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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조제] 아프지만, 빛나던 그 시절 너와 나
2020. 12. 03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가 겨울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가 겨울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 그곳에서 책을 읽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살고 있는 조제(한지민 분). 우연히 만난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영석(남주혁 분)은 천천히, 그리고 솔직하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이 설레는 한편 가슴 아픈 조제는 자신에게 찾아온 낯선 감정을 밀어낸다.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와 영석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작품으로, 2003년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JTBC ‘눈이 부시게’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한지민‧남주혁이 조제와 영석으로 재회했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김종관 감독 특유의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다. 조제의 취향이 느껴지는 그의 집부터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헌책방과 수족관, 조제가 가고 싶어 한 스코틀랜드의 이국적인 풍광까지 조제와 영석의 특별한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 감성을 자극한다. 

아름다운 영상미를 완성한 ‘조제’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름다운 영상미를 완성한 ‘조제’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흘러가는 계절의 정취로 담아낸 점도 좋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하얀 눈이 쌓이는 겨울, 벚꽃이 흩날리는 봄까지 각 계절에서 느껴지는 정서와 색감 등이 인물의 감정선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멜로라는 점도 반갑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랑 이야기’로 각자의 기억을 소환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서로를 향한 감정에 설레면서도 망설여지고, 행복하다가도 불안하기도 한 조제와 영석의 사랑 이야기가 천천히 그리고 섬세하게 담겨 마음을 흔든다.

사랑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조제의 모습은 뭉클하다. 처음 느끼는 낯선 감정을 밀어내기만 하던 조제가 영석에게 한걸음 다가가고, 사랑이 떠날까 봐 불안해하던 조제가 이젠 다 괜찮다고, 혼자서도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던 조제가 조금씩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아프지만, 빛난다.

‘조제’로 재회한 한지민(왼쪽)과 남주혁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조제’로 재회한 한지민(왼쪽)과 남주혁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지민은 원작과는 다른 매력의 ‘조제’를 완성해냈다. 사랑을 겪으며 매 순간 변하는 캐릭터의 내면을 섬세한 눈빛과 표정, 깊은 감성을 더해 낯설면서도 특별한 조제를 표현했다. 영석을 연기한 남주혁은 풋풋하면서도 큰 진통과 성장을 맞이하는 인물의 변화를 세밀하게 담아냈다. 두 배우의 호흡 역시 두말할 것 없다.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눈부신 시너지를 완성한다.

‘조제’는 원작 보다 더 잔잔하고, 느리다. 주인공 조제 역시 밝고 에너지가 느껴졌던 원작 캐릭터에 비해 우울하고 어둡다. 원작에서 잔잔한 웃음을 선사했던 엉뚱한 유머 코드도 거의 느낄 수 없다. 이에 117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다소 지루하게,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말에 대한 호불호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연출자 김종관 감독은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솔직한 사랑을 하고, 그것이 영원하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순간들을 통해 그들의 삶이 성숙해지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오는 10일 개봉한다.