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주요 현안에 대해 연일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주요 현안에 대해 연일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평소 신중한 언행을 해왔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주요 현안에 대해 연일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 퇴진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연내 출범에 총대를 멘 모습이다.

이 대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하자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며 보조를 맞췄다. 이 대표는 연일 윤 총장에 대해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 “시대착오적, 위험천만”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윤 총장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자충수를 두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라며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을 당에서 검토해달라”면서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국정조사가 야당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국민의힘이 되받아 추미애 장관까지 포함한 국조를 당장 추진하자고 역공에 나서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위원회 논의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국조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표출했다.

◇ 윤석열 퇴진·공수처 출범에 총대 

이에 이낙연 대표도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국회가 조사해 확인하고 제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야당은 그렇게 심각한 문제마저 정쟁, 정치 게임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 국회는 법무부 감찰과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회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령(令)이 이해찬 전 대표만 못 한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 대표의 레임덕이냐” 등의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최근 공수처 출범 지지 여론이 높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 직접 소통에 나서며 공수처 출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민주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려 “공수처 출범을 더는 늦추지 않겠다”며 “국민이 주신 귀한 의석과 소중한 입법 기회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공수처 출범을 애타게 기다리며 개혁, 공정, 민생, 정의 입법을 재촉하는 당원 여러분께 죄송스럽기 짝이 없다”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수처법 개정과 이후 출범에 필요한 절차를 잘 챙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최근 이 대표의 이 같은 언행을 놓고 야당에서는 ‘친문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낙연 대표의 발빠른 기회주의에 충격과 실망을 누르기 어렵다”며 “그래도 비노 출신으로 합리적이고 점잖았던 과거 경력을 끝까지 믿었는데, 추 장관의 법무 독재에 잽싸게 힘을 실어주는 이낙연 대표”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결국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자)에 포박당한 건가. 아니면 대깨문에 편승하는 건가”라며 “대선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결국 친문의 환심을 사기로 결정한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최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친문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특정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야단도 많이 맞고 있다”고 적극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특정 세력의 눈치를 본다(는 말에) 제가 유의하겠습니다만 그러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에)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말씀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국정조사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사진=공동취재사진)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국정조사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사진=공동취재사진)

◇ 이낙연, '강경 대응 기조' 초조함의 발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최근 친문의 바람에 발맞춰 연일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결국 그의 초조함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말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 대표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2년이다. 그러나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통령선거 1년 전인 내년 3월 9일까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이 대표는 임기가 이제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 짧은 기간에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이 대표가 ‘1인 독주’를 이어가며 대세론을 자랑하던 대선주자 지지율이 하락한 이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양강구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대표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총장이 이낙연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도 이 대표의 신경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9%포인트)에서 ‘차기 대선에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총장이 맞붙는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이 지사(42.6%)는 윤 총장(41.9%)을 0.7%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윤 총장이 이낙연 대표와 맞붙을 경우에는 윤 총장(42.5%)이 이 대표(42.3%)를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상황에서 친문 진영이 제3의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친문계 의원 56명이 참여한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홍영표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에서 “지금 구도(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가 그대로 유지되어서 거기에서 결정할 거라고 볼 수는 없다”며 “상황이 변하면 제3, 제4 후보가 등장해 경쟁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진행자가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 의원을 거론하자 “다 충분한 자격과 능력, 비전이 있는 분들”이라고 호응하기도 했다.

이 같은 친문 움직임과 이낙연 대표의 최근 언행과 관련,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결점이라고 한다면 당내 조직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고 이 대표도 늘 그 점이 의식 됐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그동안 특유의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일관하다가 최근 갑자기 세졌는데 이재명 지사에게 자칫하면 밀릴 것 같기도 하고 하니, 확실하게 친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의 최근 언행이 ‘중도’로의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이 대표에게는 외연확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므로 경선까지는 친문 표심에 맞춰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여권 후보들이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급한 것 같은데 친문 세력, 우리 진영 지지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당심을 얻으면 당 대선후보는 되겠지만 민심을 잃으면 후보밖에 못되기 때문에 민심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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