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이 정부의 2021년 예산안에 대한 송곳 심사를 천명한 가운데, 예산안 처리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예산안 설명을 위한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에 나서면서 여야가 본격적인 예산정국에 돌입했다. 555조8,000억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두고 전운이 감도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는 이유에서 예산안 처리에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비롯해 야당이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격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여야, 예산편성에 대해 확연한 시각차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적극 화답했다. 확대 예산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2021년도 예산안은 위기의 시대를 넘어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이 주요 골자”라며 “국난 극복 예산, 선도 국가 예산, 사람 중심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대미문의 위기에 여야의 협치를 주문하는 문 대통령의 호소에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화답하겠다”며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을 개혁하고 코로나19 극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민생·개혁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이미 대폭 삭감 의지를 밝히며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올해 위기 상황을 이유로 네 차례나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됐고, 여기에 내년 대규모 예산 확대가 더해지면 국가의 경제적 부담이 심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의힘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시정연설이 끝나자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는 포퓰리즘 본색을 드러내며 오로지 문 정권 임기 내에 원 없이 재정을 쓰겠다는 무책임한 빚잔치 예산편성”이라며 “내년에 코로나 위기 대응을 핑계로 또다시 한 두 차례 더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꼼수 예산안”이라고 지적했다.

관점은 다르지만, 정의당도 예산안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내비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종일관 경제 회복과 성장을 강조하는 이번 연설에는 지금 이 순간 소외되고 낙오된 국민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며 “진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정의당 등 범야권은 ′한국형 뉴딜′ 사업 예산을 정조준하고 있다. /뉴시스

◇ 야당, 한국판 뉴딜’ 정조준

야당이 일제히 예산안에 쓴소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예산 심사도 법정 시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해 2020년 예산안 처리를 두고서도 법정 시한을 넘겨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야당이 일제히 비판하고 있는 ‘한국형 뉴딜’ 예산을 둘러싼 신경전이 첨예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한국형 뉴딜은 기존 사업을 재탕하는 것"이라며 "사업 예산 중 최소 50% 이상을 삭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긴급아이돌봄, 소상공인지원, 맞춤형 재난지원 등 코로나19 대응 예산으로 돌리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형 뉴딜에 대해 우려를 표한 정의당 역시 비슷한 견해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미 한국형 뉴딜은 민간·금융·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의당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과감한 재정 확대를 통해 민생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여당이 바라는 ‘협치’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라임·옵티머스 특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현안을 두고 갈등 국면을 이어왔기 때문에 여야 격론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더욱이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몸수색’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도 협치를 난망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 모습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은 협치를 말하면서 경호팀은 의사당 내에서 야당 대표 신체 수색을 거칠게 하는 나라”라며 “야당 원내대표의 간담회 접근에도 ’문리장성‘이고 ’재인산성‘인가”라고 힐난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올해 정부 예산인 512조 3,000억원 대비 8.5% 증가한 수준이다. 국회는 내달 2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를 시작으로 9~12일 상임위별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