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로 성공적 데뷔전을 치렀다. /넷플릭스
이충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로 성공적 데뷔전을 치렀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콜’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탄탄한 스토리와 강렬한 캐릭터, 독보적인 미장센 등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과거와 연결된 전화로 운명이 바뀐다’는 익숙한 타임슬립 물에 미래를 바꾸려는 자가 ‘연쇄살인마’라는 섬뜩한 설정을 더해 흥미롭고 새로운 미스터리 스릴러를 완성해냈다는 평이다. 

‘콜’이 뻔한 타임슬립물이 되지 않은 건 ‘신예’ 이충현 감독의 힘이다. 푸에르토리코와 영국에서 제작한 영화 ‘더 콜러’(2012)를 원작으로 하는 ‘콜’에서 이충현 감독은 원작의 흥미로운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캐릭터의 확장과 전형성을 벗어난 편집과 사운드 등 색다른 변주로 ‘콜’만의 독특한 매력을 완성했다. 

여성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 장르물이라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알고 폭주하며 연쇄살인마가 되는 영숙(전종서 분)을 통해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빌런을 만들어내 여성캐릭터도 장르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뿜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콜’은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이 감독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 14분 분량을 단 한 번의 롱테이크로 촬영한 실험적 기법의 단편영화 ‘몸 값’(2015)으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주목을 받았다. 해당 작품으로 제11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 단편상, 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단편의 얼굴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었다.

이후 배우 최민식‧박신혜‧류준열‧이하늬 주연의 ‘침묵’(2017)의 시나리오 각색에 참여하며 장편영화의 세계에 발을 들인 이충현 감독은 영화 ‘아가씨’ ‘독전’을 선보인 용필름과 함께한 ‘콜’을 통해 성공적인 상업영화 데뷔전을 치르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그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이충현 감독은 스크린에 걸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넷플릭스 공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충현 감독이 ‘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이충현 감독이 ‘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공개 후 반응이 좋다. 
“개봉이 미뤄져서 넷플릭스로 공개됐는데, 기다린 만큼 관객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다행히 재밌게 봐준 분들이 많아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원작에서 지키고자 했던 부분과 다르게 담아내고자 한 부분이 있다면.
“원작에서 가져오려고 한 건 큰 틀이다. 두 인물이 합심해서 뭔가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반대 지점으로 갈라져서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기존과 다른 콘셉트라 재밌었다. 큰 콘셉트를 제외하고 원작 ‘더 콜러’와 ‘콜’은 거의 다른 영화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나 서사나, 디테일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원작은 과거의 캐릭터, ‘콜’로 치면 영숙의 캐릭터가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영화를 원작과 다르게 표현하면서 영숙 캐릭터를 탄생시키면서 여성 투톱물이 됐다. 원작이 갖고 있던 서스펜스와 스릴러를 극적으로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원작과 달리 영숙 캐릭터를 확장시킨 이유가 있다면.
“과거의 인물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장르적으로나 이야기적으로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영화상에서 ‘빌런’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었다. 과거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현재에서 리액션을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인데, 빌런의 캐릭터가 매력적이 될 수 있었음에도 막혀있는 것이 원작에서 안타까웠던 부분이다. 그래서 빌런을 만드는데 크게 공을 들였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일이 벌어지고 거기에 대한 리액션과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와 스릴러를 더 느낄 수 있게 충실하려고 했다. (서연과 영숙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했다. 서로 다른 시공에 있지만 대결하는 구도의 균형을 잘 유지하기 위해 시나리오의 이야기를 구성할 때부터 고민을 했다.”

