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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역대급 ‘빌런’의 탄생
2020. 11. 25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콜’(감독 이충현)이 오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이 오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강렬한 캐릭터, 20년간의 시간차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미장센까지. 112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스크린으로 만나지 못해 아쉽고 또 아쉬운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이다.

“거기 지금 몇 년도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서연(박신혜 분). 집에 있던 낡은 전화기를 연결했다가 영숙(전종서 분)이란 이름의 낯선 여자와 전화를 하게 된다. 서연은 영숙이 20년 전, 같은 집에 살았던 사람이란 사실을 깨닫고 우정을 쌓아간다.

“내가 말했지, 함부로 전화 끊지 말라고.” 그러던 어느 날, 서연과 영숙은 각자의 현재에서 서로의 인생을 바꿀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영숙이 20년 전 죽은 서연의 아빠를 살려주고, 서연은 영숙의 미래를 알려준 것. 그러나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알게 된 영숙이 예상치 못한 폭주를 하면서 서연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여성 중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힘을 보여준 ‘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령과 전종서, 이엘, 박신혜 스틸컷. /넷플릭스
여성 중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힘을 보여준 ‘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령과 전종서, 이엘, 박신혜 스틸컷. /넷플릭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아가씨’ ‘독전’ 등 다양한 장르의 수작을 탄생시키며 장르 명가로 자리매김한 용필름의 신작이자, 단편영화 ‘몸 값’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하는데, 마치 한 시대, 한 공간인 것처럼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연결돼 몰입도를 높인다. 단단한 뼈대 위에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과거와 현재가 바뀌는 전개가 흥미롭게 펼쳐져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가장 큰 미덕은 강렬한 캐릭터다. 특히 여성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 장르물이라는 점이 신선하다. 각자의 시간에서 과거와 미래를 변화시키려는 서연과 영숙을 비롯해, 딸 서연을 지키려는 서연 엄마(김성령 분), 딸 영숙의 운명을 바꾸려는 신엄마(이엘 분)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힘 있게 극을 끌고 나간다.

‘콜’에서 역대급 빌런을 탄생시킨 전종서 스틸컷. /넷플릭스
‘콜’에서 역대급 빌런을 탄생시킨 전종서 스틸컷. /넷플릭스

그중에서도 영숙은 독보적이다.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알고 폭주하며 연쇄살인마가 되는 영숙은 단순히 사이코패스라는 수식어로 정의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존재감으로 화면을 압도한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빌런의 탄생이자, 남녀를 통틀어도 가히 역대급이다. 영숙은 여성 캐릭터도 장르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뿜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전종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캐릭터다. 아무리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소화했더라도, 전종서의 ‘아우라’를 넘어설 순 없었을 거다. 아이 같은 천진한 얼굴부터 그동안 억눌려왔던 광기를 분출하며 폭주하는 영숙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목소리마저 섬뜩하다. 러닝타임 내내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잊히지 않는다.

이충현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여준다. ‘과거와 연결된 전화로 운명이 바뀐다’는 익숙한 설정에 강렬한 캐릭터와 전형성을 벗어난 편집과 사운드, 독보적인 미장센을 더해 흥미롭고 새로운 미스터리 스릴러를 완성해냈다. 마지막 반전까지 흠잡을 데 없다.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콜’은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27일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