루 음식물로 섭취가 가능한 아연의 양이 약 15㎎ 전후임을 감안하고, 보충제 등을 더하면 1일 아연 섭취량이 최소 35㎎ 수준에 달해 많은 편으로 볼 수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아연을 40㎎ 이상 복용했을 때 철분이나 구리 등의 체내 흡수율이 떨어져 결핍 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 특히 구리 결핍은 많은 연구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구리는 체내에 미량원소로 존재하는 영양성분으로, 미량원소의 결핍을 유발한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의사나 약사와 상담 및 검사를 거쳐 아연 결핍 소견이 있지 않다면 아연을 굳이 찾아서 복용할 필요는 없다”며 “많은 약사들이 모두 100% 의견이 비슷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비슷한 견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양제와 별도로 철분제를 섭취하는 이들은 다른 영양제와 복용 시간을 달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철분제와 다른 비타민 제제 등을 함께 섭취하면 철분제가 다른 영양소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는 간섭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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