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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세상의 모든 ‘태일이’에게 전하는 위로
2020. 11. 0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애니메이션 ‘태일이’(감독 홍준표) 로 뭉친 (왼쪽부터) 이은 대표‧심재명 대표‧권해효‧염혜란‧장동윤‧홍준표 감독‧이수호 이사장. /명필름
애니메이션 ‘태일이’(감독 홍준표) 로 뭉친 (왼쪽부터) 이은 대표‧심재명 대표‧권해효‧염혜란‧장동윤‧홍준표 감독‧이수호 이사장. /명필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모든 태일이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

노동운동 역사의 상징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스크린에 되살아난다.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자들의 외침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그토록 꿈꾸던 ‘함께 사는 세상’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감독 홍준표)다.

9일 애니메이션 ‘태일이’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명필름 이은‧심재명 대표와 이수호 전태일 재단 이사장, 그리고 홍준표 총감독과 배우 장동윤‧염혜란‧권해효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태일이’는 1970년 평화시장,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뜨겁게 싸웠던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자신을 바친 대한민국 노동운동사의 상징적인 인물 전태일의 삶을 담는다. 신예 홍준표 감독이 연출을 맡아 높은 완성도를 예고한다.

전태일 50주기를 앞두고 명필름과 전태일 재단이 함께 준비한 장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태일이’는 앞서 2018년 11월 제작발표회 이후 2019년 초까지 1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제작비 모금에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올 ‘태일이’ 포스터. /명필름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올 ‘태일이’ 포스터. /명필름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이수호 이사장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아름다운 영화 제작사 명필름과 함께 ‘태일이’를 만들게 돼서 무한한 영광이고, 전태일을 따르는 모든 노동자들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큰 영광”이라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때에 혼신의 힘을 다해 자기의 삶을 살았던 전태일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통해 우리가 힘을 얻고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돼서 기대가 크다”며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해서 함께하는 모든 분들과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전태일이 원했던 그리고 우리 모두가 바라는 더 나은 사회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보통 영화의 제작보고회는 개봉을 한두 달 앞두고 진행된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태일이’는 이보다 훨씬 앞서 행사를 열게 됐다. 이에 대해 심재명 대표는 “오는 13일 전태일 50주기인데, 이를 기념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꽤 긴 제작 기간과 어려움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며 “이 영화가 많은 세대, 전 세대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태일의 삶을 영화로 제작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는 언젠가 꼭 한번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고 밝힌 뒤 “현재 우리나라 노동현실 변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계급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노동현실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의 위상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태일이’라는 영화가 보편적인 메시지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면 좋겠다”고 제작 의도를 전했다. 그러면서 “‘태일이’는 딱딱하고 어려운 교훈적인 영화가 아니라, 감동적이고 정서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위로받고 움직일 수 있는 영화가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연출자 홍준표 감독은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모습 외에도 청년 태일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전태일은 노동운동 역사의 상징적인 인물이고 이 영화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노동의 상징적 모습보다 20대 초반, 형 같고 동생 같던 청년 태일의 모습을 더 심어주고 싶었다. 태일이라는 인물에 대해 더 이야기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태일이’를 연출한 홍준표 감독. /명필름
‘태일이’를 연출한 홍준표 감독. /명필름

