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변화'가 없는 올드한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는만큼 KT도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KT는 단순한 통신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기업인 ‘디지코(Digico)’로 나아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사진은 28일 진행된 '디지털-X 서밋 2020'에서 환영사를 진행하고 있는 구현모 KT 대표./ 디지털-X 서밋 2020 행사 장면 캡처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기존에 통신에 국한돼 있던 통신사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종합 ICT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대표 이동통신사인 KT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변화가 없는 회사’ ‘성장이 정체된 회사’ ‘고리타분한 회사’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KT는 지금까지 큰 ‘혁신적’ 서비스를 보여줬다고 하기엔 타 통신사들 대비 아쉬운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통신 시장의 ‘큰 형’이라고 불리는 KT 역시 새로운 ICT 시장 창출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미 유선 인터넷과 IPTV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T가 지금처럼 ‘통신’만을 고집한다면 금붕어 어항에서 고래를 키우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T가 제시하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그리고 향후 사업 방향은 어떻게 진행될까.

◇ 통신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구현모 KT 대표는 28일 진행된 ‘KT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KT는 앞으로 단순한 통신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기업인 ‘디지코(Digico)’로 바뀔 것”이라고 선언했다. 디지코는 KT 사명에 들어간 ‘T(Teleco: 통신)’의 의미와 ‘디지털(Digital)’을 합친 단어다. 보수적인 ‘통신사’라는 의미를 탈피하고 미래 ICT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KT의 의지를 뜻한다.

특히 구현모 대표는 “앞으로 KT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X)’를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의 ‘ABC’ 기술 중심의 차별화된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통해 통해 국내 1등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DX는 모바일,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을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업 활동 전반에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독일 통계 포털 Statista의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DX시장은 실제로 글로벌 DX시장은 연평균 23% 성장해 오는 2023년에는 2조3,000억원(한화 2,600조원)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야말로 국내외 대형 IT기업들에겐 ‘기회의 땅’이나 다름없는 시장 분야다.

구현모 KT 대표는 “KT는 지금까지 통신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로 과거의 KT 매출은 100% 통신에서 나왔으나 지금은 통신과 연관이 없는 종합 ICT분야에서의 매출이 전체 40%를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부터 KT는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T는 오는 2025년 전체 매출 중 통신과 비통신의 비중을 5대5로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DX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궁극적 목표는 고객의 삶의 변화와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KT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X)’를 시장에서 ‘ABC’ 기술 중심의 차별화된 플랫폼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여기서 ABC기술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의 첨단 ICT기술을 의미한다./ 디지털-X 서밋 2020 행사 캡처

◇ 구현모 대표 “B2B DX 1위될 것”… ‘New’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도 공개

구현모 대표는 통신사들의 주력 사업도 일반적인 통신·인터넷 서비스 등의 ‘B2C(고객과 기업간 거래)’에서 DX기반의 ‘B2B(기업 간 거래)’의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T는 DX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통해 B2B DX 시장에서 국내 1위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KT가 가진 유·무선의 우수한 네트워크 인프라와 지금까지 개발해온 ABC 기술력을 바탕으로 B2B DX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최근 KT는 B2B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B2B서비스 종류는 메시징, 전용회선 등 45종이었으나, 올해 기준으로 빅데이터, 지역화폐, 보안, 에너지 등 94종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B2B 관련 사업 수주 규모도 연평균 37% 성장하는 등 B2B 사업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

구현모 대표의 선언처럼 KT는 ‘1위 B2B DX기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와 함께 진행된 ‘디지털-X 서밋 2020’에서 ABC 기술 기반의 새로운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했다. 

