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유럽에서 막판 표심 다지기에 위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오는 13일 출국해 스위스 제네바 등 유럽 주요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뉴시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나이지리아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WTO 사무총장 선거에 나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유럽에서 막판 표심 다지기에 위해 지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6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과 나이지리아 후보가 맞붙으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외교가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맹추격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지후보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럽연합(EU)은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오콘조이웰라, ‘아프리카 프리미엄’으로 유리한 고지

WTO는 총 164개국 회원국을 대상으로 27일까지 선호도 조사를 진행, 컨센서스(전원합의체)로 11월 7일 전에 사무총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선호도 조사에서 한 후보가 압도적인 표를 획득했다면 28~29일쯤 선출자를 발표할 수 있지만, 양쪽이 비슷한 표를 얻었다면 선호도가 좀 더 높은 후보 쪽으로 동의를 받는 컨센서스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선호도 조사에서 과반인 82표 이상을 확보하면 당선으로 가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중국·EU 등 강대국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들 국가가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경우 중소국가들도 따라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판세는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고, 유 본부장이 막판 총력전으로 맹추격 중이란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아프리카 출신이 WTO 사무총장에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기 때문에 초반부터 아프리카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출신 후보가 최종 라운드에 들었고, 오콘조이웰라 후보 측은 이미 164개국 중 79표를 확보했다고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일본은 일찌감치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할 의사를 밝혔다. 일본은 우리 측 후보가 WTO 사무총장에 선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나이지리아와 우리 측 모두 지지 요청을 받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중국이 개발도상국 위치에서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이집트 정상과 연이어 통화를 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나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지지를 요청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이날 압델 피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8개국 정상과 통화를 갖고 WTO 사무총장 선거에 나선 유 본부장 지지를 요청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20일 압델 피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EU는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U는 회원국 27개국의 의견을 수렴해 한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독일·프랑스 등 다수 국가는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지만, 동유럽·발트해 국가들은 유 본부장을 지지하면서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EU 합의가 막판 변수

독일 등이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EU와 아프리카의 관계 때문이다. 그러나 동유럽·중유럽 일부 국가들은 한국이 이들 지역과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유 본부장을 지지하고 있다. EU는 회원국 27개국의 만장일치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EU 내에서도 이견 차가 크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 본부장이 맹추격에 이어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 본부장 본인부터가 사력을 다해 선거 유세에 나서고 있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더해지며 당선이 가시권에 들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도 한국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8개국 정상과 통화를 이어가며 유 본부장 지지를 강력히 요청했고, 정세균 국무총리·강경화 외교부 장관·성윤모 산업부 장관 등도 유 본부장 지원 유세에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또 공개적인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진단키트·마스크 지원 등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유 본부장 지지표를 과반에 가깝게 확보했다는 소식도 나온다.

만일 27일까지 협의 결과, 한 쪽이 큰 표차로 이기더라도 이를 최종 결과로 받아들이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이나 중국, EU 등의 강대국들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에 조율이 어렵거나, 양쪽 다 비등한 표를 얻어 컨센서스 도출에 실패할 경우 표결로 결정하거나 두 후보가 임기를 절반씩 나눠 맡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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