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는 올 시즌 4연패에 성공하며 우승 DNA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뉴시스
전북현대는 올 시즌 4연패에 성공하며 우승 DNA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수민 기자  DNA. DeoxyriboNucleic Acid. 대부분의 생명체가 지닌 화학물질의 일종으로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이 용어는 스포츠계에서도 비유적으로 많이 쓰인다. 주로 달리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현상을 이야기할 때다.

K리그에도 다양한 DNA를 가진 주인공들이 있다. 이들은 올 시즌에도 자신들의 DNA를 재차 증명해내며 K리그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모두가 부러워할 우승 DAN를 가진 전북현대다. 전북은 2017년부터 올 시즌까지 단 한 번도 우승을 내주지 않았고,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4연패의 주인공이 됐다. 어느덧 8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전북현대는 1994년 말 창단해 1995년부터 K리그에 합류했다. 2000년대엔 K리그에서 특출난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나, 세 차례(2000년, 2003년, 2005년) FA컵 우승과 200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 DNA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우승 DNA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2009년 첫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이후 K리그의 맹주로 등극했다. 이후 2011년 재차 정상의 자리를 탈환했고, 2014년과 2015년엔 2연패에 성공했다. 2016년엔 승점 3점 차이로 아쉽게 2위에 그쳤지만, 2017년 이후 4연패의 위업을 이어오고 있다. 2009년부터 12시즌 동안 전북은 8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나머지 4시즌도 3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전북의 우승 DNA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빛을 냈다. 전북은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를 통해 극적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승점이 같은 상황에서 다득점으로 우승이 갈린 초유의 시즌이었다. 올해 역시 전북은 대체로 2위에 머물러있었으나, 시즌 막판 울산현대와의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하며 우승을 빼앗기지 않았다.

이처럼 전북이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서 DNA를 뽐냈다면, 인천유나이티드는 정반대의 위치에서 남다른 DNA를 증명했다. 

인천은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매년 유력한 강등 후보로 꼽혀왔다. 실제 순위도 강등권을 전전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만 되면 늘 인천의 생존 DNA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단 한 번도 강등의 아픔을 겪지 않았다. 비교적 지원 기반이 약한 시도구단 중 유일하게 강등을 경험하지 않은 구단이 인천이다.

그런 인천에게도 올 시즌은 최악이었다. 시즌 내내 부진이 이어졌고,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시점까지도 최하위로 쳐져 있었다. 하지만 인천은 마지막 경기에서 FC서울을 꺾고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생존 DNA라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모습이다.

2부리그에서는 제주유나이티드의 남기일 감독이 또 다른 DNA로 주목을 끌었다. 바로 ‘승격 DNA’다. 

남기일 감독은 2014년 광주FC를 맡아 승격을 선물했으며, 2018년에도 성남FC를 승격시킨 바 있다. 지난 시즌 강등의 수모를 겪은 제주유나이티드는 ‘승격 청부사’ 남기일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고, 결과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남기일 감독은 제주를 곧장 다시 1부리그에 올려놓으며 자신의 감독 경력에 세 번째 승격을 새겼다.

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했던 올 시즌 K리그는 이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축구는 계속된다. DNA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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