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 출석 여부를 놓고 충돌하면서 또 파행됐다. 여야 법사위원들은 26일 윤 총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전날(25일)에 이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등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 조치 등에 대해 당사자로부터 사실관계를 듣고 명확한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윤 총장을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이 이미 직무에서 배제된 만큼 출석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추 장관과 윤 총장을 둘러싼 이견으로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 법사위 열렸지만 연이틀 무산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을 찾아갔다. 면담을 통해 전체회의 개최 및 윤 총장 출석의 적법성을 전달하고 항의하기 위해서다.

법사위 야당 간사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면담 전 기자들과 만나 “윤 위원장이 법사위 행정실에 개의요구서를 법무부와 대검에 통보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며 “법무부와 대검은 오늘 전체회의 개회 사실을 공식적으론 송부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출석할 수 있는 길을 애시당초 원천 봉쇄해버린 상황”이라며 “어떻게 보면 윤 위원장이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의는 약 1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윤 위원장이) 공수처법과 공정경제 3법을 처리해주면 윤 총장 출석을 검토할 수 있다더라”며 “원칙적으로 전혀 관련없는 사안과 무엇을 거래하려는 것은 우리 정치가 해선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 법사위원과의 면담 이후 이뤄진 브리핑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야당이 국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치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국회법 52조에 따라 재적위원 4분의 1의 요구로 회의를 열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같은 법 49조를 보면 의사 일정과 개회 일시는 상임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하여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와 관련해서도 국회법 52조에 ‘간사간 협의’를 명시한 내용이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야당은) 국회법 52조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마치 위원장이 국회법을 위반한 것처럼, 윤 총장의 출석을 막은 것처럼 공세를 펼쳤다”며 “전화로라도 ‘현안질의 하고싶은데 위원회를 소집해달라’고 사전 협의하는 게 우선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오전 11시경 가까스로 진행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는 윤 총장 출석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40여분 만에 윤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하면서 법사위는 연이틀 파행을 면치 못했다.

김도읍 의원은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뭐가 두려운지 윤 총장이 국회에 오는 것을 원천 봉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국민의힘-추윤 동반 국정조사, 민주당-신중모드

국민의힘은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 전열을 갖춰 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전날(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검토를 거론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윤 총장은 물론 추 장관 국정조사도 병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유와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감찰권 남용, 과잉 인사권 행사에 문제가 없는지 포괄적인 국정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받고 더블로 가라는 전략이 있다”며 “추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동반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나서자 여당은 돌연 ‘신중모드’에 들어간 모습이다. 우선 법무부 징계위가 내달(12월 2일) 예정된 만큼 그 뒤 국정조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취지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무부 징계위가 소집된 상황이고 그 자체가 감찰 과정이기에 결과가 나오면 국정조사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조사는 윤 총장이 직무배제된 이유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 이에 따른 당 대표의 검토 제안이었기 때문에 추 장관 포함 여부는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조사는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 대부분 국정조사가 정치적 쟁점화가 되면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며 “국정조사로 나가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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