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감독 사퇴를 둘러싼 논란 속에 아쉬운 결과를 남기고 말았다. /키움 히어로즈 홈페이지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감독 사퇴를 둘러싼 논란 속에 아쉬운 결과를 남기고 말았다. /키움 히어로즈 홈페이지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팀이었다. 투타에 걸쳐 전력이 탄탄하고 안정적인데다, 경험도 충분히 쌓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의 2020년은 일찌감치 끝났다. 줄곧 2위를 달리던 순위는 5위로 떨어져 정규리그를 마감했고, 와일드카드전에선 연장혈투 끝에 LG트윈스에게 패했다.

그야말로 ‘용두사미’의 허무한 시즌이다. 무엇보다 키움 히어로즈는 주인공은커녕 또 다시 악역으로 전락했다. 시즌 막판 불거진 손혁 전 감독 사퇴 논란 때문이다.

손혁 전 감독은 정규리그 종료를 단 12경기 남겨놓은 시점에 전격 물러났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확정적이었고, 3위의 자리에서 치열한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사퇴 사유는 성적 부진이었다.

이후 손혁 전 감독이 사실상 경질된 것이란 평가에 무게가 실리면서 파문은 거세게 일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의 갑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대다수 야구인들은 현장이 철저히 무시당한 사태라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냈다.

이처럼 씁쓸함 속에 키움 히어로즈의 올해 야구는 끝났다. 이제 다음을 준비할 시간이다. 키움 히어로즈 입장에선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최대 당면과제다. 하지만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키움 히어로즈의 신임 감독 선임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김창현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는 것이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김창현 감독대행은 1985년생인데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도, 지도자 출신도 아니다. 올 시즌 퀄리티컨트롤코치로 선임됐다가 감독대행까지 맡았으나, 이전엔 구단 프런트 소속의 전력분석원이었다.

김창현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할 경우 팬들은 물론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며 논란이 거듭될 것이 빤하다. 선수들을 잘 통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음 두 가지 방안은 내부승진과 외부영입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안 역시 원만한 선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손혁 전 감독에 앞서 장정적 전 감독과도 재계약을 하지 않은 바 있다. 2017년부터 팀을 이끈 장정석 감독은 첫해 아쉬움을 남겼으나 2018년과 2019년엔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해 나름의 성과를 남겼다. 2018년엔 플레이오프에서 명승부를 선사했고, 2019년엔 비록 4연패로 끝나긴 했지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물론 키움 히어로즈는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을 하고자 했으나 이른바 ‘옥중경영’ 논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어쨌든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감독과 정규리그 막판 2위 경쟁 중인 감독 모두 결과적으로 자리를 보전하지 못한 채 키움 히어로즈를 떠났다. 가뜩이나 야구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이토록 부담스러운 자리에 선뜻 앉을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탄탄한 전력을 갖춘 키움 히어로즈의 가장 큰 리스크가 무엇인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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