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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안재홍, 연출도 잘하기 있기 없기
2020. 10. 28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안재홍(오른쪽)이 각본과 연출, 주연까지 소화한 단편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배우 안재홍(오른쪽)이 각본과 연출, 주연까지 소화한 단편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연기 잘하는 배우 안재홍은 연출력도 남달랐다. 그가 직접 연출하고 출연까지 한 단편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특별할 것 없는 짧은 이야기 안에 소소한 웃음과 깊은 공감, 잔잔한 여운까지 모두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감독’ 안재홍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는 장거리 연애를 하던 울릉도 남자 철수(안재홍 분)와 육지 여자 영희(이솜 분)의 이별을 담은 이야기로, 지난 21일 개막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한국 단편경쟁 부문 초정작이다. 배우 안재홍이 각본과 연출, 주연까지 1인3역을 맡아 주목을 끌었다. 

영화는 남자친구 철수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울릉도행 배에 몸을 실은 영희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시스터즈가 부른 ‘울릉도 트위스트’가 흘러나오고, 영희는 그저 멍하니 앉아있다. 마중 나온 철수와 반가운 인사도 잠시, 영희는 그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철수는 “전화로 하지 그랬냐”며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다시 육지로 돌아가려던 영희는 난데없는 풍랑주의보로 섬에 발이 묶인다. 철수는 그런 영희와 울릉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지만, 어색하고 난감하기만 하다. 하룻밤을 묵기 위해 숙소를 찾는 영희에게 철수는 자신의 집에 가자고 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영희를 낯선 곳에 홀로 둘 수 없었던 철수는 영희와 함께 근처 게스트하우스로 향한다.

담백함 속 위트가 녹아있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담백함 속 위트가 녹아있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하룻밤을 묵기 위해 찾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영희와 철수는 각기 다른 사연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로 이별을 경험한 한 남자의 사연도 듣게 된다. 산책에 나선 영희에게 철수는 하루 종일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말을 꺼낸다. 이유가 뭐냐고. 이별의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철수는 쌓아뒀던 답답함을 분출하고, 영희 역시 참았던 눈물을 터트린다. 

다음 날 영희는 육지로 향하고, 철수는 그런 그녀를 배웅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고마웠다고 인사한다. 철수는 영희가 탄 배가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 영희는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은 채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어김없이 ‘울릉도 트위스트’가 흘러나온다.

연출자 안재홍은 3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이제 막 이별한 두 남녀의 마지막 하루를 우습고도 애잔하게 그려냈다. 그의 섬세한 연출력은 평범한 이야기 속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절제의 미덕도 돋보인다. 직접적인 설명이나, 구구절절한 대사 없이도 고마움과 미안함, 원망과 미련 등 이별을 맞은 두 남녀의 감정을 잘 표현해냈다.

배우 안재홍의 매력 역시 빛난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능청스럽게 완벽한 완급조절로 관객을 극으로 끌어당긴다. 툭툭 내뱉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가슴에 콕 하고 박힌다. 사랑하는 여자를 말없이 떠나보내던 그의 표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지난 22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