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분사 추진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를 결정했다. /뉴시스
LG화학의 분사 추진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를 결정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배터리 사업부문 분사를 추진 중인 LG화학이 국민연금의 반대라는 중대 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분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2대 주주 국민연금의 반대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운명의 날’ 이후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하게 됐다.

◇ 국민연금 “분사 취지 공감하나 주주가치 훼손 우려”

LG화학은 지난달 임시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사업부문 분사 추진을 공식화했다. 현재의 전기사업본부를 따로 떼어내 가칭 LG에너지솔루션이란 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이었다. 

LG화학은 분사 목적에 대해 “배터리 관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해당 사업부문의 전문성 및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사업 특성에 맞는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 27일 LG화학의 분사에 반대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은 LG화학의 2대주주다.

국민연금은 보통 기금운용본부에서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결정을 내린다. 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어 자체적인 판단이 곤란한 경우엔 외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한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LG화학 분사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국민연금은 “분사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분가치 희석 등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물적분할’ 방식을 문제로 지적한 셈이다.

◇ 개미 반발에 힘 실어준 국민연금… 논란 지속 불가피

LG화학의 분사 추진 발표 이후 이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려왔다. 우선, ‘개미’라 불리는 일반 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배터리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LG화학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기업의 분사는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뉜다. 주주입장에서 가장 큰 차이는 분사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직접적이냐 또는 간접적이냐에 있다. 인적분할의 경우 나눠지는 2개 기업의 주식을 모두 가질 수 있지만, 물적분할의 경우 그렇지 않다.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그대로 LG화학의 주식만 가지고 있게 되고,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만약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가 단행된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이뤄질 경우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와 관련된 호소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주가 역시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LG화학은 △향후 배당성향 30% 이상 지향 △향후 3년간 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 추진 등의 계획을 발표하며 반대여론 무마 및 주주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도움이 될 결정이며, 주주에게도 악영향보단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 및 전망이 줄을 이었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ISS, 글래스루이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은 일제히 LG화학의 분사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이런 가운데, 예상을 깬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LG화학의 분사에 중대 변수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최대주주인 (주)LG 측이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분사를 최종 확정지으려면 임시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 3분의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이틀 앞으로 다가온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LG화학 지분 10.2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 및 2대 주주의 상징성을 감안했을 때, 반대를 외면하는데 따른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은 분사가 단행된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분사 이후 LG화학의 주가, 또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추진 등에 따라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