-과거로 인해 현재가 바뀌는 부분이 판타지적으로 표현됐다. 튀지 않게 담아내고자 고민했을 듯한데. 
“영화가 현재에 있는 서연(박신혜 분)의 시점으로 관객을 태우고 가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부분에서는 서연이 느끼는 것과 과거에서의 작용이 체험식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호러게임을 레퍼런스로 삼기도 했다. 동일한 집이 판타지적으로 변하는데 CG 장면이 많아서 관객들이 튕겨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고민을 했다. 또 이야기적으로도 지금 서연의 변하는 감정과 상황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서연과 영숙뿐 아니라, 서연의 엄마와 신엄마 등 여성 캐릭터들이 강렬하다. 상대적으로 아버지나 경찰 등 남성캐릭터는 뒤로 밀려난 느낌이다. 주요 캐릭터들을 여성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
“원작이 여성캐릭터였고, 원작의 캐릭터를 남성으로 바꿀 이유는 전혀 없었다. (원작에서) 더 확장해서 서연의 엄마와 신엄마 캐릭터가 추가됐지만, 그 캐릭터들을 여자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한 집에서 벌어지는 스토리 안에 엄마와 모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저절로 여성캐릭터로 확장됐다. 남성캐릭터 역시 부수적으로 활용하려고 한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경찰이나 성호 아저씨, 아빠가 남성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서연과 영숙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확장이 돼서 인물들이 탄생하게 됐다.”

-제작보고회 때부터 여성캐릭터로만 이뤄진 장르물도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특히 더 신경 쓰거나 고민한 지점이 있을까.
“여성이라서 특별히 더 신경 쓰거나 하진 않았다. 동일하게 한 인물, 한 캐릭터로 생각을 했고 여성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지 남성이라서 이렇게 해야지 신경 쓰면서 하진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박신혜, 전종서와 각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려나갔던 것 같다.”

역대급 여성 빌런을 탄생시킨 ‘콜’ 영숙 스틸컷. /넷플릭스
역대급 여성 빌런을 탄생시킨 ‘콜’ 영숙 스틸컷. /넷플릭스

-빌런 영숙이 굉장히 강렬했다. 전에 없던 여성 빌런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예상을 했는지 궁금하다. 또 의상 때문에 ‘처키’ 이야기도 나오는데, 레퍼런스로 삼기도 했나.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부분은 전종서가 방점을 찍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애매할 수도 있었던 영숙의 캐릭터를 잘 그려줬다. 영숙이 폭주할 때 입은 의상은 사실 서태지가 당시에 입었던 옷이다. 영숙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잠재적 욕구를 의상이나 치킨을 먹는 것을 통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강력한 빌런이 되다 보니 예전에 있던 호러 장르의 캐릭터가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영화에서 서태지의 음원이나 콘셉트가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 서태지 측과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진 건지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꼭 ‘콜’ 안에 서태지라는 인물과 음악을 사용하고 싶었다. 절실했다. 그래서 허락을 받고자 서태지 측에 시나리오도 보냈다. 아마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주셨던 걸로 알고 있고, 너무 다행히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그 뒤에 박신혜가 서태지의 배우자 이은성과 연락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들었다. 긍정적으로 봐줘서 영화에 아무 문제 없이 잘 녹여낼 수 있었다.”

-왜 서태지여야 했나. 
“서태지라는 인물은 90년대와 X세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기도 하고,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 영숙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서태지가 갖고 있는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성과 파격성, 지금 봤을 때 느껴지는 레트로 콘셉트, 그리고 음악의 가사들이 영숙의 처지와 묘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당시 시대적 상황과도 잘 맞고 해서 고민도 없이 영숙이가 좋아하고,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을 서태지로 표현했다.”

-영숙이 폭주할 때 ‘울트라맨이야’가 흘러나온다. 많은 곡들 중 그 곡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서태지의 음악 중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곡이 ‘울트라맨이야’다. 또 영숙은 1999년에 살고 있는 인물인데, 서태지는 2000년대에 다시 컴백한다. 또 한 번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과 1년을 앞서서 그 음악이 나왔다는 점이 타임슬립 물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울트라맨이야’가 갖고 있던 레드 계열의 콘셉트와 헤비메탈 등이 폭주하는 영숙과 잘 맞았던 것 같다. 가사를 보면 ‘더 이상 영웅은 없다’고 나오는데, 영숙이 변하고 폭주하는 것과 묘하게 잘 맞는다고 생각해 ‘울트라맨이야’를 택하게 됐다.”