KT는 이번에 공개한 KT 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DX기반의 B2B 서비스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금융, 물류, 사무환경, 헬스, 제조, 데이터센터, SOC 등 7대 분야에서 DX 성공 모델을 발굴하고 지자체, 교육, 건설, 산업단지, 복합단지로 DX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6대 광역본부 및 그룹차원의 채널을 바탕으로 DX 사업을 지역과 중소기업으로 확산해 5G 인프라 구축, SOC 디지털화 등 한국판 뉴딜의 모범사례를 이끌어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아우르는 상생전략으로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척하고 국가 B2B DX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구현모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B2B DX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선언은 KT의 새로운 100년의 단단한 기반이 될 변곡점이자 내실 있는 도약”이라며 “KT는 지금도 상상 밖의 영역에서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고 있으며, 의미 있는 시장 성과로 KT 기업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대한민국 ‘DX Dream’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현재 보유한 유·무선의 우수한 네트워크 인프라와 지금까지 개발해온 ABC 기술력을 바탕으로 B2B DX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KT가 보유한 DX 역량인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 5G네트워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KT 박윤정 사장의 모습./ 디지털-X 서밋 2020 행사 캡처

◇ “준비된 IT역량으로 DX시장 견인할 것”

다만 이같은 KT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회의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드(Old)한 기업인 KT가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봤자 AI나 VR·AR(가상·증강현실)정도의 콘텐츠만 슬쩍 보이는 수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구현모 대표는 KT의 ‘낡은’ 이미지도 안으로 들어가서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구현모 대표는 “KT는 평균연령 47세의 올드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20·30대 인력이 4,500명, ABC 관련 인재가 1,500명, AI 핵심인재는 420명을 갖추고 있다”며 “AI 핵심인재의 경우엔 오는 2022년까지 1,200명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구현모 대표는 이런 부정적 시선들에 대해 “KT가 가진 역량·경험 등은 DX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로서 탈바꿈하는데 이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며 몇 가지 주요 포인트를 짚었다.

구현모 대표가 내세운 첫 번째 이점은 ‘미디어 플랫폼’에서의 절대강자라는 점이다. 일반 가정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은 TV,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미디어 콘텐츠 분야의 플랫폼인데, KT는 현재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압도적인 1등이라는 것.

KT는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변화'가 없는 올드한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는만큼 KT도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KT는 앞으로 단순한 통신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기업인 ‘디지코(Digico)’로 나아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사진은 28일 진행된 KT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구현모 KT대표의 모습./ KT
 구현모 KT대표는 "KT가 올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안으로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넓은 인재풀과 미디어, AI, 빅데이터 등에서 차별화된 이점을 가지고 있다"며 디지털 혁신에 대해 자신했다. 사진은 28일 진행된 KT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구현모 KT대표의 모습./ KT

실제로 KT의 IPTV서비스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35.5%로 2위 LG유플러스를 10%p이상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IPTV를 시청하고 있는 사람 10명 중 3~4명은 KT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OTT 등을 합칠 경우 KT의 미디어 사업매출은 3조원 규모가 된다. KT는 이처럼 강력한 미디어 시장 영향력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콘텐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는 목표다.

두 번째로 꼽힌 차별화된 이점은 ‘금융’ 분야다. KT는 지난 9월 우리나라 첫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인 ‘K뱅크’를 공식 편입했으며, 1대 주주는 KT의 금융자회사인 BC카드로 선정됐다. 이를 토대로 ICT기술 기반의 금융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구현모 대표는 “BC카드가 가지고 있는 310만명의 가맹점 고객 기반으로 ‘데이터 회사’의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며 “K뱅크는 카카오뱅크와는 다른 포지셔닝을 할 것이며 ‘넘버원’ 결제 플랫폼인 BC카드와 KT의 기술이 만나 금융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도 KT가 DX 시장에서 앞서갈 수 있는 장점으로 꼽혔다. AI와 빅데이터는 기술 자체의 중요성도 있지만 특정 서비스 및 사업 분야와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만들어낼 때 그 가치가 올라가는데, KT는 이를 가능하게 할 기술과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구현모 대표는 “KT는 1,800만명의 개인고객과 가구 고객 900만명, 기업 고객사 5만을 아우르는 통신·금융·소비 데이터를 보유하고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많은 사람들은 AI와 빅데이터를 통해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의심하지만, KT는 이를 가능하게 할 능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현재 KT는 AI 아파트 51만세대 등. AI 호텔 누적 6,000개실을 실제로 운용하면서 사업적 가치가 있다는 방증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AICC(AI콜센터) 플랫폼 사업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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