홍준표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큰 부담이었다”며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시 근로기준법을 찾아보는 거였다. 홍 감독은 “현재와 비교했을 때 큰 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물론 많이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다르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에 상당히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도 일을 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현재 노동자의 시각으로 그때 당시 이야기를 꼭 한번 재해석해보고 싶었고, 친구 같은 태일의 모습을 끌어내보고 싶었다”고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외치며 분신한지 50년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사망하는 일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홍준표 감독은 “50년 전 전태일의 외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며 “여전히 끝없이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아주 작은 불씨가 지금은 큰 화염으로 번져서 현재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현재의 태일이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작업을 하며 태일과 감정적으로 가까워졌는데, 그때 당시 태일이 혼자서 괴롭고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다. 내가 애니메이션을 잘 완성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돼서 혼자 가슴 태웠을 태일을 다 같이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고 위로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홍준표 감독이 또 하나 공을 들인 부분은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해내는 거였다. 홍 감독은 “60,70년대 동대문과 종로 일대를 생생하게 현장감 있게 만들고 싶었다”며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그 시대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상상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자료를 찾아가면서 진짜 그때 그 공간이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자 했고, 그 작업이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조사도 많이 하고 박물관이나 청계천 자료관도 많이 돌아다니면서 철저히 조사해가면서 그 시대 모습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며 “영화에서 확인하면 정말 그 시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태일이’에서 전태일 목소리 연기를 맡은 장동윤. /명필름 ​
​‘태일이’에서 전태일 목소리 연기를 맡은 장동윤. /명필름 ​

라이징 스타 장동윤부터 염혜란, 진선규, 권해효, 박철민 등 연기파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으로 힘을 보태 기대를 더한다. 먼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언제나 밝고 남을 위하는 따뜻한 청년 태일의 목소리는 장동윤이 맡는다. 장동윤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땐뽀걸즈’ ‘조선로코-녹두전’, 현재 방영 중인 ‘써치’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 중이다.

장동윤은 “전태일 평전을 보며 인물에 대해 더 알게 됐다”면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본인의 어려움보다 주위를 둘러보고 챙기는 따뜻한 마음이 인상 깊게 느껴졌다. 기록할 만한 인물의 영화에 참여하게 돼서 영광이었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의미 있는 작품에 함께 한 소감을 전했다.

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목소리는 염혜란이 연기한다. 태일의 어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 바쳐 일했고, 전태일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뜻을 이어나간 인물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온 염혜란은 ‘태일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높이는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염혜란은 “이소선 여사님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몰랐다”며 “이번 기회에 책도 보고 자료도 찾아보고 그랬다. 저희 어머니들도 많이 고생하시지만, 특히 더 많은 고생을 하셨더라. 가장 노릇도 하시면서 듬직하고 따뜻한 태일을 응원하고 믿고 사랑하셨다. 노동운동가의 어머니로 살기 전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이야기했다.

‘태일이’의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시장 한미사 사장 목소리 연기는 권해효가 한다. 관록의 연기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권해효는 “악역이면 악역이고, 가해자 역할이긴 하지만, 당시 노동 환경으로 인한 동시대 피해자 같기도 하다”며 “처음 제안을 받고 저 사람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걸 찾아내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태일이’에서 진정성 있는 열연을 예고한 염혜란(왼쪽)과 권해효. /명필름 ​
​‘태일이’에서 진정성 있는 열연을 예고한 염혜란(왼쪽)과 권해효. /명필름 ​

또 권해효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둡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라며 “코로나19 시대 한국사회가 대단한 것이 어려움을 감수하고도 타인을 위해 자신의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시민의식이라고 생각한다. 50년 전 더 뜨겁게 옆을 바라봤던 청년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진선규와 박철민도 함께 한다. 진선규는 무뚝뚝하지만 태일의 뜻을 믿어주는 아버지 목소리를 연기하고, 박철민은 평화시장의 재단사 신씨 목소리 역을 맡았다. 유쾌하고 인간적인 연기로 극에 활력을 더할 예정이다.

이날 제작진과 배우들은 ‘태일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준표 감독은 “제작진과 배우들이 진심으로 만들고 있고 진심을 다해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 시대를 살아갈 모든 태일이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염혜란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전태일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고민도 하고 주저하는 부분도 있었다”며 “슬프고 비통함이 먼저 생각나서 주저하게 됐는데,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통해 훌륭한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권해효는 “내년 봄에 ‘태일이’가 개봉하는데, 극장 앞이 인산인해를 이뤘으면 좋겠다”며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더 큰 관심과 축복 속에 이 영화가 상영되길 바란다.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잘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2021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