-소화기를 이용한 살해 방식도 독특했다. 살해도구나 방법에 대한 고민도 했을 것 같은데.
“서연도 그렇고 영숙도 그렇고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나 기억에 있어 ‘불’에 대한 메타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서연은 과거에 화재 사고로 다리에 화상을 입었고, 영숙은 퇴마를 할 때 불을 이용하는 게 있어서 집에 자연스럽게 소화기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불을 끄는 아주 일반적인 도구가 영숙에게 살인도구가 되는 것이 동전의 양면 같은 영숙 캐릭터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딸기라든지 소화기의 빨간색 그리고 피, 영숙이 쓰는 가발이나 폭주했을 때 입었던 옷들을 레드 계열로 통일성 이루고자 했던 것도 있다. 또 내가 좋아하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산소통 같은 것으로 살인을 하는데, 이야기를 만들어갈 때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것 같기도 하다.”

-박신혜와 전종서의 조합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박신혜는 나와 동갑내기 배우이지만, 어릴 때부터 활동을 해서 오래 봐왔는데 굉장히 무게감 있고 배우로서 좋은 눈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감정 표현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화살을 쏴서 꽂는 듯 구체적이고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멜로나 로맨스 말고 폭주하고 하드한 장르도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콜’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너무 달랐고, 다음 챕터로 넘어간 것처럼 새로웠다.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일이었다. 전종서는 ‘버닝’을 극장에서 세 번 정도 본 것 같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잘 모르겠고, 알 수 없고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날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박신혜의 무게감과 내공이 중심을 잡아주고, 전종서의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자유로움이 잘 조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 시너지로 지금의 ‘콜’이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신예 이충현 감독. /넷플릭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신예 이충현 감독. /넷플릭스

-‘몸 값’에서 함께 했던 이주영과 박형수가 목소리 출연을 했다.
“이주영이랑 박형수는 지금도 연락을 자주 하고 좋게 지내고 있다. ‘콜’도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역할이 마땅치 않았다. 같이 하게 되지 못했지만, 내게 있어 두 배우는 너무 의미가 깊고, ‘몸 값’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연이 처음 전화하는 목소리가 두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부탁했고, 흔쾌히 와줘서 녹음을 해줬다. 언젠가 꼭 다시 같이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한 번 반전을 줬다. 이유가 있다면.
“시나리오 작업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콘셉트가 과거의 어떤 것으로 인해 현재의 무엇이 변한다는 건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결말에 마침표를 찍는 것보다 계속해서 과거의 것 때문에 현재의 것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끝나지 않고 변한다는 열린 결말이 이 영화의 결말과 맞지 않나 생각해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다.”

-90년생 젊은 감독이었다. 현장을 이끌어 가는데 고충은 없었나.
“나이를 떠나 한 번도 상업영화와 장편영화 현장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나 부족함이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는 그런 부분들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나이도 그렇고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 많았고, 배우들도 잘 이끌어줬다. 함께 한 분들이 내가 부족하거나 모르는 부분에 있어서 가르쳐주고, 나도 모르는 부분은 모르겠다고 말하고 배우면서 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단 하나의 불편함도 없었다.”

-넷플릭스를 통해서라도 공개돼 다행이면서도, 색감이나 사운드 등에 공을 들인 것을 생각하면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게 아쉬웠다. 감독도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데.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처음 만들 때부터 그리고 후반작업에 있어서 사운드나 색감 다 극장에 맞췄기 때문에 스크린에서 보이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도 넷플릭스로 공개가 되니 해외에서도 반응이 있고, 여러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생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기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관객들에게 하나 바라는 것은 작은 화면으로 보더라도 이어폰을 착용하고 보면 그냥 보는 것과 훨씬 다른 많은 사운드가 들릴 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체험 형식의 포맷을 띄고 있기 때문에 이어폰을 활용하면 영화를 즐기는데 훨씬 더 좋은 환경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콜’을 통해 차기작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이 생겼을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텐데, 어떤 이야기를 하는 감독이 되고 싶나.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스릴러를 하게 됐지만, 한 가지 장르만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영화를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한 항상 다른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 작품은 여러 가지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아마도 ‘콜’과는 다른 느낌의 장르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독특한 형식의 장르물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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