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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제3지대
[사라진 제3지대②] 여의도 밖으로 밀려난 ‘대안세력’의 꿈
2020. 11. 17 by 정호영 기자 sunrise0090@sisaweek.com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김정화·장정숙 민생당 공동선대위원장 및 선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4월 15일 서울 여의도 민생당 당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에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침통한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김정화·장정숙 민생당 공동선대위원장 및 선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4월 15일 서울 여의도 민생당 당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에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21대 국회는 180석 규모의 더불어민주당과 개헌저지선(101석)을 확보한 국민의힘 등 1강 1중 다약(多弱) 구도로 짜여졌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제3지대 바람과 호남돌풍을 타고 38석을 확보했던 구(舊) 국민의당의 영광은 옛 이야기가 됐다.

구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옛 국민의힘)에서 분화된 바른정당의 합당체 바른미래당은 창업주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 이탈 이후 급속도로 무너졌다. 4·15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탈당이 이뤄졌다.

바른정당계는 보수진영에 재합류했다. 구 국민의당계 다수 의원들도 뒤를 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안철수 전 대표가 실용중도를 내걸고 새 국민의당을 창당했음에도 보수진영의 큰 틀에 정치적 운명을 맡기는 편이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 국민의당 잔여세력은 민생당을 꾸려 선거에 나섰지만 양당 장벽은 높았다. 단 1석도 건지지 못하고 여의도 밖으로 밀려났다. 총선 이후 7개월, 이들은 현 정치권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국민, 제3지대에 실망

제3세력 붕괴에 따라 21대 국회(11월 17일 기준)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중심축으로 한 범진보·범보수로 양분됐다.

범진보는 더불어민주당(174석)·정의당(6석)·열린민주당(3석)·시대전환(1석)·기본소득당(1석)·무소속(4석) 등 총 189석을 확보했고, 범보수는 국민의힘(103석)·국민의당(3석)·무소속(4석) 등 110석이 됐다. 남은 1석은 구 국민의당 출신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무소속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16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 제3세력 몰락에 대해 의미 있는 발언을 남겼다. 이 의원은 “당시 민심은 ‘양당의 독점 정치 구도를 바꾸라’는 뜻으로 국민의당을 밀어주며 제3당을 지지했다”면서 “하지만 제3당이 기능을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국민의당이 분열을 거듭해 민생당이 된 것이 국민 눈에 좋지 않게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16년 4월 14일 오전 마포구 당사에서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인 뒤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16년 4월 14일 오전 마포구 당사에서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인 뒤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계파 갈등·연쇄 탈당 속에 기울어가던 민생당에 마지막까지 남아 9회말 역전홈런을 기대했던 정치인들은 제3지대 실현의 어려움, 거대양당 체제 회귀 등 현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인희 전 민생당 최고위원은 17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선거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중도 3당에 투표하고 싶어도 민주당이 싫으니 통합당을 찍고, 통합당이 싫으니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더라”며 “사표(死票)가 될 수 있으니 결국 이기는 쪽, 될 정당에 투표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총선에서 경기 남양주갑에 출마했지만 양당 후보에 표심이 집중되면서 3위로 낙선했다.

그는 "안철수·손학규 대표가 손을 잡았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다. 계속된 분열이 국민께 실망을 준 것"이라며 “제3지대 정당을 믿고 지지할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한다. 현 상황에선 중도에서 약간 보수인 사람은 국민의힘에, 중도에서 약간 진보인 사람들은 민주당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화 전 민생당 대표는 “양극단 정치의 현실적 장벽 앞에 실용중심의 정치는 실종됐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했던 김 전 대표는 낙선 약 1개월 만인 지난 5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백의종군 중이다.

그는 현 정치권에 대해 “민주당은 민주당만의 정부가 아닌 국민 전체의 정부가 되려는 노력이 여전히 부족해 보이며, 국민의힘은 과거 잘못을 바로잡는 혁신과 새로운 진전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실용 중심의 제3세력 정치 복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민생당 출신 호남지역 다선 전직의원은 “지금은 쉬면서 (정치권을) 지켜보고 있는데 정치적인 일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내년 쯤 활동을 재개하면 공식적으로 발언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그런 이야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 조용히 지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