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7일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그간 부인으로 일관하던 태도에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발 물러난 반응을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해 박 장관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침묵하던 그간의 반응 보다 진전된 발언이다. 박 장관의 태도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 “왜 내쫓으려 하냐”→ “생각할 시간 필요”

박 장관은 27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오시나’라는 질문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좀 진지하고 신중하게 생각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문재인 정부의 상징부처로서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고, 중소벤처기업이나 소상공인 분들이 함께 어려움 속에서 뒹굴어가면서 일하고 있는데 과연 이것을 갑자기 그만두는 것이 맞느냐 하는 고민이 그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 장관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오는 ‘여성 후보 차출론’에 대해 “디지털 경제나 플랫폼 경제, 프로토콜 경제라는 경제전환이 오는 21세기는 ‘3F’의 시대”라며 “빠르고(Fast), 공정하고(Fair), 여성다움(Female)이 이끌어가는 시대가 바로 21세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여성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박 장관은 그동안 서울시장 출마설을 부인해왔기에 이날 발언은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다. 박 장관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기자회견 때마다 관련 질문을 받아왔는데, 주로 웃음으로 답변을 피하거나 부인했다. 특히 이달 3일 기자들과 만나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는 “왜 자꾸 저를 (중기부에서) 내쫓으려고 하느냐”며 “저는 여러분들이 좋아서 계속 더 있고 싶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달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연말 전 두 차례의 개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맞춰 박 장관의 서울시장 선거 차출설은 연말 개각과 맞물려 설득력을 높여왔다. 이에 연말 개각에서 박 장관이 교체 대상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박 장관은 고집스러울 만큼 입을 열지 않았다.

◇ 박영선, 그동안 침묵했던 이유

우선 박 장관은 중소벤처기업부 업무 자체에 큰 애정이 있는데다 부처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 장관 30%’ 공약을 내걸었지만, 현재 내각에 여성장관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박 장관이 섣불리 사표를 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교체를 가정한다면, 박 장관까지 자리를 비우는 것은 청와대로서 곤혹스러운 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박 장관의 후임을 찾지 못했던 상황이라 사직서를 낼 수 없었다는 소식도 전해진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격상된 부처라 장관직을 공석으로 남겨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지난해 김현미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최정호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김 장관도 자리를 지킨 것처럼, 박 장관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박 장관이 그 전과는 달리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박 장관의 후임자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후임자 검증 작업이 순조롭게 끝난다면 박 장관도 연말 개각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전 시장과의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 재도전 했으나 역시 박 전 시장에게 밀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도전을 공식화했고, 박주민 의원도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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