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의 '디딤돌 대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자택이 '디딤돌 대출'을 받아 구입할 수 있는 5억원 수준이라고 발언한 게 발단이 됐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소재 자택이 ‘디딤돌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5억원 수준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디딤돌 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주택도시기금 대출 사업으로 5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매할 때 이용이 가능하다. 

◇ 김 장관 거주 아파트 주민 반발

해당 발언은 지난 10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서울의 아파트 가격 평균은 약 10억원인데, 디딤돌 대출의 한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의원은 “서울의 아파트 가격 평균은 약 10억원인데, 디딤돌 대출의 한도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고, 이에 김 장관은 “10억원 이하 아파트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이 “5억원짜리 아파트도 있느냐”고 되물었고 김 장관은 “있다. 수도권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김 의원에게 역으로 “경기 일산 문촌마을에 사시는데, 문촌마을은 (가격이) 얼마인가”라고 물었다. 김 의원은 “7~8억원 한다”고 답했는데, 김 장관은 “저희집보다 비싸다. 저희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김 장관은 야당 의원의 '디딤돌 대출 요건 5억원이 너무 낮다'는 지적에 대해 “수도권에도 5억원 이하 주택이 많다”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예시로 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소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주민연합은 김 장관을 규탄했다. 덕이동 하이파크시티는 현재 김 장관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다. 지난 3월 26일자 공직자윤리위원회 관보에 따르면 김 장관은 146.61㎡(전용면적)에 거주하고 있다.

주민연합 측은 지난 9월 김 장관이 살고 있는 곳과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5억7,900만원에 거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언급한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정확한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정확한 가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매우 경솔한 언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이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김현미 장관이 거주하는 곳과 같은 평수의 아파트는 면적과 현재 시세 면에서 디딤돌 대출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김 장관이 사는 아파트 단지 내 84㎡형 주택은 디딤돌 대출 요건에 부합한다. /뉴시스

◇ 김현미 거주 아파트의 실제 가격

문제는 김 장관의 발언대로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를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 있는 디딤돌 대출 설명에 따르면, 해당 상품의 조건은 ▲가격 5억원 이하 ▲주거전용면적 기준 85㎡(수도권 제외 도시지역이 아닌 읍·면 지역은 100㎡) 이하 주택 ▲대출 신청인과 배우자의 합산소득 연 7,000만원(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등이다. 이 조건에 부합해 대출을 받을 경우 호당 2억원 이내까지 가능하며, 2자녀 이상 가구일 경우 2억6,000만원까지도 가능하다.

우선 김 장관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전용면적이 146.61㎡여서 디딤돌 대출 요건에 부합하지 못한다. 면적 뿐 아니라 가격도 문제다. 디딤돌 대출은 대출승인 시점의 주택가격이 5억원 이하여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때 평가액은 대출승인일 현재의 ‘가격정보’, ‘공시가격’, ‘분양가액’, ‘감정평가액’ 순으로 적용된다. 여기서 ‘가격정보’란 한국감정원 시세정보를 뜻한다. 

한국감정원 시세정보에 따르면, 해당 면적의 아파트는 지난해 5억1,000~5억4,000만원에 거래됐고, 올해 상반기 4억8,500만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시점에는 김 장관의 발언 대로 ‘5억 이하의 주택’이었던 것은 사실인 셈이다.

하지만 해당 면적은 최근 급등해 하한 평균 5억1,500만원, 상한 평균 5억6,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일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6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즉, 김 장관이 발언한 시점에서 해당 주택은 디딤돌 대출로 구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적용 범위를 넓혀서, 김 장관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디딤돌 대출이 가능할까?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단지 중 가장 작은 84㎡(전용면적)는 하한 평균 4억1,000만원, 상한 평균 4억3,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84㎡ 주택이 4억1,000만원, 4억3,500만원, 4억2,800만원(거래된 날짜 순)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이 단지의 84㎡ 주택을 구매할 경우, 현재 시세로는 디딤돌 대출이 가능하다. 

결국 김 장관의 “저희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는 발언에서 ‘저희집’이 본인이 거주하는 면적과 같은 곳을 의미했다면 김 장관의 발언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단지 내 84㎡ 평형을 지칭한 것이면 사실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현 상황에서 김 장관의 발언이 더 큰 논란을 불러왔기에 비판의 여지가 있다. 

 

※ 최종결론 : 보류

디딤돌대출 조건(한국주택금융공사)

https://www.hf.go.kr/hf/sub01/sub01_01_01.do

한국감정원 부동산테크
http://www.rtech.or.kr/rtech/main/mapSearch.do?popUpYn=&posX=37.70372663391335&posY=126.75331053175631&aptSeq=20134891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http://rtdown.moli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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